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 Japan] [#21] Day 10: 호쿠리쿠 신칸센 그랑클라스 (GranClass) 탑승기

2017/01/21 19:31

2016년 11월 8일 화요일.

료칸에서 편하게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서 떠나기 전에…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간다.

어제 저녁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평소에 비하면 굉장히 과분하게 호화로운 아침식사가 준비되어있다

어제는 나름 료칸 느낌을 만끽해본다고 객실에 있던 유카타를 입고 내려갔었는데 오늘은 그냥 편한 츄리닝 차림이다

따듯한 죽이 좋았다.


 

아침에 체크아웃한 후에 역까지 태워주기로 운전사분과 사전에 시간약속을 했던지라 시간에 맞춰 짐을 싸고 로비로 내려왔다.

맑은 날씨.



 

토구라역에 도착해서 열차 시간을 확인한다. 사전에 계획을 짤 때 적어두었던 시간 그대로이다.

역시나 교통카드고 뭐고 안되는 촌구석이기 때문에 매표소의 직원에게서 표를 끊고 들어가야한다. 토구라에서 우에다역까지 4개역, 15분이 걸린다. 330엔.

2량짜리 원맨 열차가 들어온다.

10시를 넘었던지라 출근/등교시간은 넘겼는지 열차 안은 한산했다


 

그리고 우에다역 도착. 우에다역은 무려 신칸센이 정차하는 역이지만 꽤 한산한 역이다. 일평균 승차인원은 2550명정도라고 하던데 사실 도쿄까지 가는 중간에 거쳐가는 깡촌역들이 대충 다 이런 규모다

아무튼 오늘 타게 될 열차는 하쿠타카558. 11:12분에 우에다역에서 탑승하여 12:40에 도쿄역에 도착한다.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온다. 차종은 W7/E7로 이전에 탔던 카가야키와 같은 차다.
여기까지는 같지만…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한 열차를 탄다.

그것은 바로…

일등석 그 위의 프리미엄, GranClass!!

사실 JR패스를 그린샤로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여행 계획을 짜면서, 기왕 한등급 더 비싼 JR패스로 한 김에 혹시 추가금을 내고 그랑클라스를 타볼수 있지 않을까 열심히 검색을 해보았는데 탑승기는 몇개 찾을수 있었지만 역시나 그리 많은 정보가 나오지는 않았었다.

결국 각종 사이트를 참조해가면서 패스 없이 그린샤, 그랑클라스 등급의 좌석 티켓을 구입했을때의 가격은 얼마인지, 그리고 패스를 이용하는 경우에 거기서 얼마가 빠지는지를 계산해 표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린샤 패스를 가지고 있으니까 단순히 그랑클라스 이용시의 요금에서 그린샤 이용시 요금을 빼면 추가로 내야되는 금액이 나오는줄 생각했는데, 요금 계산 방식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우선 모든 열차들의 운행 거리에 따라 책정되는 ‘기본운임’이 있고, 신칸센의 경우 ‘특급’ 등급이기 때문에 특급 열차 추가요금이 붙는다. 특급 요금의 경우 좌석 클라스와 지정석/자유석이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JR패스의 경우 기본운임에 특급+좌석요금까지 커버가 되고, 그린샤 패스를 산 경우 그린샤 좌석요금으로 커버가 되기 때문에 추가요금 없이 모든 그린샤 좌석을 이용할 수 있는게 된다.

하지만 그랑클라스를 타려는 경우 패스에서 이미 제공된다고 생각했던 특급 요금도 적용되지 않아서, JR패스로는 오직 기본운임만 커버가 되고, 특급+그랑클라스 좌석요금을 별도로 지불해야한다. 즉, 위에 캡쳐한 스프레드시트의 특급+그랑 열의 가격이 패스를 이용하는 경우에 지불해야하는 추가금액이다.

이번 여행에서 신칸센을 타는것이 총 4번이었는데, 처음은 나고야 갈때 (히카리, 53분)였고, 호쿠리쿠 신칸센을 2번 (카나자와-나가노, 우에다-도쿄),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쿄-신하코다테호쿠토 (4시간 2분)다. 처음에는 당연히 ‘만약’ 그랑클라스를 타게 되면 최대한 탑승시간이 긴 홋카이도 신칸센을 탈 때 업그레이드해야지 싶었는데 역시 거리가 거리인만큼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이건 아무래도 무리다 싶었고.. 다른 구간을 보아하니 히카리는 그랑클라스가 없고, 카나자와-나가노는 거리로는 228.1km로 우에다-도쿄 (189.2km)보다 길어서 요금은 비싼데 카가야키가 중간 역 정차를 덜 해서 시간은 더 짧던 것을 발견하였다(약 20분정도 차이가 난다). 평소라면 당연히 최대한 빠른 시간에 도착하는게 이득이지만 이번엔 아니다

즉 1시간 28분간 우에다-도쿄 구간을 그랑클라스로 이용하려면 딱 10,000엔의 추가 요금으로 티켓을 구입하면 되는것을 확인. 실제로 티켓 카운터에 가서 물어보니 내 계산법이 맞았다. 한시간 누리는 특혜로 만엔이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닌지라… 사실 일본 가서도 이걸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아주 여러번 고민했지만 일생에 한번이라는 마인드로 지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결국 탑승하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말았고, 꿈에 그리던 일본 철도 최고급 칸에 입장해보게 된다

원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그랑클라스 칸의 문 앞에는 승무원이 플랫폼으로 나와서 승객들을 직접 맞이하고 인사해주는데, 이번엔 시발역에서 탄게 아니고 중간에 탄거라 아쉽게도(?) 맞아주는 사람 없이 그냥 혼자 들어갔다.

그랑클라스는 열차의 맨 끝 칸인 12칸에 배정되어 있었다. 그린샤는 바로 앞인 11칸이다. 그린샤와 그랑클라스의 경계를 나누듯 화려한 디자인의 월 아트와 금빛 그랑클라스 로고가 존재감을 과시한다

12번칸과 11번칸 사이에 있는 화장실, 세면대는 그린샤와 같은 사양이다.

열린 구간을 지나 문 앞으로 가면, 여기서부터는 정말 그랑클라스 티켓이 없으면 입장할 수 없는 공간

짠!

사진으로만 보던 고급스러운 가죽시트 좌석이 눈앞에 있다. 4A 창가쪽. 여기가 오늘 내가 한시간 반동안 앉아 가게 될 자리이다.

옆좌석은 비어있다. 아니 사실 다 텅텅 비어있어서 설마 도착할때까지 혼자 이 칸을 독점하고 가겠나 싶어서 잠시 흥분했는데 힐끔 보니 맨 뒤에 한명이 있긴 했다 (그리고 이후 정차역에서 한두명이 더 탔다)

좌석 위에 달린 화물용 캐비넷이 있어서 더욱 그렇지만 흡사 비행기의 객실을 연상하는 인테리어이다. 실제로 비행기의 일등석을 모델로 디자인했다고 들은것 같기도 하고…

그랑클라스 칸 전체 바닥에 깔린 카페트가 한층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터널구간이 아닌 야외 구간을 지날때 햇빛이 들어오면 그제야 비로소 이것이 비행기가 아니라 기차라는 사실을 다시 실감하게 된ㄷr….. 아니 이건 아무래도 너무 오바고(…)

하지만 비행기에 비해서 기차여행이 갖는 이점중 분명히 무시할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바깥 경치를 보면서 갈수 있다는 것. 비행기도 물론 하늘 위 올라가서 비행기에서만 볼수있는 경치가 있긴 하지만 하늘은 계속 보다보면 질리니까. 기차는 언제 창 밖을 바라봐도 항상 다른 위치의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을 열심히 찍은뒤 드디어 착석해서 이제 내 좌석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한다.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건 오른쪽 팔걸이 앞에 붙은 좌석 조정 버튼패널. 같은 E7차량의 그린샤 좌석과 비교하면 등받침 조절, 다리받침 조절에 추가로 좌판을 위아래로 조정할수 있는 버튼이 있다. 등받이, 좌판, 다리받침을 한꺼번에 ‘눕히는’ 위치로 움직일수 있는 버튼도 있다.

이 외에 그랑클라스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버튼이 하나 있는데, 바로 ‘호출’ 버튼이다.

그렇다! 그랑클라스에는 기차이지만 비행기같이 음식이나 음료수를 서빙해주는 전용 승무원이 탑승하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간식 카트들고 나타날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독서등 버튼을 누르면 머리받이 오른쪽에 달린 라이트가 켜진다. 미미하게나마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여전히 들뜬 마음으로 이리저리 좌석을 갖고 놀면서 신나게 사진을 찍는 와중에 갑자기 승무원이 와서 식사를 준비해주겠다고 한다. 황급히 태연한 척을 했다

‘기내식’이다. 이것도 그랑클라스 탑승객의 특권중 하나—기차에서 ‘식사’가 제공된다!

고오급스러운 그랑클라스 브랜딩된 종이 포장을 벗기면 내용물이 나온다. 비행기 퍼스트클라스의 풀코스 요리같은건 아니고, 고오급스러운 에끼벤 정도. 물론 에끼벤도 싼건 아니지만…

그랑클라스 일본식 경식(和軽食) -호쿠리쿠 신칸센 호쿠리쿠편-

양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도쿄에 내려서 제대로 된 점심을 먹을거라 조금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일단은 남기면 아까우니까^^ 완식했다.

종이 뒷편에는 빼곡하게 원재료명 등을 적어놓았다

참고로 식사 종류는 일본식과 서양식에서 고를수 있다. 음료는 더 종류가 많은데, 언제든지 승무원을 불러서 주문/리필 가능.

이렇게 차림표(?)가 있다.

맥주, 와인, 사케나 탄산음료, 커피, 티 등 다양하게 준비돼있다. 메뉴에 보면 아래에 어메니티 목록도 적혀있는데… 담요, 구두주걱, 안대 등이 제공된다고 한다.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다

참고로 앞좌석간 공간은 이러하다. 다리를 꼬고 발을 꽤 앞으로 뻗어도 앞좌석에는 발이 닿지 않는다. 사실 뒷면이 코쿤처럼 되어있어서 아무리 등받이를 젖혀도 뒤로 더 튀어나오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발이 앞에 닿아도 쿵쿵 차지 않는 이상 크게 상관 없을것같긴 하지만.

보통은 앞좌석에 그물처럼 해서 잡지 등 인쇄물을 비치하곤 하는데 그랑클라스는 앞좌석간 간격이 너무 넓어서 몸을 구부리지 않고서는 앞에 손이 닿기가 힘들기 때문에(..) 벽면에 트레이를 따로 만들어놓았다.

트레이 안에는 각종 잡지들과 함께,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그랑클라스의 최고오급 좌석의 각 기능을 설명한 안내 인쇄물이 있다.

다른부분은 둘째치더라도 그랑클라스 좌석의 특이한 부분이라면 식사용 테이블을 펼치는 메커니즘인데, 처음에는 승무원이 해줘서 대충 넘어갔지만 식사를 끝낸 뒤에 직접 한번 해보았다.

왼쪽 팔걸이 아래 살짝 튀어나온 부분을 잡고 당기면

이렇게…

꺼내진다. 저렇게 반 접힌 채로 쓸 수도 있고, 펼치면 위에서 식사하면서 본 풀사이즈 테이블이 된다. 보통은 암레스트를 연 뒤에 그 안에서 접힌 테이블을 꺼내는 방식이 흔한데(흔한 강의실 의자 간이테이블 방식), 뭔가 새로운 방식이어서 좀 신선했다

테이블을 펼치고 있지 않을 때에는, 간편하게 좌측에 있는 칵테일 트레이 (공식 명칭이 이거다..)를 펼치면 저렇게 컵과 다른 작은 물건을 올려둘수 있다.

밥을 먹고난 뒤에 두번째 음료로는 녹차를 시켰다

좌석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해보자. 가죽시트를 입혀놓아서 확실히 고급스러워 보이는건 그렇다치고 얼마나 편안한지 평가를 해보자면, 생각보다 막 엄청 그렇게 감탄할 정도는 아닌 정도? 어느정도를 기대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뭐 리클라이너야 의자 하나만 몇백을 넘는 가격의 초호화 의자들이 많으니까 (물론 그런것에 앉아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수 없긴 하지만) 그런것보다야 살짝 못한 수준이겠지 예상했던것 같다.

물론 당연히 기차 안에서 누릴수 있는 좌석중에서는 가장 고사양, 최고로 편안한 좌석일 것이다. 단순히 등받이만 젖혀지는게 아니라 좌판도 같이 각도가 조정되다보니 눕혀도 몸이 미끄러지는 느낌이 없고 안정적으로 기울어져 파고드는 느낌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좌석간 간격이 너무 넓다보니 앞좌석에 붙은 발판 같은 것이 없는데, 이 때문에 다리받침에 다리가 걸쳐진 채로 발은 레스트할수가 없어 공중에 붕 떠있게 된다. 오래 앉아서 가면 피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한시간짜리 탑승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발판이 다른 하위 열차 좌석들에 대부분 다 있는걸 감안하면 조금 아쉬운 부분.


 

이외에 또 다른 부분들 둘러볼만한게 뭐가 있을까.

각 좌석별로 기내차내용 슬리퍼가 비치되어있다. 신어보지는 않았다… 아마 승객이 내릴때 가지고 가도 문제 없을것같긴 한데 딱히 슬리퍼 모으는 취미는 없어서 그냥 꺼내서 사진만 찍어보고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좌석 뒤에도 겉옷을 걸수 있는 걸이가 있지만 벽에도 있다.

신칸센 치고는 큼지막한 창문을 가릴수 있는 블라인드가 있다. 완전히 빛을 가리는건 아니고 은은하게 막아주는 정도.


 

어느새 슬슬 도착해 내릴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짧디 짧은 한시간 반 중에서 30분정도를 남겨놓은 타이밍에서, 처음으로 승무원 호출 버튼을 눌러본다.

물론 재미로 그냥 눌러봤어여ㅎ! 한건 아니고 간식을 가져다달라고…

원래 식사와 간식이 제공되는데 간식은 원하는 타이밍에 가져다달라고 할수 있다. (정확히는 승무원이 식사 마친 후에 바로 간식을 가져다줄까, 나중에 가져다줄까 하고 물어봐준다) 그랑클라스 탑승 후 세번째 음료가 되는 음료로는 홍차를 시켰다.

그랑클라스 오리지널 파운드 케이크 – 풍엽(楓葉) ~고로우지마킨토키 고구마~(五郎島金時芋)

음, 고구마맛이 나는 파운드케이크인가보다.

 물론 지금 먹으면 도저히 이따 점심을 못 먹을 것이므로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어두었다 나중에 먹기로 했다(..)


 

이제 진짜 내릴 때가 다 되어간다. 우에노 역 정차.

눈 깜짝할 사이에 도쿄.

좌석위 캐비넷에서 가방을 꺼내고, 내린다

나가기 전에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한번 더 찍는다

바이바이!

짧은 시간동안 서빙해주신 승무원 분. 문 앞에 서서 내리는 승객들을 배웅해주시고 계시길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이미 이런 철덕들의 요구에는 익숙한 것인지(?) 오히려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까 문 옆에 그랑클라스 로고가 나오게 앞으로 가서 서겠다고 자원해 포즈해주시는 능숙함이…

도쿄역에 들어와서 승객들이 내리자마자 바쁘게 청소팀이 들어가서 객실 내 청소를 시작한다.

이렇게, 짧지만 꿈만같은 그랑클라스 탑승의 끝이 왔다.

그래서 값어치를 하냐..고 물으면, 일본 최고등급의 고속열차인 신칸센의 최최상급 칸을 만엔밖에 안 내고 탈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가격이 가격인지라 첫 경험 이후 여러번 쉽게 타볼만한 열차는 아닌것 같다. 언제 또 타볼 기회가 있을까? 아마 어렵지 않을까 싶다…

잠시나마 특별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여행을 계속한다. 도쿄에서는 오늘 하루 머물게 된다. 숙소는 신주쿠쪽으로 잡아서,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