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une HD 실사용 데모 영상을 찍어보았다.. 외 최근의 음악 플레이어 앱들에 대한 잡담

2013/12/04 17:05

Zune HD. 국내 한정 별칭 준후덜. 중고로 구입해서 사용한지 벌써 3년이 지났는데요, 아직까지 쌩쌩하게 잘 굴리고 있습니다. 몇번 떨어뜨리고 해서 모서리 기스도 나고 화면 스크래치도 나고 색도 바래고 나사 녹도 좀 슬고 3년이라는 세월을 기기의 몸으로 담아내는 듯한 느낌인데요, 속은 변함없이 빠르고 너무나도 편리한 플레이어라 아직까지도 못 버리고 계속 쓰고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저는 준후덜보다 좋은 음악 플레이어를 보지 못했습니다. 2010년과 2013년의 사이면 국내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태블릿이 나오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세가 되고 무제한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들이 줄줄이 시작하고.. 하여튼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정작 기기는 진화했지만 그 최신 기기에서 사용하는 음악 앱은 왜 3년 전의 제품을 뛰어넘지 못한것일까 싶기도 하구요.

아이폰5로 오고 나서 그동안 포기하고있었던걸 다시한번 시도해볼까 해서 iOS용 음악 앱을 열심히 찾아다녀봤지만 (기본 앱은 두말할것없이 BAD) 하나같이 다 어디인가가 좋으면 어디가 안 좋고.. 기능이 쓸만하면 디자인이 안 좋고. 사실 기능이라고 해도 별로 큰걸 바라는건 아니고 딱 두가지만 있으면 되는데, 1. Album Artist로 묶기, 2. 즉석 Queue (플레이리스트/대기열) 기능.

Zune HD를 3년간 써오면서 가장 편리하다고 느낀게 바로 이 플레이리스트 관련 기능이었습니다. 실제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면,

  1. 오늘은 애니송을 비롯한 일본 음악이 듣고싶다.
  2. 장르별 정렬로 가서 Anime 장르와 J-Pop 장르 항목을 전부 Now Playing 플레이리스트에 추가.
  3. 셔플 옵션을 키면 리스트가 뒤섞인다.
  4. 잘 듣던 중에 갑자기 어느 리겜곡이 듣고싶어졌다.
  5. 라이브러리에서 곡을 찾고, 여기서 일반적이었으면 그냥 재생을 누르고 지금 플레이중이던 플레이리스트가 다 날아가버리겠지만, 그게 아니고 곡을 Now Playing에 추가.
  6. 지금 재생중이던 곡의 바로 뒤에 곡이 추가된다. 다음 트랙으로 스킵해서 듣고싶은 곡을 바로 듣고, 그 곡이 끝나면 다시 기존의 플레이리스트 재생을 계속.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말씀. 이렇게 구체적으로 셔플과 관련된 동작이 똑같은게 아니라 해도, 단순히 ‘지금 재생중인 플레이리스트에 개별 곡을 추가’할수있는 기능이 있는 앱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비슷한 것이 있긴 했지만 불완전했고 메인 음악앱으로 쓰기엔 무리가 있는 정도. 최근의 iTunes PC/맥 버전에는 이것과 비슷한 Queue 기능이 생겼다고는 하는데 아직까지 iOS 기본 음악 앱에는 그런 기능이 없습니다.

이런 장황한 설명을 왜 갑자기 했냐면.. 위에 올린 영상을 갑작스럽게 찍고 만들게 된 이유가 바로 최근에 느낀 이 답답함때문이었거든요. 내 준후덜은 이런것들이 다 되고 너무 편한데 왜 요즘의 앱들은 이게 안 되니! 싶기도 하면서, 비록 지금은 브랜드도 죽고 기기도 단종되고 소프트웨어 개발도 중단된 비운의 Zune 이긴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에도 Zune HD가 최고의 음감 디바이스임에는 당당히 단언할 수 있기에 그것을 좀 영상으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3년 전의 이 글을 봐도 제목에 Part I만 쓰고 이후 글을 쓰지 못한 영원히 끝나지 않은 시리즈 포스팅이 되어버려서 뭔가 볼때마다 기분이 묘한데, 리뷰는 아니긴 하지만 이제 와서 단종된 디바이스의 사용 영상을 올리는게 좀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하기도 싶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