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2014] [#17] Day 10 : 홋카이도 – 일본 최북단 왓카나이

2015/01/19 01:23

Day 10

10월 30일 목요일

아오모리에서 삿포로까지 가는 밤 기차를 타고 정신없이 자다가 깼을 때는 새벽 6시, 거의 목적지까지 다 왔을 시점이었습니다. 중간에 멈춘 하코다테역에서 열차 방향이 반대로 바뀌어서 한참을 거꾸로 앉아서 온 것도 눈치 못 채고 정말 잘도 잤네요. 10분 내로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와서 눈 비비고 할 틈도 없이 짐을 챙겨 내릴 준비를 합니다.

삿포로역에 도착해서 역을 나와서 시계를 보니 6시 20분정도. 현지 기온은 영상 3도로, 역시 북쪽이라 꽤나 춥습니다. 위도로 따져도 삿포로시는 이미 북한의 최북단 지점보다도 높게 위치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다행히 이를 예상해서 옷은 준비해온 잠바를 겹겹이 입어서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타테야마 산에 올라갔을때 정도 체감이려나요.

새벽시간대라 그런지 역사 내도 주변 거리도 상당히 한산했습니다.

뭔가 좀 으스스할 정도로(..) 아무리 그래도 도심의 제일 큰 역 앞 거리인데 이렇게 차가 없다니 ㄷㄷ..

홋카이도에 머무는 2박은 삿포로역에서 도보 5분정도 거리인 삿포로 아스펜 호텔로 잡았습니다. 물론 시간이 아직 이르니 체크인은 하지 못하고, 항상 그렇듯이 캐리어를 맡겨놓고 필요한 물건만 빼서 배낭에 정리해 메고 나왔습니다.

근처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간단하게 사갖고 다시 역으로 향합니다. 왓카나이(稚内)로 가는 열차를 타야하거든요.

왓카나이는 ‘일본 최북단’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도시로, 홋카이도의 가장 북쪽 끝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여기에 JR 홋카이도가 운영하는 왓카나이역이 있고 당연히 ‘일본 최북단 역’이 되겠지요. 삿포로에서 왓카나이까지 직행으로 운영하는 열차는 <슈퍼 소야>(スーパー宗谷)로 하루에 2번 왕복합니다. 첫차가 오전 7시경에 출발하고 두번째가 오후 1시경에 출발하는데,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5시간이나 되어서 당일치기로 갔다 오려면 첫차를 타고 가서 잠시 둘러보고 막차를 타고 오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 일정에서는 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 엄수! 어디서 뭐 하나 놓치는 즉시 하루 일정이 전부 틀어지는 고로 서둘러서 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있는 아사히카와까지는 복선전철화 된 구간이라 슈퍼 소야로 1시간 40분 소요. 다른 노선과 비교해도 가장 빠른 루트라 그런지, 전부 다 관광객같지는 않고 출근하는것같아보이는 승객도 더러 있었던것 같습니다.

불과 한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6시에 삿포로 역에 내렸을 때 와는 비교가 안 되게 사람이 많이 붐볐습니다.

시간이 다 되어 우리가 타고 갈 열차가 도착! 창문이 천장까지 연결된 차량 구조가 신기합니다.

객실 내부는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승객이 다 타고 열차가 출발하는것을 확인하고, 앞자리가 비어있길래 의자를 돌려서 편하게 발을 뻗었습니다. ^^ (사실 소심하게 있다가 옆좌석이 그러는걸 보고 따라해봄)

* * *

2시간 정도를 달렸습니다. 아사히카와를 지나 이제는 소야 본선을 타고 왓카나이까지 올라갑니다. 철로가 단선인 관계로 속도도 다소 느려졌습니다.

밤새 배터리 충전을 못해서 별로 낭비할만한 전력이 없네요. 최후의 수단인 맥터리(맥북에어)가 있긴 하지만 이건 정말 나중을 위해 아껴두기로 하고.. 그냥 느긋하게 창밖이나 보면서 가기로 합니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본 홋카이도의 경치는 무언가 땅덩이가 넓고 굉장히 여유가 있는 느낌의 자연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중 몇몇 작품이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한 것이 있었던지라 작중 묘사된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뭔가 상상했던 느낌과 얼추 맞는다는 인상이네요. 아직 눈이 펑펑 올 시기는 아니라 늦가을의 녹갈색이 만연했습니다.

* * *

왓카나이 도착

또 한참을 달려서 드디어 종착역인 왓카나이에 도착! 시간은 오후 1시 10분.

W-80 Wakkanai

보시다시피 단선식 승강장입니다.

“일본 최북단 역” 팻말.

본 역은 2011년 4월 3일에 새로 지어진 역으로, 구 역사의 최북단 선로는 기념물로써 레일만 유지되고 있습니다. (엔하위키 출처)

새로 지은 역이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승강장도 하나밖에 없고 나오면 작은 대합실이 있고, 대신 그 옆에 연결된 건물로 영화관이 입점해있는 듯 했습니다.

역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있습니다.

왓카나이까지 온건 기차로 왔다 치고, 여기에서는 어떻게 돌아다닐까요? 도시처럼 대중교통이 있는것도 아니고, 시간도 촉박한 관계로 렌터카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걸 위해 미리 국제면허증도 발급받았다는것 아니겠습니까! 하핫. 2시로 미리 예약을 해두어서 픽업만 하면 되고, 먼저 어딘가에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때마침 바로 앞에 라멘 집이 보이네요. 바닷가라 바람도 세차게 불고 추운데 따듯한 국물이나 먹자!

메뉴가 시오라멘(소금)과 쇼유라멘(간장) 두가지밖에 없네요. 쿨하다! 원래 라멘집은 메뉴가 적을수록 더 전문적이라 맛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요. 조리도 할아버지 한분이 다 하고 계산까지, 혼자서 운영하시는 모양입니다.

쇼유라멘은 난생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국물이 그렇게 짜지 않고 맛있었습니다. 🙂

* * *

렌터카로 차를 빌리다

잘 먹고 나와서, 시간에 딱 맞춰서 렌터카를 가지러 갔습니다. 렌터카는 JR에서 운영하는 게 가장 싼데 (그리고 JR패스가 있으면 할인도 됩니다) 왓카나이는 워낙 변두리라 여기엔 없고, 대신 타임즈 카를 이용했습니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둔 관계로 이름을 말하니 서류를 금세 찾아서 주더군요. 외국인인걸 보고 좀 당황해했지만 짧은 일본어로 어찌어찌 잘 설명 듣고 금액을 지불, 차 키를 받았습니다.

마즈다 차량. 소형차지만 일행 4명이서 타고가기엔 딱 맞는 사이즈였습니다. 이후에 홋카이도 일정에서 2차례 더 렌터카를 했었는데, 요때 탔던 차가 제일 좋았던것 같네요. ^^;

내비게이션에 목적지인 ‘소우야 곶'(宗谷岬)를 찍고 곧바로 주행 시작. 우측 핸들을 몰아보는건 처음이라 긴장되네요. 그리고 차도 처음 몰아보는 종이라 액셀과 브레이크 감도가 아직 익숙치가 않아서 처음엔 좀 많이 튀었습니다. ㅎㅎ;

왓카나이 역에서 소우야 곶까지는 자동차로 약 40분정도가 걸립니다.

옆에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한산한 도로에서 여유롭게 달리니까 기분이 좋았습니다. 갈때는 제가 운전하고 올때는 친구와 교대해서 제가 좀 구경을 하기로.

도착.

차는 주차장에 세웠습니다. 다행히도 주차비같은거 없다!

바다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희미하게 저 멀리 사할린이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조금 흐린지라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이네요. 소우야 곶 기준 사할린까지의 거리는 약 43km까지라고 합니다.

일본 최북단 “땅의 비(地の碑)”.

어딜 가도 신사는 항상 있는듯..

북쪽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지는것 같기도… 는 북쪽이 아니라 동쪽이라 그러겠지만요. 실제로 삿포로 시가 우리나라 서울과 거리상으로는 1시간정도의 시차가 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대는 같은 UTC+9니.. 당연히 해가 빨리 지는것처럼 느껴지는게 맞군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관계로, 대충 둘러본 뒤에 차를 몰고 바로 근처에 있는 ‘기도의 탑’ 부근으로 갔습니다. 소우야 곶 바로 뒤에 언덕을 조금 올라가면 금방입니다. 내비게이션을 보고 가니 약간 돌아서 갔지만..

간단하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습니다

여기에는 ‘세계 평화의 종’도 있습니다.

근처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걸 확인하고 소심하게 종을 한번 울려보았습니다. ㅎ

전혀 몰랐는데 읽어보니 이게 1983년에 있었던 KAL기 격추 사건을 추모하는 조형물이었더군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지만 끔찍한 사고였던건 알고있었기때문에.. 잠시 숙연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러시아와 가까워서 그런지 평소의 영어, 한글, 중국어 병행표기와 더불어 러시아어도 자주 보였습니다. 오랜만에 읽으니까 뭔가 반갑기도..

뭔가 해가 지면서 자아내는 색깔과 함께 넓게 펼쳐진 초원이 묘한 기분을… Windows XP Bliss

근처 곳곳에 평화를 상징하고 기원하는 조형물/기념비들이 많이 세워져있습니다.

약간 높이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길래 냉큼 올라가봤습니다. 역시 사할린은 안 보이네요. 아쉽.. ㅋㅋ

사할린까지 43km, 오키나와까지 2,849km, 앵커리지까지 4,845km(…..)

이제 슬슬 돌아갑시다.

돌아가는 길은 조수석에 앉아서 충분히 풍경을 구경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간 못 맞출까봐 조마조마 했지만요(..)

사실 본래 계획에 시간이 넉넉했다면 왓카나이역에서 차타고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소우야곶에서 가는 길에 들릴 수 있는 위치) “일본 최북단” 오락실에 들러서 투덱 행각을 뙇! 하고 찍고 인증을 해보고 싶었지만 도저히 아무리 해도 시간적 여유가 나지 않아서 그냥 지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 * *

삿포로로 돌아갑시다

왓카나이역 근처에 도착해서는 서둘러서 차를 반납 하고, 역으로 뛰어갔습니다. 도착하니 4시 30분, 출발까지 20분정도 여유가 있네요. 빨리 먹을것을 구하러!

저녁으로 기차에서 먹을 에끼벤을 사러 왔습니다. 선택지가 두개밖에 없네요. 그리고 비싸! 그래도 특산물 답게 게 벤또니까.. 납득하고 냉큼 사왔습니다 (것보다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

급하게 필요한것들을 사가지고 역 대합실로 오니 뭔가 촬영을 하고 있네요. 딱 봐도 뭔가 아침 생방송 느낌의 프로에서 코너로 할법한 ㅋㅋ;

슬슬 열차에 탑시다.

올 때타고 왔던 열차와 동일한 슈퍼 소야 열차.

이번엔 맨 앞좌석 차지! 기관실까지 훤히 보입니다. 예아-

하지만 해가 지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캄캄한 외길 철길을 4시간 가량 달리는지라 뭐 구경하는 재미는 없었습니다. ㅋㅋ;

적당한 시점에서 도시락을 까먹었습니다. 음.. 독특한 맛이군요.

할 게 없어서 요저번에 아키바에서 산 NEW GAME 코믹스를 펼치고 읽었습니다.

그 유명한 짤방

* * *

중간에 이런 해프닝도 있고…

열차는 달리고 달립니다.

아사히카와역을 지나고 나서 복선이 되고 나니 이제 좀 속도가 붙었습니다. 오후 8시 43분.

삿포로역 도착! 시간은 밤 10시 17분입니다.

돌아왔습니다. 이야 피곤하네요.. 시간도 시간이고 피곤해서 다른거 구경할 생각 안 들고 곧바로 호텔에 들어가서 뻗었습니다. ㅋㅋㅋ

호텔 들어와서 잊지 않고 제일 먼저 한 것은 물론 전부 배터리가 나간 기기들을 충전하는 것. 멀티탭을 갖고 온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은 홋카이도의 동쪽을 차로 돌아볼 계획입니다. お楽しみ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