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자녀들의 사진을 올리는 것, 프라이버시에 대한 생각
Don’t Post About Me on Social Media, Children Say
2016-03-08, The New York Times
난 요즘 뭔가 유행인듯한 ‘슈퍼맨이 돌아왔다’같은 TV프로에서 연예인 자녀 꼬마애들 생활하는거 찍어서 방송하는거라든가, 인터넷에 부모들이 자식들 사진이나 글들을 공개된 공간에 올리는것에 대해 볼때마다 영 탐탁치 않은 느낌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이상,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이 이뻐보이는건 당연한 일이고 사진 많이 찍어서 기록 남기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어릴적 사진을 공유한다 해도 고작해봐야 친척들, 지인들, 친구들, 주변 이웃들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젠 물리적인 사진앨범이 아닌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대로 바뀌면서 이전엔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던 새로운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생겼다.
사실 사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SNS라는걸 손에 넣고 인터넷의 ‘공개 공간’에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와 그 파급력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긴 하다. 그래도 본인이 무심코 던진 말이나 올린 글이 수년 후에 본인이 보았을때 흑역사로 여겨진다면 그에 대한 후폭풍이나 영향은 본인 책임으로 지고 가면 되는거지만, 그게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이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는 것.
사실상 엄밀히 따지면 모든 사진을 찍을때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인물을 찍을때는 누구든지 그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친한 친구의 사진을 찍을때 일일이 물어보지 않는 이유는 그 관계에 따른 상호간의 암묵적 허용이 있기 때문일 것이고, 반대로 생판 모르는 사람의 사진을 막 찍을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여기에 이렇게 찍은 사진을 인터넷, 즉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개된 공간에 올린다는 것은 그 파급력을 생각하면 더욱 신중하게 그 사진에 찍힌 사람의 의사를 물어봐야 맞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깐깐하게까지 피사체가 된 사람의 의사를 묻지는 않는다. 자신이 보기에 못마땅하게 찍힌 사진을 남이 올린 것이 불만이 있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대부분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사람이 아무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항상 암묵적 동의로 간주할 수 없듯이, 이런 행위가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여기까지는 최소 스스로 인지가 가능한 수준의 두뇌발달이 된 연령의 사람간의 이야기고, 아직 너무 어려서 사실상 본인의 의사결정권이 없는 아이들의 경우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애들이 “엄마 아빠 제발 내 얼굴 사진좀 페북에 올리지 마요 쪽팔리니까” 하고 이야기할수도 없는 거고, 그냥 아무것도 모른 채 선택권 없이 계속해서 사진이 찍힌다. 사람이 잘 생기고 못 생기고 사진이 잘 나오고 못 나오고의 문제가 아니고, 어찌되었든 당장 사진첩으로도 15-20년전 어릴때 자기 사진을 남에게 보여준다 하면 부끄러워지는게 보통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부모들이 자기 애기 예쁘다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심지어 친구위주의 반쯤 닫힌 그룹도 아닌 완전히 공개된 커뮤니티 사이트 등지에 자유롭게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올린 것을, 그 아이들이 자라서 20년 후에 본인 어릴적 사진이 인터넷의 공개 공간에 올라가있다는 것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답은 뻔하다.
그렇다고 디지털의 시대에서 다시 보안을 위해 물리적인 사진앨범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하는건 아니다. 애들 사진 페북에 올려서 자랑하는것을 아예 하지 말아야한다는 것도 아니다. 사진 많이 찍고 보관하고 다른 사람들 보여주고 하는건 좋은 의도지만, 그 바탕에 부모가 충분히 자녀를 나이에 상관 없이 엄밀한 인권을 지닌 한 사람으로 인지하고,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서 10년 20년이 지나도 자녀가 심리적 피해를 입지 않을 만한 정도로 공유의 범위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