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0 Lantis Presents 深窓音楽演奏会 其の参 (심창음악연주회 제삼) ChouCho / fhána / GARNiDELiA 합동 라이브 후기

2017/04/16 21:31

2017.03.19-27 다소 긴 10일짜리 일본행을 가게 된 첫 번째 원인인, 20일 월요일에 있었던 콘서트에 대해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해보자.

「Lantis Presents 深窓音楽演奏会 其の参」(심창음악연주회 제삼) [공식 홈페이지] 이라는 타이틀로, 란티스 기획으로 ‘소중하게 키운 수많은 소리를 피로(披露)하는 음악제’라고 소개하고 있다. 제 삼이라는 것은 이미 같은 공연을 2회 한 적 있다는 것인데, 첫회는 2014년 신주쿠 블레이즈, 2회는 2015년 도쿄 Zepp DiverCity에서, 그리고 세번째는 다시 신주쿠 블레이즈에서 올해 개최하게 되었다.

참여하는 아티스트는 1,2회 모두 ChouCho와 fhana, 그리고 nano.RIPE로 3 아티스트가 함께 공연했다. 세번째인 이번은 쵸쵸와 화나가 공개되었고 한칸이 게스트로 비어있었지만 아마 또 나노라이프가 되지 않을까 했지만 놀랍게도(?) GARNiDELiA로 결정. 개인적으로는 나노라이프는 별로 취향이 아니었던지라 그냥 화나랑 쵸쵸만 보고 가기로 하긴 했는데, 최근에 가르니델리아쪽도 좋아하는 곡이 몇 있었기 때문에 나로선 매우 땡큐땡큐한 상황이 됐다.

애초에 어떻게 이걸 가게 됐냐면… 생각보다 좀 뜬금없긴 했는데, e플러스에 예전에 티켓 추첨을 넣으면서 계정을 등록해둔 이후로 각종 아티스트 공연등 정보를 보내주는 광고성 메일을 받았는데 거기에 fhana가 출연한다는 공연이 있었던 것. 보아하니 ChouCho와 함께 공연하는 모양이었는데, 쵸쵸는 아직 한번도 라이브를 본적이 없고, 또 작년의 아니사마때 화나 공연이 너무 대규모 공연장이어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었던지라 소규모 공연장에서 보고싶은 욕심이 있기도 했다. 공연 날짜를 보니 20일 월요일. 때마침 이미 3월 25-26일(토/일)에 있는 AnimeJapan 2017에 갈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당첨이 된다면 (일반적으로 콘서트의 추첨 확률을 매우 낮게 보고 있는 편이다—따라서 “아마 안 되겠지”라는 생각을 전제로 둔다) 아예 일본을 일찍 떠나서 한주간 지내는 여행으로 다녀오면 되겠지 하는 어렴풋한 생각을 하고, 밑져야 본전이지 해서 그냥 추첨을 넣었다.

그래서… 당첨이 진짜로 돼서 진짜로 한주짜리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공연 장소는 신주쿠 카부키쵸의 번화가 중심에 있는 라이브 클럽 BLAZE. 여행의 후반에는 친구와 같이 아키바의 숙소를 쓰기로 했지만 전반 며칠간은 혼자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라이브후 편의를 생각해 숙소를 신주쿠 공연장과 완전 가까운 호텔로 잡았었다. 따라서 코인락커에 물건을 보관할 걱정할 필요 없이 가방 다 숙소에 두고, 딱 필요한것만 주머니에 챙겨서 공연 시간에 맞춰 걸어왔다.

올 스탠딩 공연이었기 때문에 좌석은 없고, 입장 정리번호 순서대로 호명하면 들어가는 식이다. 늦게 와서 호명할때 못 들어가면 자기 손해. 1-200번대까지 하나 하나 다 불러주고, 이후는 10명씩 모아서 부른 후 티켓 확인하고 순차입장시켜준다.

가방을 다 두고 오기로 결심한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바로, 이 공연이 사전에 검색을 해봐도 별도로 굿즈를 판매한다는 공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맨라이브도 아니고 라이브투어도 아니고 아니사마같은 특별 대형 이벤트도 아니라 굿즈를 따로 만들거나 하지 않은것 같았는데, 차라리 돈 굳었다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

그런데…

입장을 하고 나니까 굿즈를 판다 ㅋㅋㅋㅋ

대부분이 아티스트별로 이전 라이브때 판매하고 남은 재고떨이 상품들인것 같아보였는데… 냉정하게 판매시트를 훑어봤지만 별로 끌리는게 없어서 (아마 화나 ‘티셔츠’ 가 있었다면 샀을것 같지만 없었다) 돈을 굳히려고 했는데 하필 시디를 사면 Choucho와 fhana 멤버들의 사인이 같은 종이에 들어간 사인지를 준다는 것!!

조금 고민하다가 ‘한정 수량이에요 지금 빨리 안 사가면 없어져버려요’하는 영업멘트를 외치는 스태프의 설득에 넘어가버려서 결국 쵸쵸 앨범을 하나 사게 됐다. 원래는 화나 싱글 하나 사려했는데 조건이 “3000엔 이상 구입시”여서…

그리고 그래서 결국 짐이 생겨버렸고 이걸 계속 들고있을순 없으니 결국 피하려고 했던 락커를 써야만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500엔을 100엔짜리로 넣어야되는데 300엔까지 넣었는데 잔돈이 모자라서 교환하러 갔다오니까 해당 칸이 털려버려서 결국 새로 500엔 또 넣게 되고… 돈을 날렸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것때문에 딜레이가 많이 돼서 260번대라는 비교적 앞번호라는 메리트가 있었음에도 (스탠딩으로 약 800명 수용할수 있는 공연장이라고 한다) 앞자리를 놓치게 되었다.

뭐… 결과적으로 그리 나쁜 자리는 아니었다. 사방으로 둘러봤을때 세로로 무대앞에서 뒤까지 볼 때 딱 한 가운데서, 가로로는 중심에서 약간 오른쪽에 치우친 정도. 어찌됐든 공연장 규모가 작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내가 선 곳에서도 아티스트들의 얼굴을 충분히 잘 볼 수 있었다.

세 아티스트가 함께 하는 공연인지라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가 궁금했었는데, 콜라보고 뭐고 없고 그냥 엄청 솔직하게 하나 끝나고 막 내리고 불 켜지고 기다리고 셋팅하고, 불꺼지고 다음주자 나오고 공연하고 막 내리고 교체하고.. 이런 식이었다. 그냥 3개의 미니 라이브를 연이어 봤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0. ORESAMA (오프닝 액트)

 

첫 주자가 나오기 전에, 오프닝 액트로 ORESAMA라는 2인조 아티스트가 나와서 두 곡을 부르고 들어갔다.

1. オオカミハート (2015 / 1집 수록)
2. ワンダードライブ (2017 / 앨리스와 조로쿠 OP) [미발매]

2번째 곡인 ‘원더 드라이브’는 아직 발매되지 않은 곡으로, 4월부터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アリスと蔵六」(앨리스와 조로쿠)의 오프닝으로 타이업되어 5월에 발매할 곡. 란티스에서 발매하는 관계로, 메이저 데뷔를 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처음 보고 처음 듣는 아티스트였지만 음악적으로는 약간 일렉트로닉한 느낌에, 괜찮은 느낌이었던것 같다. 관객들 반응도 둘러보니 대부분이 처음 보는듯한 느낌이었지만 성숙한 관람 매너로(?) 본편 못지 않은 호응을 해 주어 무사히 오프닝 액트로 회장의 분위기를 점화하는데 성공하고 들어갔다.

#1. GARNiDELiA

1. ARiA (2015 / BiRTHiA 앨범 수록)
2. Arrow of Love (2015 / BiRTHiA 앨범 수록)
3. Lamb. (2015)
4. 極楽浄土 (2016)
5. 約束 -Promise code- (2016 / 퀄리디아 코드 OP)
6. BLAZING (2014 / 건담 G의 레콘기스타 OP)

첫 주자로 나온 가르니델리아. 2인조 혼성 그룹인 이 아티스트는… 개인적으로는 꽤 최근에야 알게된 아티스트인데, 이름은 여기저기서 들어본것같지만 실제 곡을 처음 들어본건 極楽浄土(극락정토)를 유튜브에서 보았던 것이 계기였다. 그것도 MMD에 누가 음악위에 춤추게 만든 그런 영상이었는데 춤의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아 이거 또 누가 모션캡쳐를 했겠구나, 해서 찾아보니.. 원본이 이 GARNiDELiA라는 그룹이 니코동에 올렸던 것. 아마 댄스의 모션캡쳐 데이터를 배포했던 적이 있는것 같다. 따라서 엄청나게 MMD로 캐릭터 모델에 데이터를 입혀 올라온 아류작이 넘쳐났던 것이고… 뭐 결과적으로 원래 아티스트를 알게 됐으니 좋은것 아닌가! (실제로 이렇게 거꾸로 입문하게 된 사람이 꽤 되는 모양이다)

애초부터 니코동 출신이고, 메이저 데뷔를 했지만 아직까지도 니코동에 공식적으로 투고를 하고 있고 (내가 입문하게된 ‘극락정토’도 메이저 레이블 릴리즈 싱글의 커플링 곡이다 본격 커플링 곡이 더 인기가 많음) 여러모로 이쪽으로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인 모양이다. 그래서 메이저 계약 후 타이업 곡을 몇개 내기도 했지만 위의 세트리스트중 4곡이 인터넷에서 흥한 곡들인지라…

재미있는 사실은, 가르니델리아는 란티스 소속이 아니고 라이벌이라면 라이벌인 소니뮤직 (SME Records — 4월 기준 현재는 SACRA MUSIC이라는 새로운 소니뮤직의 애니송전문 서브레이블로 옮긴 상태다) 소속이라는 점. 처음 무대에 올라온 이후로 본인도 이거에 대해 슬쩍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란티스도 좋지만 소니뮤직도 좋아해주시면..(웃음)” 이외에 ChouCho나 fhana도 비슷하게 니코동 등 인터넷을 통해 초반 인지도를 쌓고 데뷔하게 된 케이스라 오래전부터 친분도 있었다고.

아무튼 그래서 Lamb.와 극락정토는 최근 니코동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곡들인지라 (댄스가 있기도 하고) 출연이 결정된 소식을 들었을 때는 반드시 라이브로 공연을 하겠구나! 기대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세트리스트에 들어가있었다. 곡이 흘러나왔을땐 회장의 분위기는 당연히 최고조. 두 곡은 댄스 영상으로 유명해진 곡이라, 메이리아 외에 출연했던 나머지 두명(가르니데 멤버는 아니다)이 같이 출연을 하려나 싶었는데 영상에 나왔던 두명은 아니지만, 다른 댄서 두명이 같이 나와서 같은 춤을 선보였다. (트위터로 찾아보니 ‘MiO‘, ‘misaki‘라는 분들인것 같다. 이후의 다른 가르니데 라이브 등에서도 같이 댄서로 출연하는 듯) 곡이 시작하기 전에 후렴구의 부분에서 「歌えや歌え、心のままに」하는 부분에서 손뼉을 ‘짝짝’ 치는 것부터 간단하게 따라할수 있는 춤을 미리 가르쳐주고 들어갔는데, 이 때문에 더 즐겁게 따라할 수 있었다.

어떠한 해프닝

다 좋았는데… 5번곡인 프라미스 코드로 한창 뜨거워지던 참에 꽤 치명적인 돌발 사고가 발생했는데… 내가 손을 휘두르다가 안경을 날려버린 것이었다. 진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갑자기 안경이 사라져 앞이 하나도 안 보이게 된 상황(내 시력은 정말 엄청나게 나쁘다)에 엄청나게 당황하고…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당연히 공연이 계속 진행중인지라 주변 사람들은 눈치를 챌리가 없고, 스탠딩 공연인지라 사람과 사람이 바짝 붙어있는 상황에서 바닥을 뒤져볼수있는 노릇도 아니고… 아니, 찾는다 해도 나는 애초에 안경을 끼지 않은 상태에서 뭐가 보여야 말이지. 6번째 곡에 뭐가 있었는지 기억이 날 틈도 없이 보이지 않는 눈만 껌뻑, 발만 동동 구르다가 가르니델리아가 퇴장을 했다.

다음 아티스트가 등장하기까지 중간 인터미션 타임이 길었던 것이 이렇게 나에게 도움이 되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막이 내리고 불이 켜지고 약 5-8분간의 시간동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정을 설명해 안경을 찾아달라고 부탁할수밖에 없었다. 냉정하게 떠올려보면 흥에 겨워 왼손을 올리다가 얼굴 너무 가까이서 손을 드는 바람에 검지손가락에 안경대가 걸려 그대로 위로, 앞으로 날아가버린 건데 얼마나 멀리 날아갔으면 내 옆 옆사람, 앞줄 사람에게 바닥을 봐달라고 해도 안경이 나오질 않았다.

진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이제 고작 여행 첫 날인데 남은 9일동안 어떻게 지낼 것이며, 일본에서 안경 맞추게 되면 얼마나 비싼가, 며칠 걸리나, 애초에 외국인도 렌즈는 맞출수 있나? 일본도 안경점에서 그냥 시력검사하고 렌즈 제작할수 있나? 안과를 찾아가야되나? 아니 그 전에 당장 이 콘서트 보러온 주 목적인 쵸쵸와 화나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나는 눈이 뿌옇게 안 보이는 상태에서 음악만 듣고 돌아가야하는건가? 만약 안경을 찾는다 해도 이미 한 곡 분량 앞에서 신나게 뛰어댔는데 안경 다리가 부러지거나 알이 빠지거나 성할리가 없는데 지금 여기선 테이프로 감을만한것도 없고.. 두손으로 안경알 눈앞에 대고 봐야하나(….) 식은땀이 줄줄 흐르면서 사람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 사고방식이 이렇게 되는구나…하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몇번씩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앞사람에게 바닥에 안경이 떨어지지 않았나 확인해달라고 해봤지만 찾지 못해서 포기해야하나 하던 참에 용기를 내어 조금 더 멀리 반복해 부탁해보니.. 정말 기적적으로, 수소문 끝에 내 앞앞앞앞줄정도는 되어보이는 곳에서 “있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머지않아 내 안경이 내 손에 돌아왔다. 정말 진짜 기적적이었던건 돌려받았는데 부러지거나 깨지고 뭐고 심지어 기스도 하나 안 난 채 멀쩡히 돌아온 것. 상식적으로 어떻게 이게 그 많은 발과 발 사이의 틈새에서 생존한 것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 정말 기적이라고밖에 말할수가 없다… 주변의 사람들, 특히 내 왼쪽에 계셨던 분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도 내고 도와주셔서 몇번이나 감사를 드리고 (그리고 민폐 끼쳐서 죄송하다고 하고) 안경을 찾았을때 주변에서 박수를 쳐줬다 ㅠㅠ 진짜 일생에 한번 있을만한 경험을 하게 됐다. (절대로 다시 있어선 안될 경험)

그리하여, 덕분에 무사히 나머지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2. ChouCho

1. 優しさの理由 (2012 / 빙과 OP)
2. bouquet (2016 / 앨범 수록곡)
3. Elemental World (2017 / 마사무네군의 리벤지 ED)
4. あの空に還る未来で (2014 / 버디 콤플렉스 ED)
5. DreamRiser (2012 / 걸즈 앤드 판처 OP)
6. starlog (2013 / 프리즈마 이리야 1기 OP)

아니사마같은 대형 공연보다는 각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곡을 더 할수 있는 여유가 있고, 그래도 원맨라이브만큼은 아니다보니 세트리스트가 가장 잘 알려진 유명한 곡 위주로 선곡된것 같았다. 첫번째 곡은 히라가나인 ちょうちょ에서 ChouCho로 개명한 후 처음으로 낸 4번째 싱글, ‘상냥함의 이유’. 내가 쵸쵸를 처음 알게된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한데, TVA 빙과의 오프닝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도 좋아하는 곡중 하나다.

사실 fhana같은 경우는 앨범도 사서 다 듣고 했지만 쵸쵸는 그정도의 팬심(?)까진 아니었던지라, 위 곡처럼 몇몇개 좋아하는 곡만 찝어서 들었어서 (주로 내가 봤던 애니메이션 타이업 곡들) 모르는 곡이 나오겠거니 하는 예상은 했었다. 그래도 나름 예습한답시고 아이튠즈에서 최신 싱글인 Elemental World를 프리뷰 들어보고 마음에 들어서 사서 들어보긴 했는데 (그리고 빙고를 쳤다) 아무래도 내공이 딸려서 위 세트리스트의 2번째와 4번째 곡은 콘서트에서 처음 들어보는 곡이 됐다. 2번은 솔직히 그럴만도 한게 타이업 곡도 아니었잖아…

다만 5번과 6번은 (좋아해서) 질리도록 많이 들었던 곡들이라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드림라이저는 특히나 신나는 곡이기도 하고, 인지도가 다른 곡들에 비해서도 높았는지 (아무래도 걸판이 확실히 엄청 흥하긴 했던지라) 콜사인이 눈에 띄게 더 격렬(?)했다

그러고보니 쵸쵸를 라이브로 들은게 처음이었는데, 역시 태생이 우타이테로 실력파(?) 아티스트다보니 이정도쯤이야 하는 느낌으로 수월하게 훌륭한 가창력을 보여주었다. 녹음으로 듣는것과 거의 다를 것 없이 익숙한 그런 맑고 잔잔한 톤이었다.

#3. fhána

1. Relief (2016 / 앨범 수록곡)
2. 現在地 (2017 / 青空のラプソディ 싱글 커플링곡)
3. Antivirus (2016 / 앨범 수록곡)
4. ケセラセラ (2013 / 유정천가족 ED) [데뷔곡]
5. ムーン・リバー (2017 / 유정천가족 2 ED) [미발매곡 / 첫 공개]
6. 青空のラプソディ (2017 /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OP)
7. Outside of Melancholy〜憂鬱の向こう側〜 (2015 / 첫 정규앨범 타이틀곡)

마지막으로, 대망의 fhana 등장!

멤버 4명 전원이 각자의 악기를 셋팅해 등장하고, 게스트 밴드 멤버로 베이스 주자 한분이 함께 연주하셨다. 첫 곡은 다소 잔잔하게 미디엄 템포인 Relief로 시작. 가사 전체가 영어로 된 곡인지라 (아마 내 기억상으로 현재기준 처음이자 유일한 곡이라 알고있다) 후렴구를 제외하고는 다소 호응하기가 어려운 곡이었다 아무도 가사를 잘 몰라

두번째와 세번째 곡까지는 앨범 수록곡인 등 일반적인 관객의 경우 다소 인지도가 떨어질법한 곡을 했는데… 뭔가 리더인 사토 준이치의 강한 집념의 무언가가 있었지 않나 싶다(웃음) 뭐 애초부터 ‘소중히 아끼는 곡을 피로하는’ 정신의 공연이니 꼭 유명한 곡만 하라는 법도 없으니. 개인적으로는 다 들어보긴 했지만 역시 그렇게 잘 아는 곡은 아니었다

4번곡은 fhana로서의 데뷔곡이기도 한 케세라세라. 내가 처음 fhana곡을 들어본 건 いつかの、いくつかのきみとのせかい(우리들은 모두 카와이장 OP)였고, 본격적으로 입문한건 星屑のインターリュード(2015 / 천체의 메소드 OP)였던지라 무려 그 이전에 나온 곡. 앨범을 통해 처음 들었다.

다음은 처음 듣는 곡이 나왔는데, 무려 아직 발매하지도 않고 공개하지도 않은 완전 신곡이었다. 제목은 ムーン・リバー(문 리버)로, 화나의 데뷔곡이된 “유정천가족”의 2기인 작품(4월 방영 예정)에 또 타이업을 하게 되어 의미가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6번으로 대망의 아오조라노랩소디!! 개인적으로 이번에 가장 기대했던 곡. 일반적으로 화나의 곡 대부분은 좀 점잖은 느낌인데 이번에 꽤 이례적으로 신나고 플레이풀한 곡이 나와서 꽤 좋아하는 곡이었다. (타이업 된 애니도 재미있게 보기도 했고) 무엇보다 같이 제작한 뮤직비디오가 재밌었는데 연출도 연출이지만 멤버 전원이 다 춤을 춘다 (웃음) 사토씨가 춤을 추는 모습은 참 뭐랄까… 재미있었다 (웃음)

그래서 만약 이 곡을 하게 된다면 이 춤을 라이브에서 직접 추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실제로 토와나쨩이 춤을 추었다 ㅋㅋ 사토씨의 춤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지만 (키보드 연주하시느라) 대신 케빈이 중간에 컨트롤 때려치고 나와서 박수치면서 무대위를 누볐다.. ㅋㅋㅋ

이 곡은 시작하기 전에 대놓고 케빈이 나와서 같이 춤을 추자고 해서 후렴구 마지막 부분에 다같이 따라할 간단한 안무를 가르쳐줬는데 역시나 재미있게 즐길수 있었다. CHU CHU YEAH! 떼창은 물론 빠지지 않았다 (웃음)

중간중간에 MC코너가 꽤나 길었는데 예상 외로 의미심장한 특이한 내용은 없고 멤버간 잡담이 많아서 재밌었다. 밴드 멤버에 대해 이제까지 많이 알진 못했고 각자 역할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공연때 각자의 특색이나 성향을 엿볼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가령 토와나와 사토 아저씨에 비해 잘 몰랐던 나머지 두명중, 케빈은 엄청 에너지가 넘치고 활발한것같은 점과.. 와가 유우키는 조용한 이미지면서도 의외로 말을 많이 하는구나(?) 같은 것들. 나중에 알게됐지만 트위터를 다른 멤버 비해서도 아직까지도 굉장히 활발하게 열심히 하는 듯 하다. 팬들이 보내는 멘션 하나하나 답해주는 정성까지도.


 

MC코너때 쵸쵸나 화나 양쪽 다 언급하기도 했지만 두 아티스트가 다 이 ‘심창음악연주회’라는 공연에 대해 각자 나름의 애착이 있는 듯 했다. 그럴만도 한게, 첫 공연이 열렸던 2014년은 화나같은 경우 데뷔한지 고작 1년으로 이제 막 지명도를 쌓아가고 있을 시절이었을테고, (첫 원맨라이브를 한게 2015년 첫 정규 앨범 발매후) 란티스마츠리같은 대형 공연에 잠깐 하고 들어가는게 아닌 제대로 아티스트로서 파트가 있는 공연은 귀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나중에 찾아보고 알게 됐지만 fhana 첫 정규앨범인 「Outside of Melancholy」(2015)의 마지막 트랙으로 들어가있는 「kotonoha breakdown (2014/9/23 LIVE Version)」이 바로 첫번째 심창음악연주회에서 녹음되어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선명히 녹음돼 박제된 관객석의 토와나쨩~ 후훘!

그러고보니 별개의 이야기로..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펜라이트 (킹블레이드)를 가져갈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애매했던 것이 일단 공식 굿즈 판매의 공지가 없었던지라 공연중 펜라이트 반입이 허용이 되는지 확실하지 않았던 것. 보통 굿즈 판매에 펜라이트가 있으면 공연중에 사용을 허한다는 의미이니 망설임 없이 가져갔을텐데 정보가 없었던지라… 일단 ChouCho나 fhana는 타 대형 공연때 펜라이트를 쓴 이력이 있었는데 (원맨라이브는 못 봤지만) 이 공연은 (제목)성격상 좀 잔잔한 것이 되지도 않을까 싶었는데, 고민하다 결국은 안 들고가기는 했다. 하지만 실제 공연때는 보니 펜라이트를 들고 온 사람이 몇몇 보였다. (다만 타 공연에 비해 대다수는 아니었고 소수의 몇몇 사람만 띄엄띄엄 들고있는 정도였다) 곡의 클라이막스에서 UO를 꺾는 사람도 어김없이 있었고. 이 외 다른 공연들에서의 경험을 부합하여 결론을 내려보면 일반적으로는 ‘펜라이트 사용을 금지하는 문구가 구체적으로 공지되지 않은 이상 OK‘ 라고 생각하면 되는것 같다. 하지만 OK라고 모든 공연에서 펜라이트를 ‘권장’하는건 아니다보니. 소규모 공연장에서는 펜라이트가 너무 많으면 밝은 빛때문에 앞사람의 시야를 가리거나 오히려 방해가 될수도 있으니 나름 잘 판단해 결정하는것이 현명한 듯 하다.

みんなとの写真、うれしい _ #tow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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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모든 순서가 끝나고, 엔딩을 맞이했다. 화나의 차례가 끝난 후 가르니델리아, 쵸쵸, 오레사마까지 다함께 나와서 한명씩 돌아가면서 인사를 했다. 깜짝 발표도 있었는데, 본 공연의 네번째 공연인 ‘심창음악연주회 제 사(其の四)’의 개최가 결정되었다는 소식. 엄청 이른 발표가 아닌가 싶었지만 그럴만도 한게 내년이 아닌 올해 9월이라고 했다. 확정된 출연진은 ChouCho와 TRUE, 하지만 fhana가 리스트에 없었다. (토와나가 “지난 3회동안 개근했는데 이번엔 초대 안 해주는건가요-“하고 농담을 쳤다) 아직 결정을 안 한건지 안 나오기로 한건지 무언가 어른의 사정이 있는 것으로… 

마지막으로 사이좋게 다함께 인사를 하고 들어감으로 공연은 완전히 막을 내렸다. 관객이 일제히 앵콜을 외쳤지만 아쉽게도 미리 준비된 앵콜은 없었다 ㅎㅎ;


 

사인을 사니 앨범을 줬어요.

혼자 보러간 공연이라 누구 기다려줄 사람도 없지만, 공연의 여운이 남아서 (다른 말로 ‘땀’이라고도 한다) 공연장 밖으로 나와서도 잠시 서성이다가 숙소를 향해 걸어 돌아왔다.

원맨라이브도 아니고, 아니사마처럼 유명한 대형 공연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인지도가 꽤 낮은… 그러나 아는 사람은 아는 합동 라이브. 적당한 크기의 공연장에서 정말 자신들이 갈고닦은 ‘소중한 음을 발표하는’ 음악회라는 느낌이 들어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게 되는 길이 될수도 있고, 잘 몰랐던 곡들을 새롭게 듣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좋은 컨셉의 콘서트였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