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 완결을 보고.

2013/11/25 03:47 / Otaku

스포일러 경고: 글의 특성상 작품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작품을 즐기고 계신 분들중 아직 결말을 보지 못하셨다거나, 누설을 원치 않으시는 분은 열람에 주의해주십시오.

俺の妹がこんなに可愛いわけがない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라이트노벨 원작 2008.08 ~ 2013.06 완결
TVA 1기 (AIC, 총16화) 2010.10 ~ 2010.12, True Route 웹방영 2011.02 ~ 2011.05
TVA 2기 (A1, 총16화) 2013.04 ~ 2013.08 완결

* * *

11월 신간으로 드디어 원작 소설 12권 정발본이 나오고, 대망의 결말을 보았습니다. 음.. 우선 이 작품은 저에게 있어 토라도라 마냥 좀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습니다. 라이트노벨이 처음 나와서 화제가 되었을 시절에 구입해 읽고, 후에 애니화 결정 소식이 들려오고, 애니화가 되고, 2기가 나옴과 동시에 라노베 원작 프랜차이즈의 lifecycle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끝맺음 방식인- 토라도라의 뒤를 잇는 소설&애니판 동시 결말. 매우 비슷한 시기에 소설 완결권이 출시되고 애니판이 따라서 14,15,16화를 방영하고 끝이 났습니다. 애니의 경우 무려 전세계 동시방영까지 했지만, 저는 소설 완결을 먼저 보고 애니를 보겠다고 결정해 보던 애니판을 잠시 접어두고 몇달을 기다리고 이제서야 엔딩을 봤네요.

아무튼 그래서 2009년부터 보기 시작한 작품이 4년의 시간을 거쳐 완전히 끝을 맺는 것을 보니, 작품 자체의 엔딩과는 별개로 뭔가 좀 복잡한 심정입니다. 토라도라때도 그랬지만, 즐겁게 보던 작품이 끝난다는 건 역시 뭔가 아쉽달까요. 그래도 언젠가는 끝이 반드시 찾아오는 법이기에, 적절한 시기에 깔끔하게 애니와 함께 마무리를 한건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내 여동생이 이렇게.. 후략, '내여귀'는 애초에 처음 나왔을때부터 소재나 특히 그 긴 제목때문에 많은 화제들을 끌고다니던 작품이었는데요, 어찌보면 요 수년간 '여동생물' 열풍, 그리고 라노베의 '긴 제목' 열풍을 불러일으킨게 바로 내여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습니다. 그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 그리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라노베 계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써낸 완결을 보고 난 뒤에 이 글을 쓰면서 예전에 소설 1권을 처음 읽으면서 적은 블로그 글 내용을 보니, 오래된 글이라 약간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 그때는 이렇게 해석했었지 하고 생각이 드네요. 음, 사실 그때는 저도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려하지 않고 다른 쪽으로 포인트을 돌리려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소설과 애니판 모두 결말을 다 본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 여러가지를 좀 블로그에 늘어놓고자 합니다. 글이 매우 길어지고 좀 정리가 안 되어보일수 있더라도 그냥 주저리주저리 하는걸로 생각해주세요(..)

'여동생물'의 결말 종류에 대한 분석

妹+恋. 여동생과의 사랑. 미리 밝혀두지만 근친상간은 틀림없이 범죄입니다. 현실에서 절대로 실행하지 마십시오(..)

어찌되었건 이것이 사회윤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금기시 되어있는 것이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설정의 에로게나 동인지 등 음지에서의 2차창작, 상상 속에서나 표현해져 왔었지요. 애초에 판타지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래도 작품이 어느정도 독자의 공감을 얻으려면 어느정도의 현실성은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이 장르의 작품들은 결말을 맺는데 여러가지 방법을 택합니다. 결말이 독자가 '해피엔딩'으로 납득할만한 결말이라는 전제 하에, 결말의 종류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1. "사실은 피가 이어지지 않은.." 설정
- 매우 흔한 해결 방법으로, 이 설정을 처음부터 공개하는 타입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숨기다가 맨 마지막에 터트리는 종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피가 섞이지 않은, 즉 의붓동생이라는 설정이라면 애초에 결혼을 한다거나 해도 (물론 여동생은 여동생인 만큼 절차나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나 인식이 여전히 복잡해지긴 하겠지만)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죠. 하지만 이걸 싫어하는 독자들이 꽤나 있는데 그 이유는 왜냐하면, 애초부터 피가 섞이지 않았다면, 엄밀히 따져서 친 여동생이 아니고 타인이라, 친 여동생과 맺어지는 '금단의 사랑'을 보는데서 얻는 쾌감이 적어지기 때문. 이라고 해석합니다. 인간은 결국 더욱 자극적인걸 추구하는 지라, 이러한 작은 설정의 차이/유무로 인해 독자가 차후 스토리의 전개를 인식하는 느낌이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한편, 이 숨은 설정을 끝까지 누설하지 않고 마치 진짜 친동생인것처럼 전개하다가 막판에 사실은 속여왔다/말하지 않았다/나도 몰랐다-친동생이 아니었다. 라는 파격 반전이라는 전개를 가져온다면..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기대하던 독자 입장에서는 뒷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므로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게 아니면 또 어떤 대안이 있는가..하면,

2. 현실성을 아예 부정
- 위에서 현실성을 고려해야한다고는 했지만, 결국에는 매우 비현실적인 엔딩에 도달하게 되는 케이스입니다. 남매 둘이서 기존에 있던 가족이나 친구, 등등을 다 내팽겨쳐버리고 둘이서 사랑의 도피를 한다든가, 또는 도저히 현실적으로 상상이 불가능한 기상천외한 주변환경의 변화로 어떻게 모두가 납득하고 행복해지는 엔딩을 맞는다는가(..) 아니면 엔딩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 어느쪽이든간에 상당히 무책임한 엔딩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동생물의 본질인 '금단의 사랑'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가느냐, 아니면 그냥 현실성을 포기한 채 결말을 맺느냐.

* * *

그렇다면 내여귀는..

저는 이쪽 글에서 적었듯이, 처음에는 솔직히 내여귀가 비록 '여동생'이라는 요소를 제목에나 설정에나 달고 나왔긴 했지만, 작품의 중심이 여동생과의 사랑에 집중하기보다는 일반인과 오타쿠와의 갈등, 선입견, 그리고 사회에서 오타쿠로서의 정체성.. 등 이런 쪽에 치중하겠거니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메인 히로인이 여동생인 키리노인 이상, 그리고 장르가 어디까지나 '하렘물' '러브코미디'의 '라이트노벨'인것을 감안할때, 어느쪽으로나 욕을 먹지 않는 결말을 내려면 작중 등장하는 수많은 다른 히로인들 사이에 어느 한명을 택해야했던건 피할수 없는 사항이었고... 그래서 일부러 이런 복잡한 사항에 대해 생각하기 싫어서 모른체하고 봐오긴 했습니다만, 내여귀도 결국의 결국에는 이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리고 본 작품의 작가도 훌륭하게 위에서 말한 사항들을 다 숙지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작중의 주인공인 쿄우스케나 키리노가 실제로 그러한 상상속의 여동생물 게임을 해보기도 했고, 현실적으로 남매간의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고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쿄우스케가 현실에서는 (우리가 보기엔 결국 그들의 현실도 창작속의 이야기지만.. 어라 인셉션?) "피가 이어지지 않은 여동생" 설정따위는 없다! 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면 그냥 그대로 포기하는가? 이것도 본 작품으로서는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 엔딩인것이,

  • 애초부터 여동생인 키리노가 진히로인 포지션이라는것은 누가 봐도 딱 알 수 있는 사실.
  • 서브히로인 중 한명을 택해 공인 엔딩으로 간다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진히로인의 법칙을 깨는 것이라서 이상하고 (실제로 진히로인인줄 알았어? 훼이크다 병신들아!를 시전한 작품도 몇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만 그렇다 치고..)
  • 그렇다고 아무도 택하지 않은 채 모두가 그냥 친구인 채로 평온하게 남은채 이야기가 마무리되는것도 12권을 거쳐 관계 플래그를 세워온 시점에서는 너무 흐지부지한 엔딩.

한마디로 답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냥 작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그래서 사실 엔딩 그 자체, "누가 진히로인인가?"의 답은 누구나 이미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제가 제일 궁금했던건 그렇다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끝을 낼 것인가. 위에 말했던 이제까지 수많은 다른 여동생물 작품들이 넘지 못했던 현실의 벽을, 내여귀는 어떤 다른 방법으로 넘을 수 있을것인가? 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어떤 의미에서는 성공, 어떤 의미에서는 실패. 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뭔 소리야.. 하실텐데, 살펴보자면:

결국 내여귀는 끝까지 작품 자체의 현실성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피 안섞인 남매 설정' 탈출구를 이용한 것도 아니고, 사랑의 도피를 한 것도 아니고. 쿄우스케가 마지막에 지른건 "현실따위 개나 줘버려!!"같은 말투였는데, 이건 결국은 그 현실속에서 주위의 비난을 받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겠다-라는 선언을 한것이지 작품 자체의 현실성이 터무니없는 전개나 설정으로 인해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요. 이런 측면에서는 여동생물로서는 성공적인 엔딩이라고 하겠죠. 하지만..

그것이 사실 임시적, 일정 기간동안만의 연인 행세였고 후에 그냥 평범한 남매 사이로 돌아왔다는 것은.. 저도 좀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흡사 '롤백'했다는 느낌일까요? 결국에는 사랑이 완전히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니, 이런 의미에서는 실패라고 봐야겠지요. 역시 이럴수밖에 없었나, 결국 내여귀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마는구나, 넘어서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로는 분명히 하나의 히로인을 택하고 다른 모든 루트의 매듭을 깔끔하게 지은 뒤 결말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흐지부지한 엔딩은 피한 채, 작가로서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엔딩을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내여귀'라는 작품은 성공적인 엔딩을 맞이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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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yea, I know what you're thinking...

...뭔가 머리속에 있던 생각을 정리하고 줄줄이 쓰다보니 엄청나게 긴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다 적고 나서 보니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은 류의 글이 된 것 같습니다.-_-; 음..

아무튼 워낙 파격적인(?) 엔딩이었던지라 실망한 사람들도 많고 나름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던데요. 이래저래 저는 결말에 꽤나 만족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키리노 외의 다른 여주인공들도 너무 매력적인지라 정말 한명도 빠짐없이 너무 안타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뭐.. 이쪽은 그래도 원작자가 직접 시나리오에 개입해서 개별 루트를 쓴 게임이 또 있으니.. ㅎㅎ

4년동안 정말 재밌게 본 시리즈가 막을 내리니 시원섭섭하네요.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후시미 츠카사 작가님과 애니판 제작에 관여한 모든 관련 스태프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설마 있겠나 싶겠지만 이런 두서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당신에게도 감사를. :)

responses

3 comments

  • 요행 2013/11/3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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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제대로 정리해 주셨군요
    어차피 여동생물 결말은 뻔하니 그저 작가의 결단만이 필요한 시점..
    그리고 확실히 내여귀는 긴 제목 열풍을 몰고 온 대표적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의외로 성공적인 엔딩인 것 같다고 하시기에 살짝 놀라긴 했습니다만 이제 보면 상당히 공감도 되는 것도 같습니다 lolol
  • LI-NA 2013/12/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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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엔딩 자체는 뭐라 못하겠는데 쿠로네코가 너무 불쌍해서...ㅠㅠㅠㅠㅠㅠㅠ
  • Thank You 2014/09/0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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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진짜 제대로 정리해주셨네요 ㅠㅠ 엔딩을보고도 머랄까 휴유증인가? 아직허전함인가 남아있어서 구글링 하던중 우연히 들어와서 천천히 읽게됬는데 이야...감사합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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