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중앙아시아) 식당, 사마르칸트에 가다

2014/07/27 00:52

몇주전인가 루리웹 베스트 글에 올라 오른쪽에 가있던 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7년 반동안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에 가족과 함께 살다 왔던지라, 중앙아시아 음식이라고 하면 귀국한지도 벌써 7년이 넘어가는 지금에서는 거의 아련한 추억같은 느낌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었는데, 오랜만에 낯익은 음식들 사진과 이름이 소개되어있는것을 보고 상당히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언제 한번 가족과 함께 여길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왔습니다.

사진 찍은 날짜가 7월 14일로 되어있는걸 보니 벌써 2주 전이군요(..)

검색을 좀 해보니 ‘사마르칸트’ (‘사마리칸트’는 간판 제작시? 업소명 등록 시 잘 못 등록해 굳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사마르칸트(Samarqand/Samarkand/우즈벡어:Самарқанд)가 맞는 발음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지명중 하나입니다) 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중앙아시아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이 여러군데 있었는데, 일단 제가 보았던 글에 소개된 곳은 동대문에 위치한 지점이었던 고로, 이쪽으로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골목으로 찾아들어가보니 바로 옆에 같은(비슷한) 이름을 가진 식당이 또 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동대문 일대에서 ‘사마르칸트’로 영업하는 식당 여러곳이 있는데 우리가 갔던 곳과 바로 옆에 있던 두군데를 같은 점주가 운영하고 있고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또다른 사마르칸트는 또 다른 주인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조금 헷갈리네요.

아무튼 우리가 갔던 곳은 전화번호가 2277-4261인 곳이었습니다(..) 혹시 찾아가시려는 분을 위해 다음 지도 링크를 첨부합니다. [링크]

메뉴판을 쓱 훑어보니 대부분이 정말 현지에서 우리가 먹었던 기억이 나는 그런 친숙한 메뉴들이었습니다. 식당 분위기까지도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약간 싼티나는 느낌의 조명, 인테리어에 더해 약간 수수한 느낌의 음식들이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쌈싸 (самса, Samosa/사모사). 현지에서는 식당에서 시켜먹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길거리에서 닭꼬치나 붕어빵 팔듯이 키오스크에서 만들어 파는 군것질거리 였습니다만. 하나를 시켜서 칼로 잘라 나눠먹었습니다.

쁠로브 (плов, Pilaf/필라프) 현지에서 일명 ‘기름밥’으로 부르던 일종의 볶음밥. 보통 옛날 우리 한국의 가마솥 크기만한 큰 냄비에 기름을 콸콸 붓고 밥, 당근, 고기 등을 넣고 볶는 음식입니다. 기름이 그릇 밑에 고일정도로 정말 많이 들어가는데 의외로 그리 느끼하진 않습니다. 제가 외국 살때 가장 좋아했던 음식중 하나.

라그만 (лагман, Lamian/Laghman). 감자, 당근에 각종 야채와 향신료를 더한 (기름진) 국물에 우동처럼 굵은 국수를 넣은 요리. 이건 현지에 처음 갔을때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너무 배고파서 눈에 보이는 아무 허름한 식당이나 들어가서 아직 말도 잘 안통하는데 어찌어찌 시켜서 나온걸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나는데요. 역시나 옛날 생각이 나더군요.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현지 음식중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것을 소개해보라 그러면 빠질 수 없는 샤슬릭 (шашлык, Shashlik). 가장 설명하기 쉬운 요리로, 그냥 고기 꼬치 구이(..)입니다. 사실 어떤 고기라도 덩어리로 쇠 꼬치에 껴서 구울수 있지만 통상적으론느 닭고기, 돼지고기, 양고기를 가장 많이 먹고 우리는 그중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양고기를 시켰습니다. 현지 사람들은 뭔가 양파를 항상 많이 곁들여먹던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양파가 듬뿍 얹혀 나왔습니다. 여기와 고기에 저 사진 뒤에 보이는 빨간 소스 비슷한 것을 끼얹어 먹으면 고기의 느끼한 맛이 좀 덜해집니다. 약간 매콤하기도 하고 시큼하기도 하고 그런.

양고기는 냄새때문에 꺼려하시는 분이 있는데, 익숙해지면 이것만큼 깔끔한 고기도 없어요.

마지막으로 시킨 삘몌늬 (пельмени, Pelmeni) 는 러시아식 물만두. 사진속 그릇의 양 좌우에 보이는 흰 소스 비슷한 것은 ‘스메타나’로, 신 맛이 나는 발효유의 일종입니다. 현지에서는 이걸 보르시 등에다가도 타먹고 하는데 저는 특유의 시큼한 맛이 싫어서 좀 꺼려합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마신 음료는, 사진에는 따로 없지만 역시 중앙아시아 공통의 국민 음료(?)인 챠이 (чай, tea), 라고 부르는, 실상 그냥 홍차(Black Tea). 외국에서 살때는 사실 차를 별로 안 좋아해서, 어디 손님으로 가서 항상 이게 나오면 각설탕 두세개를 넣고 완전 설탕물로 만들어 먹고는 했습니다. 근데 이것도 추억보정인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음식하고 같이 그냥 밍밍한 맛으로 따듯하게 마시니 참 괜찮더군요 ㅎㅎ

그렇게 우리 가족은 정말 오랜만에 향수를 느끼며 거의 제2의 고향과도 같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음식을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여기 오려고 인터넷에서 각종 후기 등 글을 찾아보다가 한가지 재밌는 걸 읽었는데, 한 블로거 분이 여기를 방문했다가 음식 전체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특유의 현지 향신료 냄새와 이국적인 맛에 못 이겨 음식을 다 못먹고 남기고 나왔다는 후기를 읽었습니다. 확실히.. 그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건 우리가 그만큼 오래 살다 와서 적응이 되었던거구나 싶기도 하고, 한편 가만 보니 정말 이국적이긴 하더군요.

요즘에야 글로벌 시대라 해서 평소 외식하면 우리나라 음식 이외 나라 음식도 잘 먹긴 하지만 (그래봤자 일식, 중식, 양식 이겠지만) 중앙아시아 음식은 좀처럼 찾기 어려우니 말이죠.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라면 과연 이걸 맛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어떤 면에서는 같은 아시아 계통이라는 의미에서 우리나라 음식과 비슷한 면도 있는것같긴 하지만요. 도전해보실 분은 한번 시도해보시는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