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 감상

2009/08/05 12:47

방금 CGV에서 조조로 해운대를 보고 왔습니다.
지난 5월에 봤던 7급공무원도 상당히 재미있게 봤는데, 해운대를 보니 정말 점점 우리나라 영화도 수준이 높아지는걸 느낍니다.

어릴때 흔히 농담삼아 “무서우면서 웃기면서 드러우면서 슬픈 이야기[footnote]호랑이가 살았다. (무섭지?) 호랑이는 길을 가다 갑자기 구덩이에 자빠졌다. (웃기지?) 그리고 호랑이는 똥을 쌌는데, (드럽지?) 변비로 죽었다. (슬프지?)[/footnote]”를 자주 하곤 했는데, 해운대를 보고 나니 딱 그런 영화인것 같습니다. (뭐, 드러운건 빼고…)

왜 해운대가 완벽한 “상업적”영화로 불리우고 이렇게 흥행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이 영화는 보통 사람들이 영화에서 기대하는 모든걸 다 집어넣은 영화입니다.
재밌습니다. 코믹한 캐릭터들과 사투리, 거침없이 던지는 막말. 많은 장면에서 전 관객이 함께 웃었습다.
무섭습니다.
재난영화인 만큼,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파도가 사람들을 덮치는 장면, 감전사한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가 떠다니는 장면… 공포영화가 아님에도 보면서 살짝 오싹할 정도였습니다.
슬픕니다. 재난에는 당연히 수많은 인명피해가 잇따르는 만큼, 몇몇 주인공을 포함한 극중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이때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물론 감동. 한국 영화에서 감동을 빼면 남을게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 나라 영화에서는 필수 요소이죠. 가족의 소중함과 “있을때 잘해라”라는 메시지를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는 교훈도 있었다고 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CG도 볼만했습니다만, 역시나 아직 한국영화의 CG는 뭔가 미숙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더군요. 배가 뒤집어지는 장면이라던지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를 보여주는 화면에서는 뭔가 좀 CG인 듯한 티가 났습니다. 근데 같이 보러갔던 다른 가족 식구들은 별로 구별을 못하겠다고 하니, 저같이 민감한 사람만 느낄수 있는 정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또 하나 아쉬운걸 꼽자면… 비속어가 너무 많았다는 점입니다. 어째 흥행하는 한국 영화에는 욕이 안 나오는 경우를 거의 찾아볼수가 없네요. 개X끼나 ㅄ는 기본이고… 망할X, 빌어먹을.. 등등, 아주 다양하게 나오더군요. (다행히 이번 영화에서 ㅅㅂ는 안 나왔습니다만.-_-;;) 아무리 배경이 부산이고 등장인물이 사투리를 쓴다고는 하지만, 설마 아무리 성격이나 말이 거칠어도 실제 부산 사람들이 저렇게 비속어를 입에 바르고 다닐것 같진 않고… 몇몇 장면에서는 확실히 속어 몇 단어 던져준게 웃음을 자아내기는 했습니다만, 그 외의 장면들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대사 속에 비속어를 너무 많이 넣었다고 봅니다. 평소에 욕하는게 습관이 되신 관객분들에겐 그저 영화속에서 욕 듣는게 마냥 반가울지는 모르겠지만, 가족과 함께 보러갔던 저로써는, 엄청난 기세로 막말을 던져대는 극중 인물들을 보며 웃어 넘기면서도 살짝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뭐 아무튼 전체적으로 만족스럽게 본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는 역시 큰 화면으로 보는게 더 실감나죠. 기회가 있으면 꼭 극장에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포스터 출처: 영화 <해운대> 공식 카페
이미지의 저작권은 (주)JK FILM, CJ엔터테인먼트(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