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wers & Wilkins PX 헤드폰 4개월 사용기

2018/06/13 15:56

Bowers & Wilkins PX Wireless Noise Cancelling Headphones
2018년 2월 4일 구입 (중고)
사용기간 약 4개월

액티브 노이즈캔슬링이 되는 무선 헤드폰은 언젠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었다. 무선 노캔 헤드폰하면 거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소니 1000X나 보스 QC35등을 주변에 가진 사람을 많이 보아 들어보기도 했고 매장에 갔을때고 가끔 생각날때마다 들어보곤 했지만 노캔 성능은 출중해도 역시 음색이 딱히 취향으로 다가오는 것이 없어서 구매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The Verge의 ‘현재 가장 좋은 무선 헤드폰‘이라는 글을 보게 되었는데 예상했던 소니 1000X나 QC35 이외에 들어보지 못한 제품인데 높은 평가를 받은 B&W PX를 발견하게 되었다. (단독 리뷰글도 참고. 10점 만점에 9점으로 꽤 높은 평가를 했다) 주요 강점으로 타 노캔 제품에 비해 음질이 가장 좋다라는 평이었는데, 기존 노캔 헤드폰이 대부분 저음에 치중한 느낌의 음색에 비해 이건 고음이 뭉개지지 않고 제대로 들린다라는 평가를 듣고 관심이 가게 되었다.

구입을 결정하게 된 건 2월에 일본에 갔을 때였는데, 매장에서 청음해보고 소리가 마음에 들면 구입하자는 마음을 먹고 갔었는데 예상 밖으로 소리가 꽤 괜찮다는 판단을 내려서, 마침 중고 제품이 있기도 했고 한국과 가격 차가 꽤 나서 구입하게 되었다.

소리

다른것을 논하기 전에 헤드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소리가 좋고 내 취향에 맞는가인데, 청음시 꽤 오랫동안 여러가지 평소 듣는 음원으로 들어보을 때 확실히 리뷰에서 읽었던 대로 타 노캔 헤드폰과는 다르게 고음부가 도드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밀폐형 헤드폰임에도 불구하고 공간감도 살짝 있는것처럼 느껴졌고, 노캔+무선이라는 조건에서 얼마 없는 선택지를 고려할때 구입을 결정하기에 충분히 장점이 있는 제품으로 판단했다.

노캔 헤드폰은 특성상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키고 끄고에 따라 음색이 많이 변화하는데, PX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 것이 노캔을 끈 상태에서 들으면 베이스가 지나치게 없고 (대신 고음이 더 깨끗하다) 노캔을 키면 다소 울리는 느낌이다. 중간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노캔 헤드폰 특성의 한계라 생각하여 보통 들을 때는 노캔을 킨 상태로 들었다.

페어링한 디바이스에 전용 앱을 설치하면 노캔의 정도를 조정할수 있는데, (일반/도시/비행기 3단계로 강도 조절이 된다) 최대 레벨로 설정했을때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타 제품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실제 비행기에서도 착용해 들어봤지만 대부분의 반복적인 환경 소음을 잘 걸러내준다.

디자인

무선 노캔 헤드폰은 일반 헤드폰에 비해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비싼제품치고는 싸보이는 플라스틱을 쓴 제품들이 대부분인 것에 반해 PX는 금속느낌의 재질이나 텍스쳐가 들어간 마감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노린것 같다. 다만 마냥 좋은것만은 아닌게 이 때문에 전체적으로 꽤 묵직하다. 후술하겠지만 헤드폰에 있어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의 사용

USB-C를 채용한것도 장점중 하나. 소니의 1000XM2가 이전모델의 Micro USB포트를 그대로 유지한채 나온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PX는 최신 규격인 리버시블 포트를 달고 나왔다. 작은 변화지만 일상에서 충전하기가 편해진다는 의미다.

다만 그 외에는 다소 조작부가 부실하다. 기본적인 플레이 컨트롤 버튼과 노캔 토글버튼, 전원 토글이 있는데 이 전원부가 버튼이 아니고 슬라이드인것이 실제로 조작하려할때 전혀 편하지 않다. 슬라이드해서 그 위치에 고정되어있는 식의 스위치가 아니고 당겨서 슬라이드하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 식의 스위치인데, 이게 동시에 아래로 누를수도 있는 버튼이라 (오래 누르면 페어링 모드로 들어간다) 전원을 키고 끄려면 거의 손 끝 손톱으로 밀어야하는데 인식이 생각보다 잘 안된다. 버튼 크기가 작기도 하고, 바깥에서 헤드폰을 머리에 쓴 뒤 버튼을 보지 않고 손으로 찾아서 키려고 할때 한번에 안 되어서 더듬거린 경우가 꽤 있었다.

착용감

헤드폰을 구매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할 것은 소리나 기타 기능뿐만 아니라 쿠션의 여부다. 쿠션 하면 보통은 귀에 닿는 부분의 이어패드만 생각하는데… 여기서 실수를 했다. PX의 이어패드는 다소 특이한 디자인으로 일반적인 두터운 스펀지 느낌이라기보다는 C 모양으로 감싸는 컵이 있고 그 위에 가죽으로 씌운 형식이라 (AKG K812가 이런 느낌이었던것같다), 밀폐형 헤드폰임에도 유닛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보이는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이어패드가 딱딱한건 아니고 적당히 푹신한 감을 주는데, 귀 부분의 쿠션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내 귀의 경우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는 헤드밴드였다. 나중에 본 부분이지만 Verge의 리뷰 글에서도 몇 안되는 단점중 하나로 ‘책상 앞에서 앉는 등의 정적인 자세로 헤드폰을 들을때 머리 정수리가 아파온다’고 지적된 적이 있었다:

…but they caused a sore spot to develop at the top of my head if I listened to them for longer than an hour. The new PX have an all-new headband, however it too is susceptible to developing a hot spot of pressure at the top of the head…

실물을 보았을 때 이리저리 돌려보며 평가할때 이어패드에만 집중한 나머지 헤드밴드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그것도 그런게 청음샵에서 헤드폰 1시간 이상 쓰고있지는 않으니까…) 이게 치명적인 단점으로 다가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헤드폰은 1시간 이상 끼고 들을수가 없다. 머리가 너무 아프기 때문에. 출퇴근때도 들어보고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끼고 들었지만 1시간 이상 연속으로 끼고있으면 정수리가 눌리면서 머리 전체에 두통이 오는듯한 느낌이 오는 정도다. 이제까지 써봤던 헤드폰중 (그래봤자 소니 DS7100AKG K712밖에 없다만) 3-4시간을 껴도 이렇게까지 피로가 오는 제품은 없었다.

헤드밴드를 만져보면 쿠션이 없는건 아닌데, 쿠션이 결코 두껍다고는 할수 없다. 게다가 집에서 쓰는 DS7100나 K712와는 다르게 머리에 닿는 헤드밴드 위에 따로 무게를 분산시켜주는 지탱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휴대용 헤드폰은 어쩔 수 없다) 이어피스의 무게를 헤드밴드와 이와 닿는 머리가 그대로 다 받게 된다. 앞서 말했지만 PX는 금속 재질을 사용한 덕에 무게가 좀 더 나가는데, 설상가상으로 장시간 착용시 무게가 그대로 체감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되어버린다.


실제로 구입해본 휴대용 헤드폰은 이번이 처음이었던지라, 이어폰만 휴대하다 가방에 더 묵직한 헤드폰을 가지고 다니는것과 그걸 꺼내서 착용해야하는 귀찮음을 둘째치고서라도 위에서 이야기한 착용감의 단점을 한번 경험하고 난 후로는 손이 잘 안 가게 되어서, 결국 짧은 기간 후에 다시 방출하게 되었다.

소리는 그래도 ‘무선 노캔 헤드폰’ 중에서는 다소 높은 점수를 쳐줄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것도 노캔헤드폰은 워낙 음질 수준의 바가 낮아서…) 아무리 소리가 좋아도 1시간 이상 들을수 없는 헤드폰이라는건 있을수가 없다고 생각. 마치 이전에 K3003을 들였을때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디자인 특성상 외부에서 맘놓고 들을수 없는 것때문에 방출하게 된 것이 떠오르는 대목. 아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