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디지몬의 추억 : 디지몬 스토리 사이버 슬루스 클리어 및 감상평

2015/05/02 19:12 / Games

(주의: 서론이 좀 깁니다. 추억팔이 이야기를 읽고싶지 않으시다면 아래로 점프해주세요.)

(스포일러 주의: 스토리에 대한 누설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게임 내 등장하는 디지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서론: 추억팔이

비슷한 나이대의 성인들이 어떠한 연유로 한자리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종종 추억팔이 하는 이야깃거리들이 튀어나오곤 하죠. 그리고 추억팔이라고 하면 역시 어릴적 취미나 관심거리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게,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자라온 배경이 달라도 나이대만 비슷하면 높은 확률로 겹칠만한 소재를 찾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나둘씩 기억나는 것들을 말하다보면 반드시 "아 맞아 그거 그거!" 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 그 시절 유행했던 음악이라든가, 인기있었던 영화배우라든가, 즐겨봤던 만화라든가, 문화적인 것과 연관된 것들이 주를 이룹니다.

일단 제 이야기를 좀 해보면 저는 90년대생이기 때문에 제가 한창 초등학생/중학생이었을 때인 98~2000년대 초반에는 컴퓨터나 인터넷문화는 아직 그리 발달되지 않았던 때였고, 애들 사이의 관심거리나 주 놀이문화는 만화책이라든가 TV에서 방송해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해당 작품과 관련된 완구를 문방구에서 사갖고 논다거나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옛부터 어린 남자아이의 로망이라고하면 변신로봇이 빠질 수 없었던지라(..) 관련 애니메이션이나 장난감이 불티나게 팔리곤 했습니다.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그리고 부모님들의 지갑을 털 여러 시리즈와 프랜차이즈가 있었지만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이라고 하면 역시 가장 강력했던 것은 '포켓몬'과 '디지몬'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두 시리즈의 애니메이션이 국내 처음 들어와 폭풍같은 인기를 끌면서 모르는 애들이 없을 정도였고, 때마침 이름도 컨셉도 비슷해서 틈만 나면 포켓몬, 디지몬파로 갈려서 어느쪽이 더 우월하느니 다투는걸 보는건 일상이었습니다. ......이건 뭐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요(..)

하지만 저는 2000년에 가족과 함께 카자흐스탄으로 나가는 바람에 이런 것들을 접하거나 놀이거리를 쉽게 입수(?) 할 수 있는 루트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외딴 곳 가서도 참 용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열심히 덕질을 했네요. 물론 그 때는 그게 덕질인 줄 몰랐지 엄밀히 따지자면 포켓몬은 외국 나가기 전에 TV로 애니메이션이 SBS에서 처음 방영할때 봤던 기억이 나긴 합니다만 정작 디지몬은 외국 나가서 처음 봤습니다. 대체 카자흐스탄 같은 나라를 가서 대체 무슨 수로 디지몬을 봤냐 하면..

외국에서 살아본 한인이라면 공감할만한 소재거리 하나입니다만, 어딜 가도 한국음식을 꼭 먹어야하는 한국인 특성상 어느 나라에 가도 한국에서 들여온 식품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분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또 장사를 하려면 정기적으로 화물을 한국에서 보내는데 이 때 덤으로 오지에 살면서 한국의 문화에 메말라있는 동포를 돕기 위해(..) 한국의 TV 방송들을 비디오로 녹화해 보내오면 교포들이 대여해서 보고 하는 그런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카자흐스탄도 예외는 아니었고, 제가 현재 어릴 적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 대다수의 (일본쪽) 애니메이션은 이 루트로 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이라 뭐 우리나라처럼 학원이 있는것도 아니고 낮에 학교 갔다오면 남아도는게 시간이었고, 달리 놀 거리가 많았던 것도 아니라 그렇게 비디오를 빌려서 각종 애니메이션을 참 많이도 봤습니다. 지금 와서 흔한 4쿨짜리 52편짜리 TV 애니메이션 정주행하려하면 시간이 없어서 엄두도 안 나는데 그땐 진짜 어떻게 다 봤지 싶습니다만(..) 디지몬도 그렇게 처음 접했는데 역시 인기작은 어디서나 알아주는지, 현지에 있던 다른 재카 한국인 가정 아이들끼리 만나면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본 건 본 건데, 어쩌다가 디지몬에 빠져들었는지 계기를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엄청 열심히 팠습니다. 2년에 한번 씩 한국에 잠깐 나오면 내가 해야할 것은 오직 하나: 문방구에 가서 내 돈이 허락하는 한 모든 디지몬 관련 상품들을 사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굿즈 덕질이네.. 물론 초딩 꼬마애가 돈 모아봤자 몇 만원도 안 되었지만요. 디지몬 TCG 카드 팩들을 모으고 디지바이스 완구를 사고.. 남들 다 게임보이 어드밴스 갖고 놀 때 혼자 굳이 디지몬 게임 하겠다고 원더스완 컬러를 고집할 정도로 그 때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디지몬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일본어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도 디지몬이었네요. 2003년경에 외국에서 제 유일한 덕질 경로였던 모뎀 인터넷 선을 타고 디지몬 관련 정보를 찾아헤매던 중 어떠한 루트로 일본판 디지몬 원더스완 게임 ROM파일을 입수하게 되었는데, 그 게임을 돌리면서 도통 아이템이라든가 디지몬 이름을 읽을 수가 없어서 히라가나/카타카나 오십음도 표를 만들어 인쇄해 벽에 붙여놓고 열심히 대조해봐가면서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덕질 파고들다보면 원산지에 더 가까워지는게 가장 최신 정보를 많이 빠르게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인지라 그걸 그 때 이미 파악을 했었는지 이 다음에 한국에 나왔을 때는 한일사전을 사갖고 들어가기도 했고.. 아, 디지몬 테이머즈 (애니메이션 3기) 중반부터는 슬슬 한국 식품점에 비디오 들어오는 딜레이를 기다리기도 지쳤는지, 만능 인터넷으로 눈을 돌려서 일본 TV방송 립에 자막을 입힌게 돌아다닌다는걸 깨닫고(무려 RealMedia) 현지의 인터넷 속도로는 도저히 동영상을 받을만한 환경이 못 되어서 한국에 나가거나 할 때에 열심히 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아서 하드에 파일을 받아오곤 했습니다(..) 당연하지만 그 땐 저작권의식이고 뭐고 없을 나이대였지만요(.. 덕질 할만한건 벌써 다 했네

뭔 서론이 이렇게 기냐 싶으시겠지요. 저도 적다보니 뭐 이리 할 말이 많나 싶습니다.

요점은, '디지몬'이라고 하면 제 어린 시절을 대표할만한 소재거리라고 할 만큼 기억에 많이 남는 시리즈였다고 하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 들어서 디지몬 시리즈 자체는 아쉽게도 포켓몬과는 달리 대조적으로 하향길인 추세였습니다만, 제작자들이 그래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아서 최근들어 디지몬 어드벤쳐 15주년을 빌어 애니메이션 3기 제작 발표도 나오고,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모양입니다. 어릴 적 추억으로 기억은 하지만 마지막으로 게임을 한지도 애니메이션을 본지도 관심을 가져본 지도 꽤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간만에 디지몬 관련 소식이 들려오고 또 때마침 구입하게 된 비타용 신작 게임이 나온다는 소식에는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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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스토리 사이버 슬루스

Sleuth라는 단어는 영어로 '탐정', '형사'라는 의미입니다. ...는 저도 이걸 게임을 다 깨고 나서 글 쓰다가 사전 찾아보기까지 의미를 몰랐습니다 ㅋㅋㅋ 게임 내용은 이해했는데 제목을 끝까지 이해 못하고 있었다는게 개그네요(..) 처음부터 제목 의미를 이해했으면 초반 스토리 이해가 좀 더 자연스러웠을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제목대로 게임의 기본 스토리 설정은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주인공이 전뇌탐정(말 그대로, Cyber Sleuth)이 되어 EDEN이라는 가상(전뇌)공간과 현실세계를 오가며 각종 문제, 이현상들을 풀어 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게임은 기획 단계부터 주요 타겟을 '어른이 된 디지몬 팬'으로 잡아서, 이제껏 나온 어느 디지몬 미디어믹스에 비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성숙미를 물씬 띄고 있습니다. PSP로 나왔던 디지몬 스토리 리디지타이즈 게임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한 야스다 스즈히토가 이번작에도 참여했는데, 리디지타이즈때도 사람들이 뭔가 더이상 애들용 게임의 캐릭터같지 않다는 평이 많았는데 이번엔 아예 작정하고 파워 업을 시킨 모양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등장하는 여캐들의 복장이 정말 하나같이 다 존재감이 넘쳐서(?) 아, 이건 어른용 게임이구나 하는걸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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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존재감의 캐릭터 디자인 덕인지 등장인물들이 다들 개성이 넘쳐서 스토리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이 극중 인물중 가장 평범하다고 느낄 정도(..) 아, 참고로 주인공은 남자와 여자를 처음에 고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기본 이름 외에 닉네임 입력도 가능합니다만 게임 내 등장인물들의 음성대사에서 주인공 이름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음성만 다른 호칭으로 불러주거나 스킵하는 식으로 처리를 했습니다.

엔딩까지 오고 나서 느낀것은 스토리가 예상 이상으로 굉장히 잘 쓰여져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다 따로따로 놀던 것처럼 보이던 등장인물들, 개념들, 사건사고들이 나중에 하나로 뭉쳐지는걸 보면서 예전에 봤던 여러 다른 작품들의 스토리들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본작의 핵심 설정이 되는 '가상공간'의 컨셉과 '디지털'과 '리얼'이 겹쳐지는 개념, 또 평행세계의 개념 등 여러가지를 보다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긴데..? 싶기도 하지만 나쁜 의미로 베낀 느낌이라기보다는 여러 작품에서 좋게 평가되었던 요소들을 벤치마킹해 조화롭게 잘 묶어놓았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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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장르의 게임은 엔딩이 유치하거나 진부해지기가 쉬운데, 대충 넘어갔을수도 있는 부분들을 진지하게 다루어서 논리적으로도 납득이 가고, 동시에 긴장을 풀어주는 개그들을 사이사이에 넣어주어 스토리상 텐션의 밸런스를 잘 맞추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라이트하고 유치한 스토리도 재미가 없지만 반대로 너무 무겁고 어둡고 진지한것만 계속되어도 보는 사람이 피곤해지니 말이죠.

게임 시스템

게임의 배경은 도쿄 도심으로, 유명한 스팟들 몇군데가 플레이어가 돌아다닐 수 있는 맵 에리어로 등장합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홈 베이스라고 할 수 있는 탐정 사무소가 있는 나카노 한군데밖에 없지만 진행하면서 점점 갈 수 있는 곳이 늘어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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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 선택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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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하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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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다만 이렇게 이야기하면 스케일이 엄청나게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움직이다보면 실제 갈 수 있는 지역이 다소 제한적이다라고 느낄 정도로 해당 에리어의 작은 일부만 재현을 해 놓았습니다. 뭐, 근데 애초에 장르가 오픈월드 게임은 아니니까 불만이 될 정도는 아니고,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배경에 다양성을 준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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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이바

그래픽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휴대용 게임기인걸 감안했을 때 이정도 퀄리티로 뽑아줬다는 건 상당한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다이바가 처음 등장했을때는 스테이지 배경 건물 거리들 텍스쳐와 전체적인 분위기의 몰입감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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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 EDEN 내부의 디자인이라든가 UI도 최신 게임이라는 느낌으로 세련되게 잘 만들어져있습니다. 현실세계는 확실히 현실적으로 묘사된 반면 가상공간이나 던젼 등은 특유의 사이버 느낌이 나도록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잡은 것 같습니다.

배틀, 육성 시스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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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은 턴제로 우측에 있는 타임라인 순서대로 차례차례 행동을 취하는 방식입니다. 스피드가 빠르면 움직일 수 있는 턴이 많이 돌아오는 것. 배틀 멤버로는 3체를 내보낼 수 있고, 교체멤버 8체 해서 파티로는 최대 11체를 데리고 다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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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의 타입 상성과 비슷하게 여기에도 기존 디지몬에 있었던 종족 분류에 속성을 추가해 가위바위보를 만들어놨습니다. 종족으로는 백신 > 바이러스 > 데이터가 있고 속성은 불 > 풀 > 물, 땅 > 전기 > 바람, 어둠↔빛 이런 느낌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디지몬이 아무리 강해도 적 종족/속성에 비해 불리한 타입이라면 대미지가 0.5배로 감소하기 때문에 유리한 타입으로 상성을 맞추는 것은 필수적인 전략이고, 여러 종류의 디지몬을 다양하게 키우게 되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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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진화 시스템은 애니메이션에서 봤듯이 전투시 일시적으로 진화했다 돌아오는 방식은 아니고, 영구 진화지만 퇴화라는 것이 또 있습니다. 진화시킬 때 요구되는 수치로 레벨이나 특정 스탯뿐만 아니라 '재능'이라는 것이 요구되는데, 이 재능은 상위 성장단계로 진화할 때도 약간 오르지만 퇴화 할 때 크게 오르게 되어있어서, 만들기 어려운 강한 디지몬들의 진화조건으로는 거의 반드시 이 '재능'이 특정 수치 이상일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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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런 거...

따라서 원하는 디지몬으로 육성하려면 배틀을 통한 경험치로 레벨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진화와 퇴화를 반복해서 재능을 올려주고 진화 조건에 맞는 스탯을 위해 특정 스탯을 특훈해주고,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해야하며 그것이 바로 본 게임의 육성 파트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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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무조건 한 종류로만 진화할 수 있는 포켓몬과 달리 디지몬은 한 디지몬이 여러 종류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에 트리를 이용해서 완전히 관련 없어보이는 디지몬으로부터 퇴화, 진화를 거쳐 완전히 새로운 디지몬이 되는 것도 가능하고, 이를 통해 유용한 스킬들을 계승해올 수 있기 때문에 하드한 유저들에게는 더욱 다양한 기술배치와 전략을 짤 수 있는 점이 됩니다.

얼핏 들으면 굉장히 복잡하고 노가다를 요구하는 시스템같아보이기도 한데, 일반적인 게임 진행은 딱히 노가다를 하지 않아도 적당히 진행할 수 있게 밸런스를 잘 맞춰두어서 가볍게 즐기려 해도 크게 걱정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육성 롤플레잉 장르가 다 그렇듯이 천천히 미리 레벨을 높여서 한번에 확 밀고 나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스피디하게 진행하면서 자신이 약간 불리한 전력에서 아슬아슬하게 보스전을 깨고 하는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죠. 어느쪽이든 원하는 방법대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를 진행함에 따라 해금되는 던전 레벨에 따라 등장하는 디지몬들의 레벨/성장단계와 전체적인 배틀 난이도도 적당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좀 미리 육성을 골고루 하면서 진행했는데 그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간혹 몇번을 제외하고는 보스전을 그리 힘겹게 깬 기억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콜로세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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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디지몬을 키우고 진화시키고 도감을 채워가면서 새로운 디지몬을 발견해가며 다시한번 느낀건 본 게임이 얼마나 등장하는 디지몬 자체의 모델에 신경을 많이 썼는가였습니다. 총 240체의 육성 가능한 디지몬이 등장하는데 정말 엄청난 싱크로율로 기존의 익숙하던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을 3D로 재현해낸 것이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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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승리 모션은 대놓고 노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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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봬도 궁극체라는..

메카에서부터 물렁물렁한 젤리형태 디지몬까지, 어느 디테일 하나 대충 한 것 없이 꼼꼼하고 깔끔하게 폴리곤이 다듬어져있고 질감표현도 훌륭하게 재현되어있고, 모든 디지몬의 필살기, 승리 모션 등도 각자 다양하게 탑재가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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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모델링된 디지몬을 마지막으로 본 기억이 2005년에 나왔던 디지몬 X에볼루션 극장판이었던거같은데, 그 때 이후로 시간도 많이 지나기도 했지만 확실히 2015년의 그래픽에 걸맞는 수준의 그래픽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역대급 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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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마리 도감을 다 채운 모습

게임 내 등장하는 240체의 디지몬들은 이제까지 각종 매체에서 등장한 전체 디지몬 수와 비교하면 극히 일부밖에 되지 않지만 TCG라든가 코믹스나 일부에서만 잠깐 등장하거나 한 디지몬들은 지명도가 낮을수밖에 없어서, 가장 인기 있는 디지몬들만 엄선한 것은 잘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주 타겟을 '어른이 된 디지몬 팬들'로 잡은 만큼, 딱 보는 순간 기억을 떠올려 향수를 자극할 만한 디지몬들이 충분히 많이 등장함과 동시에 비교적 후세대 작품들에 속하는 디지몬 세이버즈라든가에서 활약한 주연급 디지몬들도 다소 등장하는 것을 보고 밸런스를 잘 잡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좀 아쉬운것이라면 프론티어쪽 디지몬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것을 꼽을 수 있겠네요. 하이브리드진화라 현 게임 세계관에 끼워맞추기가 좀 어려운 개념인건 이해하지만요.

 의뢰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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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직전 시점의 가득 찬 화이트보드

본 게임에서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 '의뢰' 시스템. 주인공이 원하는 것을 골라서 의뢰를 수락하고 원하는 순서대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얼핏 처음에 봤을 때는 그냥 서브퀘스트를 위한 것인가 생각 했는데 꼭 그런것만도 아니더군요. 간혹 메인 스토리 진행을 위해 필수로 완수해야 하는 미션들도 있고, 따로 떼어놓고 보면 단순한 심부름퀘스트 같은 것들도 있었지만 나중에 와서 보면 그게 어떠한 떡밥이었다든가 메인 스토리의 중요한 일부였다든가 하는 경우가 있어서 부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핵심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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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레코드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메인 스토리의 대단원을 나누는 구분으로 '챕터' 개념이 있고, 총 20개의 챕터에서 큰 흐름으로 보면 대략적으로 10장까지 A, 이후가 B파트로 나뉩니다. 분량은 꽤 되는 편입니다. 저는 중간에 육성 노가다를 좀 하느라 시간을 많이 들이긴 했는데, 일반적인 플레이로 메인 스토리만 빠르게 진행한 다 해도 30-40시간은 거뜬히 뽑아낼 정도의 분량입니다. 꼼꼼하게 가신다면 저처럼 평균 50-60시간정도는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엔딩 직전에 도감 채우기를 병행해서 엔딩시 플레이타임 70시간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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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엔딩을 본 이후에 별도의 이야기나 미션이 있는것은 아니고, 엔딩 후 세이브를 하고 다시 로드하면 최종 보스를 만나러 가기 직전의 상태로 저장이 됩니다. 아직 하지 못한 의뢰나 콜로세움이라든가 디지몬 육성이라든가 메인 스토리 엔딩 후에도 할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토리를 깼는데 엔딩 이후의 상태가 아닌 그 전 시점으로 돌아가는건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는 방식은 아닌지라 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외

서브컬쳐계에 빠삭한 사람이나 최근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좀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들어보면 금세 눈치 챌 수 있겠지만, 성우 캐스팅은 꽤나 익숙한 성우들을 많이 채용을 했습니다. 각 등장인물 역할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네요. 다만 분량 상 게임 내 보이스 지원은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게 서브퀘스트가 아닌 메인 스토리에서도 보이스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번갈아 나오고, 일본어 독해가 약한 저로써는 대사 읽어주는 보이스가 갑자기 끊기면 게임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효과가 있기도.

용량 문제인건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메인 스토리에 주연들 대사는 그래도 다 녹음을 해서 수록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뭔가 사정이 있었나봅니다. 주인공도 남/여 양쪽 다 성우가 있습니다만 유일하게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부분은 배틀 진입할때와 승리/패배했을때의 보이스정도 (힘내! 잘했어! 이런 것들)밖에 없는것이 아쉬웠습니다. 어차피 주인공이 하는 대사는 고정되어있고 간혹 선택지가 나와도 스토리가 분기되는것도 아닌지라 녹음했다 하더라도 분량이 많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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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선택지가 나오면 다 이런 식

간혹 서브미션중에 내용상 알맞은 선택지를 골라야하는 대사들이 나오기는 하는데, 의뢰 실패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아니, 있던가..?) 결국 무슨 선택지를 골라도 진행은 되기 때문에 그냥 너무 일직선인 대화를 지루하지 않게 모양만 입력을 넣어둔 거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후반으로 가면 아예 선택지를 빙자한 단순한 3줄짜리 연속되는 대사같다는 기분이 들기도..

결국 스토리는 분기점이 존재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진행되는 고정된 이야기와 엔딩이라는 말인데, 이 부분도 취향의 차이겠지만 저는 그다지 싫지는 않았습니다. 퀘스트가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있어도 메인 스토리는 꽤나 잘 짜여져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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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디지몬 게임들은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하게 출시가 되었었지만 전부 닌텐도 DS라든가 저사양 플랫폼(..)용 게임이기도 했고 그냥 프랜차이즈를 이용한 다소 어설픈 퀄리티의 게임들이 많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별로 관심이 안 갔었습니다. 리디지타이즈의 경우 그런 사이클을 깨고 조금 더 성숙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게임을 제작했던지라 관심이 조금 더 가긴 했지만 제가 PSP가 없었던 지라(..) 그러다 이번 사이버슬루스는 게임 관련 정보를 보고 공식 웹사이트에서 트레일러를 봤을 때, 딱 아 이번엔 제대로 작정하고 물건을 낼 생각인가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을 해 본 후의 평가를 하자면...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이정도라면 훌륭한 게임이라고 해줄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편의 시스템에서도 신경을 써서 사소한 부분에서도 게임을 하는데 불편이 없었고 그래픽은 말할것도 없이 훌륭했고, 보통 이런 류의 캐릭터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한 게임은 스토리는 그냥 덤으로 여기는 면이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주어서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어릴 적 디지몬을 보고 자란 세대이거나,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제작진의 치밀한 의도대로 충분히 향수를 자극하고 추억에 빠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줄 것이고, 단순히 게임 자체로 평가한다 하더라도 딱히 까내릴 구석이 없는 추천할만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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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발매 후 플레이해본 사람들의 전체적인 평가가 상당히 좋은 편이고 판매량도 준수한 편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게임을 기점으로 해서, 그리고 곧 방영될 디지몬 어드벤쳐 Tri도 함께 시너지 효과를 누려서 다시한번 디지몬 시리즈 영광의 시절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리뷰 후기:
별로 진지한 글을 쓸 생각은 없었는데 쓰다보니 뭔가 엄청 거창해져서... 근데 정작 내용물은 두서없이 뒤죽박죽이네요. 같은 말 여러번 한것같기도 하고(..) 역시 글을 오래 안 쓰면 뇌가 굳는 모양입니다. 이래저래 망한 글이지만 결론은 게임 재밌으니 꼭 해보세요!

responses

2 comments

  • KRYSS 2015/05/0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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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즈북님의 리뷰 잘 읽어보았습니다.
    서론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니 저도 돌 때 부터 지금까지도 해외생활을하고 있는지라
    공감되는 점이 매우 많네요. 디지몬 어드벤처 방영 당시 전 요르단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저도 다른 한인분들 덕분에 비디오로 다 봤었죠.
    포켓몬스터도 같이 챙겨보았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디지몬파 였습니다ㅋㅋ
    룰도 모르는 TCG카드 사달라고 조르고(지금은 다 버렸겠지만..)
    저 같은 경우 디지바이스는 결국 못샀던걸로 기억하네요ㅎㅎ 갖고 싶었는데ㅠㅠ
    그리고 나중에 한국에 다시 돌아가서 파워 디지몬도 보고,
    테이머즈랑 프론티어도 재밌게 봤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인도네시아로 나가게 됐을 때는 디지몬 못본다는게 상당히 슬펐었습니다ㅋㅋ
    그리고 덕질의 방식(?)도 상당히 공감이 갑니다!
    지금이야 인터넷이 많이 발전해서 토렌트로 편하게 받아 볼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만
    저도 입덕 초기 떄 영어 자막 입혀있는 리얼 미디어 파일을 50~60KBPS정도
    나오는 환경에서 열심히 받아가면서 봤던 기억이.....
    게다가 애니가 꽤 귀하다보니(?) 같은 애니도 수십번 재탕했었습니다.
    케이온같은 경우 1,2기 둘 다 최소 10번 넘게 재탕했네요.
    요즘은 아무리 재밌는 거라도 재탕할까말까 한데 말이죠...ㅋㅋ

    반가운 마음에 쓰다보니 댓글이 무슨 포스트 하나 분량이 되어 버렸네요(...)
    어쨋든 개인적으로 포켓몬보다 디지몬을 더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타이틀은
    발매 전 부터 저도 상당히 기대했었습니다ㅋㅋ
    지금은 케냐에서 살고 있는지라 바로 구매는 못했지만, 방학 때 한국에 돌아가서
    만약 비타티비를 지원하면 저도 하나 업어 올 예정입니다.
    안그래도 어떤지 궁금했었는데, 즈북님의 리뷰 덕분에 좋은 정보 많이 얻어갑니다

    그나저나 디지몬들을 다시보니까 저의 동심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네요ㅋㅋ 빨리 해보고 싶습니다
    • zvuc 2015/05/13 11:34

      Edit

      역시 외국에 살아본 경험 있으신분은 다 비슷비슷한 경험들이 있으신가보네요 ㅋㅋㅋ
      정말 한국의 인터넷만한게 없죠 외국나가면 할것도 없고 볼것도 없고 받는덴 한참걸리고(..)

      먼 곳에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화이팅하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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