나눔서체, 우리나라 폰트에 대한 고찰

2014/01/22 15:23

네이버가 이제까지 한 일중 나눔고딕, 명조 등 그렇게 완성도 높고 한글모든 글리프를 포함한 폰트셋을 완전 개방 라이센스로 무료로 뿌린것은 굉장히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역효과로 요즘 너도나도 여기저기 전부 나눔고딕으로 도배를 해버리는 듯한 느낌이라 이젠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오는 정도다. 제2의 굴림체가 되어버리는게 아닐까 싶기도..

아무리 우려먹고 여기쓰고 저기쓰고 해도 절대 질리지 않는 명실상부 ‘스탠다드’폰트인 헬베티카에 맞먹는 한글폰트라고 하기에 나눔고딕은 너무 둥글둥글하고 자기 개성이 강하다. 요즘은 여러 회사들에서 모던한 고딕체 폰트가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가장 ‘정석’적인 고딕체쪽으로는 여전히 윤고딕300대를 밀고있지만 상용폰트인게 문제.

나눔고딕 폰트 자체의 디자인이나 모양때문이라기보다도 나눔고딕이 흥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공짜니까, 라이센스 걱정 안하고 아무데나 막 써도 되니까” 이지 않을까 싶다.

한글은 분명 굉장히 과학적이고 뛰어난 글자시스템이다. 이건 국뽕이고 뭐고를 떠나서 동의를 하는데 폰트의 측면에서 볼때는 왜 한글은 이럴까 하고 한없이 한탄스럽다. 영어의 경우 폰트를 제작하려면 알파벳 대소문자 26자씩, 0123456789 숫자에 기호 몇개정도만 만들어도 폰트 하나가 제작이 되는데 한글의 경우 가각갺걋굡귫뙗퍊퀭 등 조합의 글자를 다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뭐 뷁같이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글리프를 제외한다고 쳐도 최소 2350개의 글리프를 일일히 다 만들어야한다는 셈.

한마디로 서양처럼 개인이 폰트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배포하는건 꿈도 못 꿀 일이다. 제작 과정이 이렇게 힘들기 때문에 한글의 폰트가 서양만큼 다양하지 못한것이고 그나마 나와있는것도 가격이 비싼거고.. 그런 의미에서 네이버가 고작 2350개 글리프뿐만이 아닌 확장 11,172자를 모두 포함한 완성도 높은 폰트를 무료로 푼 것은 한국의 타이포그래피의 발전에 굉장한 기여를 한 것이라고 평가하는것.

뭔가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왔는데, 내가 하고싶은 말은 그냥 우리나라의 이런 어찌 하고싶어도 어찌 할수가 없는 폰트의 현실이 참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말이다.

나눔고딕도 좋은 폰트임에는 틀림없지만, 가능하다면야 더 다양한 폰트가 쓰이는 걸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 시점에서는 나눔고딕만큼 완전히 Free한 라이센스는 아니어도 개인이 이용하기엔 충분히 자유로운 퀄리티높고 모던한 서체가 많이 나와 있으니. KoPub서체라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