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chron K1 맥용 블루투스 LP 기계식 키보드

2019/01/22 01:16

작년에 킥스타터로 펀딩했던 키보드를 지난주에 드디어 받았다.

Keychron이라는 회사의 첫 자체제작 키보드. Keychron K1

킥스타터 뜬게 2018년 10월 초였고 원래 발송은 11월 발송 예정으로 다소 야심찬 생산 계획을 뽐내고 있었던 녀석이지만… 이제까지의 킥스타터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절대로 11월에 받으리라고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고

생산차질로 두달정도 미루어지고 1월 초에 실제 순차발송이 되었는데 펀딩 끝나고 3개월만에 실제로 나온것만으로도 꽤 선방했다고 본다.

아무튼 어떤 키보드냐? 왜 갑자기 이걸 펀딩하게 됐느냐 하면…

개인적인 기계식 키보드 경험 이야기

우선 기계식 키보드는 두가지 모델을 써본적이 있다. 첫 키보드가 커세어 K70이었고 (2013년), 두번째가 필코 마제스터치 컨버터블2 (2016년). 글을 보면 알겠지만 마제스터치로 넘어갔던 이유가 K70으로 기계식 첫 입문을 한건 좋은데 무선이 아닌 유선이 되어버린것이 주 불만이었다. 책상을 깔끔하게 유지하고 싶은 입장에서 모니터 앞으로 책상을 가로지르는 두꺼운 선은 보기 싫기 때문에.

필코 마제스터치는 블루투스 기반인데다 키 스위치도 갈축이라 타이핑 느낌도 더 마음에 들었는데, 왜 지금 안 쓰고 있냐하면… 동생이 가져가서 게임하는데 쓰고 있다. 나는 2016년에 개인용 iMac을 구입하면서 완전히 윈도우 PC기반 생활을 정리해 버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매직키보드가 따라왔고, 무선이고 컴팩트하고 극도로 얕은 두께에 배터리도 오래 가는 녀석이라 맥과 쓰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선택이었다.

유일한 아쉬운 점이라면 기계식의 키감을 느낄수 없게 된 것. 동생에게 마제스터치를 넘기기 전에 몇번 시험삼아 페어링해 써보기도 했는데, 역시 키 레이아웃이 완전히 맥용으로 디자인되지 않은 점과 높은 키 높이가 부담스러웠다. (매직키보드에 적응된 후에는 더욱이나)

나의 이상적인 키보드란

기계식 키보드 매니아들이 득실한 커뮤니티에 가서 무선을 이야기하면 거의 대부분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키보드에 안정적인 입력은 생명인데 당연히 유선을 써야지 어디 감히 블루투스같은 걸 끼얹나 같은 외부인에게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그런것이 있다. 뭐 이해가 안 가는건 아닌데, 무선 환경이 어지간히 똥이 아니고 송신기/수신기가 멀쩡하다는 가정 하에 블루투스 키보드 쓰는데 연결이 끊기고 키가 안 먹히고 한걸 자주 경험한건 아닌지라.

무선이면서 기계식 키보드의 손맛도 살리면서 시중에 나온 90%의 클래식 스위치를 쓴 키보드처럼 과도하게 높지 않으며… 맥용 레이아웃에도 최적화되고 가능하면 백라이트까지 되면 좋겠다- 라는 이상적인 (그와 동시에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조건의 조합을 머리에만 두고 몇번 찾아보다가 그만둔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2017년-18년 사이에 기존 스위치보다 2배 얕은 ‘Low profile’스위치라는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보통 키보드 스위치의 원조격이자 명가로 불리는 체리 스위치…의 아류를 만들던 중국쪽에서 한 발 먼저 내보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게 슬금슬금 실제 제품으로도 만들어 하나둘씩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는 나와 어느정도 비슷하게 심플한걸 유지하면서 (애플의 매직키보드처럼) 기계식은 기계식인 그런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 이런게 나온게 아닐까 싶기도. 아무튼 드디어 시대가 수요에 따라잡은 듯 하다.

테두리만 불이 들어오는게 아닌, 키캡의 글자 각인 자체도 빛이 투과된다.

그럼 그건 그렇고, 중요한 이 키보드는 대체 어떻게 사게 된거야? 알게 된 계기가 되새겨보면 좀 웃기다.

Keychron을 펀딩하게 되기까지

이런 내 이상적인 키보드의 조건에 맞는 놈이 나온다는 소식을 처음 듣게 된건 놀랍게도 이 글에서 소개한 Keychron이 아닌 Vinpok Taptek이라는 제품이었다. 페북에서 어쩌다가 광고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애플의 매직 키보드 레이아웃을 똑같이 가져와 가장 얇은 기계식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주요 셀링 포인트였다. 아직 구매할수 있는건 아니라 프로토타입의 사진과 영상만 있고, 아무런 구체적인 정보도 없고, 곧 출시 예정이니 이메일 등록하면 출시할때 안내해주겠다는 말만. 이런 류의 vaporware(홍보해놓고 실제로 나오지 않은 제품들)를 한두번 본게 아니라 솔직히 의심스러웠지만 (심지어 페북에 광고잖아…) 반쯤 속는 셈으로 등록을 했다. 근데 이게 몇개월이 지나도 구체적인 정보는 없고 잊을만 하면 찌라시나 보내는게 슬슬 진짜로 기대감이 바닥을 치던 와중에… 2018년 말이 되어서야 드디어 크라우드 펀딩한다는 소식이 왔다.

근데 이때, 너무 우연한 타이밍으로 매우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곳에서 비슷한 컨셉의 키보드를 만드는데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다는 메일이 왔다. Keytron 이라는 이름이길래 처음에는 Vinpok 애들이 이름을 바꾼 줄 알았다. 얘네들 외에는 키보드 관련 뉴스레터 등록한 기억이 없는데… 근데 같은 크라우드 기반 프로젝트라 해도 뭔가 제작 진척도도 Vinpok보다 훨씬 이미 실제 생산 단계까지 간것같고 제품 설명도 더 구체적으로 납득이 가는 수준.

둘 다 Low profile 스위치를 채용해 얇은 두께를 목표로 하고 있었고 백라이트, 무선인건 동일했고 차이점이라면 Keytron의 키보드는 방향키와 Ins/Del 6개 키 블럭을 포함한 스탠다드 87키 레이아웃이고, Vinpok쪽은 애플 매직키보드와 같은 78키 레이아웃이라는 점. 검은색이냐 흰색이냐의 디자인 차이도. 솔직히 좀 고민됐는데 결정적으로는 키보드 레이아웃을 유심히 보다가 방향키가 매직키보드처럼 한줄이 아니고 Up 키가 윗줄로 올라간 것 때문에 우측 Shift키가 한칸짜리 너비가 되어버려서 개인적인 우측 시프트키 사용 빈도를 생각했을때 이건 분명히 불편할 것이다라 판단해 Keytron쪽을 골랐다.

배송(예정)이 빠른것도 있었고, 가격도 심지어 이쪽이 더 쌌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왜 Keychron이라 해놓고 방금 한 이야기에선 Keytron이냐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펀딩 성공후 2019년 되고나서 사명과 제품 이름이 돌연 Keychron으로 바뀌었다. 후원자들에게 이메일로 물론 해당 사항이 안내가 되었는데… 미국쪽에 Keytron으로 이미 트레이드마크 등록된게 있어서 괜한 트러블을 피하기 위해 바꾼 거라고. 그 덕에 제품명과 로고가 초기생산분에는 여전히 Keytron으로 박혀있다 (내것 포함). 브랜드명 지을때 구글 검색이라도 해보지 그랬어… ㅠㅠ

Keychron K1 소개 및 평가

참고로 캡스락 키에만 불이 안 들어와있는데 의도된 디자인이다. 토글키라 켜져있을때만 불이 들어온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약속보다는 늦게, 내 예상보다는 빠르게 키보드가 손 안에 들어왔다. 백커 번호 356번이므로 꽤 빠른 편이었고, 가장 빠른 1차 배송에 해당되는 모델인 87키 RGB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을 골랐던 고로 제일 빨리 발송됐다. 거기에 물리적인 배송 거리가 짧은것도 덤 (중국->한국) 심지어는 발송 확인 메일이 오기도 전에 먼저 물건을 받아버렸다 ㅋㅋㅋ (메일이 오늘에야 옴… 수동으로 확인메일 보내느라 고생 많을듯)

첫 인상은, 생각보다 디자인이 더 깔끔해서 좋네. 두께는 확실히 기계식 키보드의 기준에서는 정말 얇은데, 매직 키보드에 익숙해진 입장에서는 그래도 키가 높구나-라는 느낌.

스위치는 이런 모양. 펀딩 페이지나 홈페이지 어디에도 스위치 메이커를 안 써놓은거 보아 자체적으로 어디서 가져온건지… 아무튼 브랜드를 알 수 없는 스위치다. 다만 색깔이 파란색이고 키 클릭이 굉장히 경쾌한걸 보아 청축계열 로우 프로파일 스위치인듯.

기계식 키보드의 딸깍거리는 키감과, 키 눌리는 거리가 매직키보드 쓸때에 비해 늘어나 더 확실한 키를 누르는 느낌이 생긴건 좋지만, 반대로 매직키보드는 키가 얕아 키가 바닥을 칠때 충격이 손끝에 그대로 전해져 피로해지는 게 있다고 하면 얘는 단순히 키를 누를때 들어가는 손가락의 힘이 더 요구되다보니 장시간 치면 피로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같다.

물리적인 스위치로 전원을 끌 수 있는건 좋은 선택이다. 휴대용으로 갖고다닌다는 시나리오에서 키가 눌릴때 그냥 전원이 켜저버리면 곤란하기 때문에. 블루투스-(꺼짐)-유선 순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그 옆에는 윈도우/안드로이드 – 맥/iOS 모드간 전환 스위치.

키보드 자체는 어느 환경에서도 쓸 수 있지만, 물리적인 스위치 (각 환경에 따라 컨트롤/알트/윈도우/커맨드 키 배치를 뒤집어 바꿔준다)가 있음과 동시에 맥용/윈도우용 키캡을 나눠서 주문 받았기 때문에, 완벽히 각 플랫폼별 키보드 레이아웃에 알맞게 키캡이 끼워져 왔다. 더이상 맥 유저가 키보드에 윈도우 로고 붙어있는걸 볼 필요도 없고, 키캡에 써진것과 다르게 동작을 기억해야할 필요도 없고. 맥 네이티브로 나온 몇 안되는 기계식키보드중 하나가 된것 같다.

유선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블루투스가 싫다 하는 사람은 유선 모드를 쓰면 된다. 페어링 없이 바로 표준 USB키보드로 인식된다. 블루투스 모드에서는 최대 3개 기기까지 페어링할수 있고, 키보드 측에서 Fn+1,2,3을 눌러 디바이스간 전환이 가능하다.

충전 및 유선모드 연결용으로 USB-C 포트를 쓴건 칭찬해줘야한다. 사실 2019년정도 됐으면 이제 당연한 거여야 한다고생각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간혹 참 뻔뻔하게도 마이크로USB같은걸 달고 나오는 애들이 있다. 제발 USB-C 씁시다.

블루투스 연결은 꽤 안정적인 것 같다. 회사와 집에서 아이맥에 페어링해 써봤을때, 특별히 키 딜레이나 신호 간섭등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배터리 레벨이 디바이스에 리포팅되지 않아, 키보드 쪽에서 빨간불 들어오기 전까지는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 제조사측에서는 무선 연결시 백라이트 끈 채로 사용량에 따라 2주-4주정도 간다고 하고, 백라이트를 키면 8시간에서 20시간정도 쓸 수 있다고 한다.

한가지 재밌는 이야기가 있는데, 내 키보드를 받았을때 포장을 뜯자마자 뭔가 안에서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어서 제품 받자마자 나사 풀고 기판을 들어내게 되었는데 (조립 과정에 잘못 들어간걸로 보이는 나사 하나가 알루미늄 인클로져 안에서 굴러다니는 거였다) 분해해보니 실제 키 스위치가 붙은 기판이 얹혀진 알루미늄 인클로저 내부에 딱히 아무런 장치가 없었던 점이다.

사실상 저 납작한 인클로져 안에 들어가있는건 배터리뿐인지라, 배터리만 아니었으면 이 키보드 더 얇고 납작하게도 만들수 있었던거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들면서 동시에 배터리를 더 길게 옆의 빈 공간도 채워버리면 배터리 용량을 더 늘릴수 있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지금 들어가있는게 2000mAh짜리라고 한다.

물론 무게/휴대성/단가 측면에서 고려해 결정한 거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무선이래도 집에서만 놓고 쓸 용도인지라 무게는 상관 없으니 내장 배터리를 늘린다면 백라이트 킨 채로도 1회 충전으로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얘기니까 좀 솔깃할만한 이야기다. 물론 저 안에 들어갈 크기에 맞는 얇은 배터리를 스스로 구해 납땜해 정상작동하게 개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 그냥 그림의 떡이지만…

백라이트 얘기를 해보자. 펀딩시에 RGB가 아닌 단색 화이트 백라이트만 있는 옵션도 있었다. 가격 차이도 별로 안 나는거 기왕 하는거 색 바꿀 수 있는 쪽으로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해서 RGB로 했다. 무지개로 번쩍이는건 별로 취향이 아니지만… 단색으로도 여러개 바꾸려면 결국 RGB해야되니까. 꽤 다양한 모드의 라이팅 프리셋을 제공하는데… 이건 영상으로 보는게 날 것 같아서 짤막한 영상을 찍어봤다. 덤으로 타이핑시 소음이 어느정도 되는지…는 음량 감이 안오니까 알기 힘들거고 아무튼 어떤 소리가 나는지 들어볼 수 있다.

 

크게 아쉬운 점들

위에서 이야기한 몇몇 장단점들 외에, 조금 써보고 크게 신경쓰이는 단점들이 몇개 있었다.

1. 라이트 키의 위치

가장 크게 꼽을수 있는 단점으로는, “백라이트 프리셋 변경” 키의 위치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현재 이 키는 원래 스탠다드 87키 레이아웃의 우측 Ctrl/Control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왜 이걸 여기다 넣은건지 알 수가 없다. Keychron 키보드를 받은 유저들이 모인 (공식) 커뮤니티 그룹이 페북에 있는데, 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단점. 맥 키보드를 쓰던 사람은 더욱이나 그런 것이, 방향키가 원래 있던 곳이라 실수로 이 부분을 누르게 되는데 그러면 지금 쓰는 라이트 프리셋이 변경되는지라 내가 원하는 프리셋으로 다시 바꾸러면 또 저 버튼을 15번가량 눌러야되는 불편함이 있다.

백라이트를 완전히 끈 채로 쓰고 싶은 경우에도 그렇다. F5키로 백라이트 밝기를 완전히 죽인 상태에서라도, 라이트 키를 누르면 백라이트 밝기가 리셋된다.

키를 차라리 위쪽에 배치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9.07.24 추가:
하도 많은 유저들이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기 때문에 펌웨어 1.2 버전에서 라이트 모드를 “락” 걸수 있는 옵션이 생겼다. 펌업을 한 뒤 Fn+D+C를 누르면 활성화되며, 이후로는 라이트모드를 그냥 누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Fn과 함께 눌러야 동작하는 식이라는듯. 펌웨어 업데이트 툴이 여전히 윈도우용밖에 제공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업데이트해 써보지는 않았다.

2. Eject키의 부재, 상단 3개 기능키 커스터마이즈 불가

본 키보드를 홍보할때 내세운 장점중 하나로, 윈도우에서는 Cortana, 맥에서는 Siri를 단 한번의 키프레스로 작동시킬 수 있도록 전용 키를 박아놨다는 것이 있었다. 우측 맨 상단에 3개의 커스텀 기능 키로 배치되어 있는데, 각각 스크린샷, 음성인식, 시리로 되어있다.

문제는 원래 맥 키보드에서 상단 맨 오른쪽 키는 “꺼내기(Eject)”키가 자리잡고 있던 곳이라는 점. 원래는 CD등의 디스크를 추출할때 쓰는 버튼이었는데 요즘은 누가 CD드라이브 쓰는 사람도 없고 쓸모없는 버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Cmd+Option+Eject로 한번에 컴퓨터를 슬립모드로 들어가게 할 수 있는 유용한 단축키가 있다. 개인적으로 하루에 몇번씩이고 가장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키 중 하나였는데 이걸 더 이상 못 쓰게 되어 좀 난감했다. (키 레이아웃 체크할때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 부분은 일단 Karabiner라는, 맥에서는 나름 유명한 고급 키보드 커스터마이즈 앱으로 키의 동작을 대체해 Eject로 바꿔 지정해놨다 (설정 JSON파일 링크). 소프트웨어 솔루션이라 다른 환경에 키보드를 가져간 순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만, 아무튼 지금은 괜찮다. 다만 시리도 그렇고 음성인식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안 쓰는 기능들인데 저 키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방법이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은 여전하다.

다른 유저들도 키보드 키맵 변경이나 라이트 프리셋 커스터마이즈 등의 기능을 요청하는걸로 보아 미래에 펌웨어를 업데이트한다거나 소프트웨어로 컨트롤할수 있는 솔루션을 공식에서 업데이트로 내준다면 참 좋겠는데, 가능할런지는 확신이 없다.

그 외에, 단점까지는 아니지만 실사용시 조금 신경쓰이거나 불편할 수 있는 부분

블루투스 키보드에서 보통 크게 생각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면서 의외로 미묘한 짜증을 유발하는 부분이 바로 대기모드를 어떻게 핸들링하느냐인데, 이 키보드는 블루투스 무선 모드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절전 모드로 들어가버린다. 물론 안 쓸때 제품을 자동으로 꺼서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함이지만, 백라이트가 켜져있든 아니든 상관없이 대기모드로 들어가버리므로 간혹 몇분간 키보드를 누르지 않고 컴퓨터를 쓰다가 (동영상을 본다든가… 마우스만 쓰는 작업을 한다든가) 키보드를 누르면 최초 프레스로 키보드가 대기모드에서 깨어나므로 그 첫 입력은 자연스럽게 씹히게 된다.

애플의 매직 키보드는 이 부분을 정말 엘레강트하게 핸들링하는데, 키보드가 절전모드를 쓰기는 한건지 싶을정도로 키보드가 깨어날 때까지 유저가 기다려야하는 딜레이가 없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컴퓨터를 깨우기 위해 엔터를 눌러도 곧바로 반응한다. Keychron의 이 키보드는, 최소 전에 필코 마제스터치를 쓸때에 비교해서는 깨어나는 속도 + 재페어링이 빨랐지만 여전히 1초정도 딜레이는 존재한다. 그리고 기본 설정된 절전 모드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몇 분간 사용 안하면 절전하기” 룰) 다소 짧은 편으로 느껴진다. 30분도 채 안 되는 느낌. 물론 이건 무선 키보드면서 백라이트 달고나오는 애들이 많지 않아서 좀 더 빡세게 절전 리밋을 선정한것같지만 (배터리 용량이 특히나 2000mAh밖에 안 되다보니) 그래도 좀 아쉬운 정도.


 

이래저래 몇가지 단점을 포함한 여러가지 감상을 늘어 놓았지만, 전반적으로 꽤나 만족스러운 키보드인것 같다. 맥 환경에 최적화되어 나오는 좋은 기계식 키보드가 정말 많이 없었던 와중에 뭔가 추천할만한 선택지가 생겼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이런 제품이 이제까지 없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많은 맥 유저의 이목을 끌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도 비슷한 컨셉의 키보드가 많이 만들어져, 선한 경쟁이 되어 더 좋은 개선품들이 나온다면 맥 사용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더욱 좋을 것 같다.

 

+2019.07.24 추가:

…라고 과거의 나는 썼었지만, 위에 언급한 것들은 그냥 “아쉬운 점”에서 끝났다면 그런게 아닌 다소 “치명적인 문제”로 생각해야만 할것같은 부분들이 드러났다. 냉정하게 따져 아래의 문제들이 해결되기 전 이 키보드를 현 시점에서 추천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할 정도로.

편리한 사용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문제들

1. 클릭 전에 입력해버리는, 색깔, 소리만 흉내낸 가짜 청축 스위치

스위치는 이런 모양. 펀딩 페이지나 홈페이지 어디에도 스위치 메이커를 안 써놓은거 보아 자체적으로 어디서 가져온건지… 아무튼 브랜드를 알 수 없는 스위치다. 다만 색깔이 파란색이고 키 클릭이 굉장히 경쾌한걸 보아 청축계열 로우 프로파일 스위치인듯.

위에 이렇게 적었었는데, 별 문제 없겠지 생각했는데 막상 쓰다보니 기존의 청축과는 다르게 누를때 클릭 소리가 나고 실제 입력이 들어가는게 아니고… 클릭 소리가 나기 살짝 전에 입력이 들어간다. 클릭 소음이 나는 “기계식 스위치”라는 것의 의의가 단순히 경쾌한 키감뿐만이 아닌 클릭 소리로 정확한 입력을 알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면에서는 전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점. 일반적인 타이핑을 하고 있자면 종종 중간에 손이 스치면서 누르려고 하지 않은 키가 입력되는 문제가 있다. 이전에 장문의 블로그 글을 Keychron 키보드로 처음부터 끝까지 써본적이 있는데, 매직 키보드로 칠때에 비해 현저하게 오타율이 높아서 확실히 체감하게 되었다.

이 부분은 제품 런칭 후 배송받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유저 그룹에서 제보한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만 있는 문제지만 스위치 디자인의 문제라 펌웨어로 고쳐질 수 있는 부분도 아닌것 같고, 아직까지 제조사에서 인정하기조차 하지 않았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2. 블루투스 연결의 불안정함

간혹 슬립에서 깨어나서 재페어링됐을때 임의의 키가 제멋대로 무한 입력되는 문제가 있다. 가령 KKKKKKKKKKKKKKKKKKKK 이런식으로(…) 해결방법은 키보드를 껐다 키는 것. 이 또한 나한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고 여럿 유저가 지적한 문제. 아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3. 절전 모드에서 아무 입력 없이도 키보드가 컴퓨터를 깨우는 문제

절전에 들어갔다가 다시 켜지는데 걸리는 딜레이가 조금 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이후로 예상치도 못한 새 문제를 발견했다. 컴퓨터를 재운 상태에서 키보드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제멋대로 컴퓨터가 켜지는 문제가 있다 (iMac). 이전엔 이런 현상이 없었는데 원인을 추적해본 결과 이 키보드가 깨우는게 맞는걸로 판명이 됐다 (시스템 로그상 HID의 신호로 인해 깨어났다고 기록되는데 Keychron 키보드의 전원을 끄고 실험해본 결과 컴퓨터가 안 일어나는걸로 보아 이쪽 문제가 맞는듯. 이것때문에 하루이틀 밤잠을 설쳤는데 (자려고 누웠는데 한밤중에 컴퓨터 화면이 갑자기 켜지니…) 결국 지금으로써는 자러갈때 키보드 전원 스위치를 끄는거 외에 별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유저 커뮤니티에 리포팅도 해둔 상태긴 하지만 제조사가 지금은 배송하는데만 모든 에너지가 다 집중되어있으므로 나중에 진짜로 펌웨어 업데이트의 가능성이 있다 해도 근 시일내에 이 문제가 해결될것 같아보이진 않는다…

애플의 매직 키보드가 진짜 여러모로 얼마나 꼼꼼하게 잘 만들어진 키보드인지 (맥과의 호환성 면에서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역체감이란게 이런거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