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G K3003 이어폰 감상평

2015/12/13 01:11

AKG의 K3003 이어폰을 들였습니다. 2011년에 AKG 이어폰 라인업중 최고가로 출시한 제품으로, 하이브리드 타입(BA2개 + 다이나믹 1개)의 이어폰입니다.

K3003을 만나기까지

이어폰쪽은 2012년에 ue900을 구입한 이후로 별 불만 없이 쭉 잘 사용해왔는데요, 올해 초에 AKG K712 헤드폰을 구입하고 나서 뭔가 좀 더 고음쪽이 맑은 성향에 눈을 뜨게 된것같습니다. ue900의 성향은 상당히 플랫한 성향으로 저음이나 고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밸런스된 사운드인데, 기존 UE사의 플래그십 모델 트리플파이의 후속작격으로 나온것에 비해 톡 쏘는 맛의 고음이 부족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그렇게 “재미가 있는” 사운드는 아니었던 것.

K712의 소리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 ‘레퍼런스’ 헤드폰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만큼 잘 밸런스되어있으면서 고음부가 맑았던 것이, 처음에는 다소 심심하게 들렸는데 듣다보니 점점 이쪽이 오히려 ‘정상’적인쪽으로 들리더군요. 2011년에 구입한 소니 MDR-DS7100 무선 헤드폰은 회사에 갖다놓고 쓰고있는데 이쪽이 이제는 굉장히 저음위주의 소리로 들리는.. (그래도 일반적인 소니튜닝에 비하면 이녀석은 의외로 굉장히 이질감 있게 플랫한 성향입니다만)

그런 와중에 회사 동료가 젠하이저의 IE800을 들였습니다. 저는 젠하이저의 최상급 라인업은 IE80만 알고있었던지라 이런게 있다는것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빌려서 들어보니 오 이건 또 뭔가 새로운 차원의 소리더군요. 다만 제 취향에 맞기에는 저음이 너무 강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커스텀몰딩이 아닌 이어폰중에서 유니버설핏 ‘3대천왕 이어폰’으로 불리는 제품중에 하나로 꼽히더군요. 3대천왕이 뭐냐면 젠하이저 IE800, AKG K3003, 그리고 슈어 SE846으로 각각 다른 회사의 3개 제품이 선정되어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이 정했다기보다는 제품을 보유하고 고루 들어본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져서 저런 리스트가 나온것 같은데, 리시버는 어느 한 제품이 압도적으로 좋다고 할수가 없는게 ‘좋은 사운드인데 내 취향과는 좀 안 맞는다’ 가 있을수 있다는 것. IE800을 들어봤을때에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분명히 굉장히 좋은 소리인데, 개인적으로 취향은 아니다는 것.

 

사실 ue900을 쓴지 3년이 된지라 중간에 케이블도 한번 교체하고, 나름 잘 관리하긴 했지만 MMCX단자부분이 헐거워진건지 가끔 접촉불량 비스무리한 끊김이 있기도 하고 외형도 좀 닳은지라 (초기 모델이 내구도가 많이 지적을 받는 부분중 하나입니다) 업그레이드를 고려로 지난달즈음에 용산의 사운드캣 매장을 방문해서 세부적인 빌드 개선/리패키징되어 나온 ue900s도 한번 청음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소리 성향이 아주 약간 바뀌었다고는 하는데 직접 들어보니 저음쪽으로 조금 더 튜닝이 되었더군요. 간 김에 ue900으로 넘어오기 전 사용했던 웨스톤2를 기억해서 하이엔드 모델인 w60도 들어보았는데… 그새 개인적인 성향이 바뀐건지 모르겠지만 영 마음에 드는 소리가 아니더군요. 뭐라 평하기도 애매한 굉장히 애매한 사운드였습니다만 확실한건 이것도 저음이 너무 세서 고음역대를 눌러버렸다는점.

이쯤 되어서 ‘아 내가 고음성향 취향이구나’하는걸 깨닫게 됩니다. 그동안 거쳐온 리시버들에 의해 귀이징(?)이 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면 내가 찾는 사운드는 정확히 어떤건가–하고 생각을 해보니:

  • 전체적인 성향은 플랫하고 약한V자형으로 저음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있을것
  • 음 분리가 확실하여 저,중,고음역대가 어느 다른 음역대에 의해 눌리지 않고 선명하게 들릴 것

여기까지는 어느정도 가격대가 있는 레벨의 리시버는 대부분 해당이 되는 정도입니다. 플랫한 성향까지 하면 현재의 ue900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린다면…

  • 고음이 조금 더 맑고 밝을 것

사실상 간단히 말하면 AKG K712 헤드폰의 소리를 그대로 이어폰에 담은 녀석이 있으면 좋겠다 였습니다. 아니 애초에 오픈형 이어폰의 소리를 폐쇄형 커널이어폰에 담는다는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고 그렇게 똑같이 성향을 맞춘걸 찾을수 있을리가 없지 했는데…

 

있었습니다.

 

IE800을 들어보고 나서 이게 3대천왕에 들어가는 녀석이면 대체 다른 두개 이어폰은 어느정도 수준 & 어떤 성향이길래? 하는 호기심이 들어서 K3003에 대한 감상평들을 찾아봤는데요, 여러 사람들의 글을 읽어도 어째 이렇게 일관성있게 평가가 되는 이어폰도 처음 본것 같습니다만 (소리 평가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 느끼는게 달라서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하나같이 다 극찬하는 표현으로 쓰는 것이 바로 “은하수를 바른듯한 고음역대”였습니다.

뭐 하긴 AKG라는 회사가 최근의 트렌드인 베이스 빵빵한 소리와는 거리가 멀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오히려 고음성향으로 튜닝을 하는걸로 알려진지라 여기서 이어폰을 만들었다면 이것도 대충 어떤 느낌일지 가늠할 수는 있겠지요. 어떻게 생각하면 꽤나 쉽게 답을 찾았을것같기도 한데, 당연히 AKG사 헤드폰같은 소리의 이어폰을 원한다면 AKG사의 이어폰부터 들어봐야겠지요(..)

리뷰글을 보면 볼 수록 아 이게 도대체 어떤 소리일까 궁금해 참을수가 없어서 국내서 청음하러 찾아가볼까 하기도 했는데 워낙 고가의 제품이다보니 일반적인 청음샵에서도 많이 없더군요. 그런 와중에 지지난주에 일본을 가게 되어서 요도바시 스토어에서 발견을 하고 점원에게 꺼내달라고 부탁해서 처음으로 청음을 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저것 곡을 바꿔가면서 처음으로 들어보고 나서는… 그저 입가에 씨익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ㅎㅎㅎ

아, 이게 K3003의 고음이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실물을 보고 나니 K3003의 리뷰에 항상 단점으로 같이 딸려오던 부분들이 보였는데, 교체 불가능한 유닛 일체형 선, 일자형 커넥터, 약한 선-유닛간 연결부. 그리고 가격…..

선재의 내구도가 너무 안 좋아서 1년안에 두번 AS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차음성 문제도 있고 여러모로 아웃도어용으로 쓰기에는 좋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리고 역시 가격이(….)

정말 좋은 소리고 내가 찾던 소리와 가장 맞는 소리였고 업그레이드를 한다면 이것만큼 맞는 건 없는 것이 거의 분명해보였지만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때 역시 무리라고 판단되어서 안 사겠다고 마음 먹고 매장을 나섰던 것입니다.

 

기본 패키지에 포함된 가죽 휴대용 케이스

 

그런데 결국엔 그 소리를 못 잊고 구입을 했습니다…. 중고로 거의 사용감 없는 올해 8월 신품 구입된 매물이 괜찮은 가격에 올라와서 (정가의 거의 50% 가격…이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구입한 이어폰중 가장 비싼놈이라는게 함정) 반 충동적으로 거래를 해버렸는데, 이제 직접 손에 들어와서 좀 더 여유롭게 소리를 감상해볼 수 있게 되어서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가격대의 제품인만큼, 이제까지 본 이어폰 패키징중 아마도 가장 크고 굉장히 고급스러운 구성으로 치장되어있습니다만 본 포스팅에서는 그 부분은 생략하고 실사용시 특이점과 소리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K3003의 소리, 그리고 단점들

소리를 과연 글로 얼마나 충분히 묘사할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만, 일단 적어보자면 굉장히 밸런스가 잘 잡혀있습니다. 고음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저음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수 없고 너무 V자여서 미드레인지가 텅빈 느낌도 전혀 없고 전체적으로 고루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물론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고음부입니다. K3003의 성향을 설명하기에 가장 알맞는 단어는 “밝다”라는 단어일것입니다. 굉장히 밝고 맑은 소리입니다. 고음 표현의 수준을 판단할때 항상 귀기울여 듣는 부분이 드럼의 하이햇과 심벌 파트인데, K3003의 이야기를 할때 들어본 사람들이 항상 빠짐없이 이야기하는 부분이 바로 이 하이햇 부분의 날카로움을 언급합니다. 굉장히 깨끗하고 날카롭게 들리는데, 이것이 때때로는 곡의 믹싱에 따라 너무 과하게 들려서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밸런스가 잘 맞춰진 탓에 여러 장르의 곡들을 어느 것 하나 특별히 가릴 것 없이 잘 뽑아줍니다만, 믹싱 자체가 대체적으로 빠방하고 샤프하게 튜닝된 일렉트로닉 곡보다는 기타나 드럼 등 어쿠스틱한 악기가 들어간 밴드곡이나, 다이나믹 레인지가 큰 오케스트라가 녹음된 클래식 장르나 피아노 녹음곡들이 오히려 K3003에 더 어울리는 장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렉트로닉 장르 곡을 들으면 고음부가 자극적인 탓에 듣는 재미는 있지만, 소리의 양이 많은 만큼 그로 인한 피로감도 더 빨리 오는 느낌이 있습니다.

커널형 이어폰 치고는 공간감이 굉장히 넓습니다. UE900과 비교했을때 UE900이 3의 거리감을 들려준다면 K3003은 8정도는 되는 느낌입니다. 보컬곡을 들으면 보컬이 가까이 당겨져있고 악기들은 저어기 뒤까지 뻗어있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이건 꽤나 미세한 차이라 곡에 따라 다르고 조용한 환경에서 들어야 그 차이가 잘 들립니다.

조용한 환경 이야기를 하니 K3003의 단점중 하나인 차음성을 언급해야되는데요, 차음성이 생각보다 많이 안 좋습니다. 폐쇄형 바디고 팁이 귓구멍을 막는 커널형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차음성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환경이 다소 시끄러운 지하철 출퇴근길이나 바깥에서 듣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것이, 바깥 소음을 어느정도 걸러내지를 못하다보니 소리를 들으려면 청취 볼륨을 높여야되는데 이렇게 되면 부족한 차음성으로 인해 저음이 새는 채로 중/고음역대만 더 크게 들리게 되고… K3003의 날카로운 고음성향으로 인해 고음부분이 더 부각되면 그다지 듣기 편안한 사운드를 들을 수 없게 됩니다. 너무 날카로워서 힘들 정도로.

아웃도어에서 사용하기 난감한 또다른 요인은 위에도 언급했던 ‘케이블이 따로 교체 불가능한 구조’인데, 고급 제품인만큼 리시버 메인 유닛의 재질이 전부 통짜 스테인레스 스틸로 되어있는지라 유닛이 상당히 무겁습니다. 즉 보통 이어폰을 휴대할때 들듯이 선을 잡으면 유닛의 무게에 의해 아래로 꺾이게 되는데 잘 신경쓰지 않으면 그대로 유닛과 선 연결부위가 꺾여서 단선될 위험이 높다는 점. 즉 애지중지하면서 휴대할때 조심해야한다는 것인데 여기서부터 이미 아웃도어용으로는 맞지 않는 제품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물론 고가인 제품인만큼 막 굴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제품이 어느정도의 내구도가 있다는 점은 사용할때 마음의 안정을 주는데 이녀석은 그런 면에서 완전히 편치많은 않다는 점. 정확히 말하면 유닛 자체의 내구도는 철제인만큼 뭐에 부딪혀도 멀쩡할만한 최강의 내구도라고 하겠지만 선이 분리 교체가 되지 않는 만큼 내부단선으로 똑 부러지기만 해도 결국 전체를 다 교환할수밖에 없는 구조라… 치명적인 디자인 미스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철제 바디와 원통형 디자인이 안고 있는 단점은 ‘착용감’입니다. 착용감이 생각보다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AKG공식 사이트에는 최고의 착용감을 선사한다고 적혀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유닛 자체의 크기는 그리 큰 편은 아니고 평균적인 인이어 이어폰의 크기입니다만, 결국에 바디 디자인에 둥글게 처리되지 않은 모서리가 있다는 것은 반드시 귀에 그 부분이 닿아서 눌리는 일이 생기고, 장시간 착용시 피로감 및 통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입니다. 유닛의 무게가 무겁다는 점도 피로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줍니다.

이쯤해서 다시 재조명되는 UE900의 극상의 착용감을 언급하자면, UE900의 경우 동일하게 유니버설 핏이지만 유닛 디자인이 반원형으로 되어있어서 귀에 꽂았을 때 귀 안쪽 구멍에 닿는 부분이 전부 둥급니다. 유닛의 크기도 꽤 작은 편이고 가벼운데다 살을 누르는 각진 부분히 전혀 없어서 장시간 착용해도 피로감이 정말 거의 없는 정도.

K3003이 귀 뒤로 넘겨서 착용하기에 알맞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점도 단점중에 하나입니다. 유닛의 무거움으로 인해 귀가 받는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선을 귀 뒤로 넘겨서 걸쳐서 귓구멍이 받는 하중을 분산시킬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K3003은 귀 뒤로 넘겨서 듣는 형태로 디자인되지 않아서 이어가드도 없고 선재도 가늘어서 고정하기가 힘들고, 또 위아래가 뒤집히면 원래는 살을 건드리지 않아야할 유닛의 원통 양쪽에 튀어나온 부분이 반대로 돌아가서 귀를 누르기 때문에 착용감은 조금 나아지지만 오히려 장시간 착용시 통증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그냥 일반 이어폰 꽂듯이 선이 아래로 가게 들어야하는데… 이러면 귀 뒤로 넘길때 비해 선이 고정되지 않아서 이동하면서 들으면 선이 흔들리고 부딪히면서 나는 터치노이즈에 그냥 노출되게 됩니다. 뭐 어쩌라는건지

엄연한 디자인 미스라고 봅니다.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메탈이라는 재질을 채택하면서 하나는 생각하고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못 했던것 같습니다.

물론 스틸이라는 게 보기에는 매우 좋습니다만, 디자인으로 인해 편의성이 희생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두가지가 같이 가면 가장 좋겠습니다만…

저 일자형 3.5파이 커넥터도 그렇습니다. 저는 일자형 커넥터를 쓰는 이어폰 제조사들을 볼때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가 않습니다. 구조상 꺾이기 쉬울수 밖에 없는 일자형 커넥터를 도대체 왜 쓰는 건지?? 일자형 커넥터는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 아웃도어에서 쓰다보면 언젠가 결국엔 단선되어 접촉불량이 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선을 따로 교체할수 없다는 점과 더해 정말 최악의 디자인 결정이라고 봅니다.

선재 자체도 불만이 있습니다. 커넥터에서 Y자로 갈라지는 부분까지는 그래도 선 코팅이 직물 비스무리한 것으로 촘촘하게 꼬아져있어서 피복 대미지의 위험이 덜하기는 한데 그 위로는 그냥 플레인 고무재질이라 딱 봐도 굉장히 약해보입니다. 게다가 가늘어서 전혀 텐션이 없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선으로 유닛을 휴대할때 유닛의 무게를 완전히 지탱하지 못해보인다는 점.


 

정말 하나하나 적고나서 보니 단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냥 아웃도어용으로 쓰지 않으면 되는거 아니야? 할 수 있겠습니다만, 네 인도어용으로 쓰면 커넥터부분을 건드려서 꺾일 일도 없을 테고 유닛도 더 조심히 다룰수 있으니 단선의 문제는 피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러면 이어폰을 사는 의미가 없지요…

물론 K3003의 소리 클래스는 가히 다른 최소 50만원대 이하 대부분의 헤드폰은 능가하지는 못한다해도 동등하게 겨룰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굳이 실내에서만 쓸 용도로 140만원짜리 이어폰을 살까요? 동일한 가격에 착용감도 더 좋고 소리도 뛰어난 헤드폰을 구하겠지요.

이어폰은 결국 휴대하기 위한 제품이라 가장 중요한 소리 이외에 실생활에서 느끼는 편의성과 내구도까지, 세가지 요소가 전부 같이 가야 비로소 정말 훌륭한 이어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K3003을 들여서 소리를 감상해보고 사용해보고 하면 할수록 더욱 아쉬운 마음이 쌓여갑니다. 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잘 샀다고 마음에 쏙 드는 사운드인데, 그 외의 모든 것이 장점을 다 상쇄해버린다는 느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수 많은 단점을 완벽에 가까운 소리가 정당화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데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밤중에 조용한 실내에서 앰프에 이어폰을 꽂고 잔잔한 인스트루멘탈 곡을 들었을때 느낀 그 맑음, 커널형 이어폰이 표현할 수 있는 거라고는 도저히 상상 못할 공간감, 가장 작은 디테일까지 귀 뒷편에서 속삭여오는 소리의 감동은 분명히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소리였습니다. 이건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단점들을 부정할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K3003을 ‘최고의 인도어용 이어폰’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놓치고싶지 않은 소리이긴 합니다만, UE900을 대체하여 아웃도어에서 쓰기에 알맞지 않다는 결정을 내린 만큼 과연 이걸 계속 두고 써야할지 처분을 해야할지 고민이 됩니다. 중고로 이걸 파신 판매자분도 이야기를 해보니 이 소리를 못 잊어서 벌써 3번째 들였다가 파는것이라고 들었는데… 실제 받아서 듣고 써보니 아마 이 제품을 거쳐보냈던 많은 분들이 K3003과의 그런 애증의 관계 속에서 많이 갈등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대목입니다.


 

추신: 생각보다 검색을 통해 본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글을 작성한 뒤 약 2주간의 고민 끝에 결국 k3003을 다시 방출했습니다. 이후 ue900을 계속해 쓰다가 잃어버리게 되어, 2016년 11월에 새 이어폰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나름 개인적으로 찾던 소리와 조건에 부합하는 제품을 찾았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Campfire Audio Lyra II 후기 글을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