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의 관계’에 대한 고찰

2013/06/14 18:52

트위터나 온라인 상에서 알게 된 상대와 어떤 주제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 싫어하는 이유중 하나가, 서로 대립되는 의견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대화가 서로 감정적으로 변하기가 쉬운데, 그것때문에 그 사람과의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심한 케이스에는 끊어지기까지 할까봐 두려워서—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온라인상의 관계가 현실에서 처음 만나 이루어진 관계와 애초에 무슨 차이가 있냐고 흔히들 변호하지만, 실제로 넷상에서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기도 말을 걸기도 쉽지만 그만큼 관계를 끊는 것도 쉽다. 따라서 나는 ‘넷상에서 시작된 관계’가, 오프라인의 관계와 같이 더 깊이 신뢰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가장 핵심적인 체크포인트가 바로 ‘혹여 어떠한 이유로 다투게 되었을때 화해해서 회복할 수 있느냐’의 여부라고 생각한다.

오프라인—학교나 직장이나 기타 등등 곳에서 만난 친구는 의견의 대립으로 인해 말다툼을 해서 사이가 틀어질수는 있다 해도 어지간한 경우는 그것으로 인해 단번에 상대에 대한 앙심을 품고 관계를 아예 끊어버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온라인상의 관계는 사실 트위터라면 팔로를 끊으면 그만 페북에서 친추를 해제하면 끝이기 때문에 굉장히 volatile(휘발성의, 불안)한 관계이다. 실제로 우리는 트위터뿐만 아닌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람이 누군가와 사소한 의견 대립으로 시작해서 긴 키배로 발전해서 결국 한명이 퇴출당하거나 한명이 손을 놓거나, 서로 적대관계가 되어 끝나는 경우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혹여 그런 돌이키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그래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해서, 일부러 논쟁이 될만한 민감한 주제는 피하고 그저 가볍게만 계속 가게 되는 경향이 있다.

트러블을 피해서 나름의 평화를 유지할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이래서는 관계가 그냥 ‘가벼운 관계’ 이상의 ‘더 깊은 사이’로 발전할수가 없다. 꼭 싸우면서 친해지는건 아니지만, 몇 차례의 트러블이 있더라도 그걸 극복하고서 서로를 용납하게 될때야말로 양쪽이 신뢰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트위터 상에서 과연 서로 심하게 싸운 두 상대가 그냥 서로 상처받고 언팔로 끝내는게 아니라, 조금 시간이 지난다 하더라도 결국엔 어느 한쪽이 사과하고 다른쪽이 받아주고 또 사과하고 그래서 화해하는, 그런 광경. 매우 보기 드문 케이스라고 할수 있겠다만 그것이 가능한 사이라면 그 둘은 이미 단순히 ‘온라인상의 피상적인 관계’를 넘어선 사이로 진전했다고 볼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아,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이 사람은 나를 버리지 않는구나.”하고 상대를 신뢰할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몇차례에 걸쳐 올린 트윗들을 모아 약간 정리하고 내용을 덧붙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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