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5-27 Animelo Summer Live 2017 – 3일 전일 참전 후기

2017/11/15 22:47

2017.08.25 – 27 Animelo Summer Live 2017 THE CARD

매해 여름 3일에 걸쳐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애니송 라이브 이벤트, Animelo Summer Live (줄여서 “아니사마”)는 애니송을 좋아하는 오타쿠들에게 있어서는 확실히 매해 여름 최고의 추억으로 남는 축제의 장이다. 애니송계의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 내게 있어 수 년 전부터 아니사마는 영상으로만 구경할 수 있었던 그림의 떡같은 것이었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아니사마2016의 2일차 하루를 직관할수 있게 되면서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다음에도 가고싶다-라는 생각은 물론 있었지만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고 티켓을 구하는 것이 워낙 힘든지라 희망만으로 품고 있었는데, 별로 기대 안하고 응모했던 아뉴타 (ANiUTa=애니송 전문 스트리밍 앱) 선행에서 정말 예상치 않게 전 3일 2명분 티켓이 당첨이 되어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올해에도 아니사마를 가게 되었다. 3일 전부 다!

작년의 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순으로 공연 내용 세트리스트까지 전부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썰을 풀었지만 이번에는 그러기에는 너무 분량이 많고 (게다가 글 작성하는 시점이 어쩌다보니 거의 3개월씩이나 늦게 작성하는지라 디테일은 기억이 잘 안 나기도 하고) 하니, 개인적으로 특별히 기억나는 점들, 느꼈던 점들 그리고 실제 직관을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팁 위주로 작성해보려고 한다.


 

티켓, 좌석

아니사마가 개최되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는 풀사이즈 스타디움 모드로 최대 3만명정도가 들어가는 공연장으로, 하루 27,000명씩 동원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이지만 그만큼 오고자 하는 수요층도 많기 때문에 티켓 구하기, 특히 ‘좋은 자리’의 티켓을 구하는건 어려운 일이다.

‘좋은 자리’라고 함은 통상적으로는 무대와 같은 층인 1층 밑바닥인 아레나석이고 무대에 가까울수록 당연히 좋은 좌석으로 평가받는다. 1순위로 진행되는 선행추첨은 언제나 블루레이 선행인데 (매해 나오는 전년도 아니사마를 영상수록한 블루레이에 응모권이 포함되어있다) 이쪽에서 아레나 석을 가져갈 임자들은 전부 결정난다고 보면 되고, 그 후로 이플러스, 티켓피아 등 일반 티켓 추첨 사이트에서 200레벨 (스탠드), 400레벨, 꼭대기층 발코니인 500레벨 끝까지 채워나간다고 보면 된다. (300레벨은 좌석수도 적고 보통 업계인들 등이 앉는 VIP 지정석이라 일반인 추첨 대상에 포함 안되는걸로 알고있다) 전부 추첨이기 때문에 좋은 좌석이 걸리는건 순수 운빨. 좋은 좌석 당첨율을 높이기 위해 AnimeloLIVE!라는 유료 회원제 서비스도 있었다고 하는데, 회원에게는 아레나 앞쪽 자리나 200레벨의 잘 보이는 자리 당첨이 어느정도 보장되고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당첨 확률이 올라가는 그런 것으로 알려져있다. 헌데 현 시점에서 찾으려면 예전에 가입했던 사람들의 질문 글 몇개만 보일 뿐이고 공식 사이트(로 보이는animeloLIVE 스트리밍 서비스는 종료로 폐쇄)도 찾을 수 없고 가입 방법도 알 수 없고 마치 전설로만 남은… 그런 것이다. 여기서 가입 지속 햇수를 채운 올드비들이 최전열인 A,B 블럭을 매해 차지하는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그런 욕심 부릴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돈이 있다면 암표상에서 30만원 정도에 하루 공연 A석 티켓을 잡을수 있다고는 한다) 그냥 아레나석이라면 우와 좋은 좌석이다 좋겠다-라고 해주면 되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작년은 지인분이 구입하신 블루레이에서 추첨권을 나눔받아 응모 넣은게 운좋게 당첨되어서 친구와 함께 아레나 E9블럭에서 관람을 할 수 있었고… 올해라고 그 찬스를 또 쓸수 있진 못했고 블루레이도 구입하지 않았어서 (사실 2년 연속으로 또 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블루레이 선행 넘기고 그냥 손만 빨고 있었는데 마침 올해 초에 서비스를 개시한 아뉴타에서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응모를 실시하고 있길래, 안그래도 애니송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라길래 관심이 좀 가던 차에 월 600엔이면 블루레이 한장 구매하는 비용의 1/10조차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고, 무려 인당 한번에 3일 전부 응모를 넣을 수 있어서 기꺼이 응모를 넣었다. 내가 넣었던 응모는 ‘아뉴타 2차 선행’. 기왕 할거 좀 빨리 1차 응모를 넣었으면 조금 더 좋은 좌석이 걸렸을수 도 있겠다 싶지만…

운좋게 3일 전부 당첨이 되었다. 당첨이 되어도 문제인데 티켓 결제를 현지 편의점에서밖에 못하기 때문. 게다가 2인 연석으로 응모를 했기 때문에 같이 갈 사람을 찾아야되는데 주변에 아는 사람중에 아무도 같이 갈 사람이 없었다. 결제 기한이 있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하나 망설이던 중 트위터에서 서로 팔로하고 있던 (이때만 해도 멘션 몇번 주고받은 사이였지 별로 친분이 있던것도 아니었다) 일본 분 한명이 생각나서 밑져야 본전이지 싶어서 “티켓이 생겼는데 아니사마 같이 가보지 않겠습니까?”라고 멘션을 보냈다. 놀랍게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OK를 해서 그 즉시 티켓 교환 코드를 보내주고 현지 편의점에 잠깐 나갔다오겠다 하여 초고속즉시결제 및 티켓 발권.

하여 뽑은 좌석은, 1일: 213게이트 4열 254,255 / 2일: 401게이트 3열 5,6 / 3일: 513게이트 2열 331,332.

일단 아레나가 아니라는건 알겠고 설마하던 400레벨 500레벨 좌석을 뽑은것도 알겠는데 숫자만 봐서는 어디쯤인지 감이 안 와서 좌석표 그림을 찾아서 게이트넘버를 찾고 대략적인 위치를 표시해보니 위의 그림같은 위치로 찍힌다. 저렇게 보아도 사실 전혀 감이 안 올만도 한게 SSA를 고작 한번밖에 안 가봤고 아레나석만 가봤다보니… 200레벨이나 400, 500에서 무대가 보이기는 한가, 얼마나 멀리 있는가 걱정이 안 될수가 없었다.

이미 갔다온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도 타 일반 티케팅 사이트 추첨에 비해 우선도가 꽤 앞서있는 선행추첨이었던지라 (아뉴타 1,2차가 끝난 후에 일반적으로 하는 이플러스, 티켓피아 추첨이 있었다) 아레나를 제외하고 나름대로 잘 보이는 앞쪽 열 자리를 뽑아준게 아닌가 싶다. 400,500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200레벨보다 구린 자리는 아닌 것이, 200레벨도 뒤쪽열 깊숙히 들어가면 무대에서 멀어지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200레벨

1일차 좌석: 213게이트 4열 254

우선 1일차 좌석은 정면으로 보는 좌석중에서는 아레나 다음으로 나름 200레벨 최전열이었다. 어차피 아레나도 C블럭 뒤로 가게 되면 무대와 멀어서 스크린에 의존해야 하는건 마찬가지인지라, 단차가 있는 스탠드에 올라가있는 좌석인것 빼고는 체감상 아레나와 별 다른게 없다고 보면 된다. 장점: 가끔 아티스트들이 타고 한바퀴 도는 토롯코가 지나갈 때 바로 앞을 지나가므로 아주 잘 보인다.

500레벨

 2일차는 완전 꼭대기인 500레벨. 이 날이 제일 걱정이 컸는데 막상 좌석을 찾아와보니까 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어? 생각보다 좋은데? 싶었다. 무대쪽에 너무 붙어서 스크린이 대각선으로조차 전혀 안 보이는게 아닐까 걱정을 했는데 스크린도 나름 잘 보이고, 무대와 공연장 전체를 위쪽에서 구경할수 있는 위치라 신선했다.

400레벨이나 500레벨은 높이가 높기 때문에 맨 앞줄인 1열은 안전상 일어서서 관람하지 못 하도록 되어있다. 난간이 있긴 하지만 허리춤정도의 높이라 확실히 이런데서 뛰다가 추락사고라도 나면 여간 큰일이 아닐테니. 다행히 우리는 2열! 이었기 때문에 일어나서 보는데도 지장이 없고 앞 시야가 가리는 것도 없이 확 뚫려서 정말 잘 보였다.

정말로 400, 500레벨 좌석이 걸렸다고 마냥 슬퍼할것만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한 것이, 바로 여기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경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광경. 3만명이 비트에 맞춰 흔드는 빛나는 펜라이트를 이렇게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SSA같이 큰 무대에 처음 아티스트들도 올라오면 항상 하는 멘트가 ‘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감동했다’ ‘아름다운 경치를 다시 보고싶다’ 인데, 확실히 이건 맨눈으로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광경이다. 심지어 이 각도는 블루레이나 TV방송본에서도 볼 수 없는데, 당연한 것이 카메라는 이렇게 높이는 설치되지 않기 때문. 라이브 영상 녹화본을 보면 와이드앵글이 아주 가끔 나오는데 이것도 무대 뒤에서 보이는 관객석 전면을 잡은거나 200레벨 뒤쪽에서 대각선으로 잡은 화면 외에 그 위를 아우르는 샷은 볼 수가 없다.

참고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원칙상 공연중 사진촬영은 금지되어있다. 위의 사진을 비롯한 다른 사진들도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찍은 것인데 400, 500레벨에서 이전에 관람한 사람은 많아도 그 좌석에서 무대가 잘 보이는지 어떤지 알 수 있게 후기를 올려놓은 사람은 정말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혹시나 정보를 찾는 분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하여 자료수집의 목적으로 사진을 찍어두었다…라는 변명을 해본다.

400레벨

3일차였던 400레벨은 500레벨과 비슷한데 한 층 아래다보니 각도가 약간 낮아진 느낌. 이쪽은 오른쪽에 300,400,500레벨 좌석이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지라 까딱하면 가려서 잘 안 보였을수도 있을거같았는데 다행히 맨 오른쪽에서 좀 들어온 5,6번 좌석이었던지라 이 날도 무대 보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3일간의 공연이 모두 끝나고 퇴장하기 전에 찍어본 파노라마샷.

3일간 좌석이 참 골고루도 다양하게 뽑혀주셔서 뒤, 왼쪽, 오른쪽 전 방향으로 고루 경험해보게 된것 같다.


 

공연 즐기기

아니사마를 간다면 가장 기대되는것은 물론 좋아하는 아티스트 (또는 성우)가 좋아하는 곡을 부르는 것을 맨 귀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작년에 처음 경험해본 이후로 개인적으로는 현장의 그 분위기가 굉장히 기억에 남았다. 그냥 곡조에 맞춰서 혼자 펜라이트를 흔드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응원’한다는 느낌이 나니까 흥이 돋는데, 2만 7천명이 함께 모여서 같은 곡을 듣고 같은 색으로 통일된 펜라이트를 흔든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체감과 쾌감을 준다.

물론 아티스트마다 각자의 음악 활동에서 추구하는 곡 스타일이 다르고 그에 따라 각자 콘서트 문화의 차이도 존재하다보니, 모든 아티스트가 다 한결같이 뛰면서 펜라이트를 흔들면서 콜을 넣고 시끌벅적한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펜라이트는 아니사마의 공통된 공연문화의 최소한이라는 느낌으로, 아니사마에 온 이상 그 문화에 모두가 녹아들게 된다. 좀 점잖은 분위기의 곡을 위주로 부르는 아티스트들 조차도 아니사마에 와서 뜨거운 열기로 응원하고 호응해주는 관객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테니. 따라서 다른 시점에서 생각한다면, 아니사마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을 엄청난 스케일의 회장에서 펜라이트를 흔들며 즐길 수 있는 정말 몇 안 되는 기회가 된다. 예를 들자면 fhana같은 경우 단독 콘서트에서는 펜라이트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손만을 흔들며 호응하는데, 아니사마에서는 모두가 파란색으로 통일한 펜라이트를 흔들며 青空のラプソディー(푸른 하늘의 랩소디)를 부를 수 있다는 것.

올해는 작년에 함께 갔던 친구가 가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의 펜라이트를 빌려와서 내것과 합해 양손에 하나씩 들고 이도류로(?) 참전했다. 품종은 킹블레이드. 아니사마에서 공식 굿즈로 판매하는건 슈퍼노바 마더베이스이고 이외에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루미에이스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있으나 휘도나 내구도 면에서는 여전히 킹블레이드가 정석으로 평가되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올해는 색을 두 개 쓸 수 있으니 아티스트가 여러명 나왔을때 동시에 여러 색 표현이 가능하다!!

이외에 올해는 개인적으로 또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는데, 전지 방식의 LED펜라이트가 아닌 재래식(?)의 화학 액체 야광봉을 공연때 사용해 보았다. 블루레이나 공연때 보면 곡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대부분 1-2소절 후 브릿지 다음 마지막 후렴구 들어가는 시점에 해당) 통상적인 펜라이트보다도 더 밝게 빛나는 주황색 봉이 여기저기서 갑자기 나타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것의 정체가 ‘울트라 오렌지’ (약칭 울오/UO)라고 불리는 그것이다.

(아니사마 2016 블루레이 영상에서 캡쳐한 장면. 흰색 불빛중 오렌지로 빛나는 것들이 울오다)

때마침 이번 여행기간동안 묵었던 아키바 근처의 Airbnb가 이런 공연용 펜라이트 관련상품을 전문으로 다루기로 유명한 ‘데라난난(でらなんなん)’이라는 샵이랑 같은 건물에 있어서, 펜라이트를 아직 갖고있지 않던 친구도 여기서 LED 펜라이트를 구입하고, 3일차에는 울오도 처음 구입해보게 되었다.

제조사가 여럿 있지만 제일 유명하기로는 LUMICA사의 제품을 보통 산다고 하더라. 색상도 예상 외로 오렌지색 외에 여러 색이 있었는데 오렌지색이 가장 많이 쓰이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오렌지색을 구입. 잘 보면 지속시간에 따라 종류가 또 여럿 있는데, 통상적인 밝기로 수 분간 지속되는 제품이 있는가하면 휘도를 최대화한 대신에 지속시간이 1분조차 안 되는 것들도 있었다.

내가 사용할 용도를 생각해보면, 각 곡의 가장 뜨거운 클라이막스에서 하나씩 꺾어서 흔들 목적이었기 때문에 약 2-3분 지속된다고 써있는 걸로 골랐다. 실제 회장에서 써본 경험에 의하면 처음 꺾었을때는 정말 밝지만 1분만 지나도 밝기가 킹블레이드 수준으로 떨어지고, 2분 지나면 발광은 하지만 정말 어두워지기 때문에 하나 꺾어서 한 곡 이상으로 활용하는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킹블레이드만 해도 밝은 정도인데 이녀석은 정말로 고휘도이기 때문에 사실 공연중 ‘민폐 행위(迷惑行為)’에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애매한 기준선에 걸친 사항이긴 하다만 지속시간이 워낙 짧다보니 통상적인 울오의 사용은 딱히 제재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공식적인 안내사항에서는 타인의 시야를 가리거나 휘두르다 상해를 입힐수 있는 임의로 제작한 응원도구는 반입을 불가한다고 되어있고, 상식적으로 함께 즐기는 공연에서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하는건 옳지 못한 일이니 휘두르는것도 적절한 선에서 잘 조절해서 하는 센스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12개입이 들은 한 박스를 사갖고 들어갔는데… 처음 사용해본 후기는…

12개로 4시간 반동안 전혀 모자라잖아(??)

나름 계획적으로 정말 잘 알고 좋아하는 곡, 뜨겁게 달아올라야만 하는 부분에서만 하나씩 꺾는답시고 했는데 3일차 후반에 가니까 하이텐션인 곡들이 쉴틈없이 줄줄이 나오고 설상가상으로 펜라이트 둘 다 배터리가 중간에 닳아버리는 일이 일어나버려서… 마지막에는 맨손으로 흔들다가 울오밖에 의지할 것이 없어져버렸다

하지만 그 효과는 역시 엄청났다! 일반 LED라이트를 흔드는것 이상으로 밝게 빛나는만큼 곡의 마지막 후렴구때 약속했다는듯이 딱 꺾어서 팟 하고 들어올렸을때 회장 곳곳에서 같이 빛나기 시작한 주황색 빛을 보니 이 또 새롭게 엄청난 쾌감이. 라이브 영상을 통해 볼때만해도 그런 장면을 보면 몸에 소름이 쫙 돋는데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것은 차원이 다른 정도였다.

앞으로도 펜라이트가 허용되는 공연에 간다면 비장의 수단으로 몇봉씩 울오를 챙겨가 사용할 의사가 있다. ㅎㅎ

더위 버티기

작년에 아니사마를 왔을때는 그 시기에 뭔가 비가 왔던것 같아서 공연장에서 막 엄청 덥다는 기억은 없었는데… 올해는 비도 안 오고 땡볕에 습도에 지옥같은 여름 더위 그 자체였기 때문에 공연장 내에서도 하도 더워서 꽤 힘들었다.

비가 온다고 되어있긴 했는데 실제로 비가 왔었던가… 그렇다고 해서 온도가 내려가는것은 아니니 사실상 아무 상관이 없었다(..)

물을 각 일마다 500ml짜리 두병씩 챙겨서 들어갔는데 역시 최소 이정도는 되어야 수분 보급을 할 수 있을것같다. 아예 1리터짜리 병을 들고 오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너무 많이 마시면 중간에 화장실을 가야하니 적게 마셔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덥고 땀나고 할때는 일단 마시고 본다. 한가지 주의사항은 보온병같이 일반적인 페트병이 아닌 물병을 들고오면 입장할때 소지품 보안 검색에서 걸려서 갖고들어가지 못 할 수가 있다. 카메라 등 물건과 함께 나중에 받아갈수 있도록 맡겨두고 입장해야하는데 일단 걸리면 입장할때도 귀찮고 퇴장할때도 바로 못 나와서 고생을 해야하니 웬만하면 안 갖고 가는게 좋다.

화장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400레벨 500레벨 좌석의 장점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화장실 가기가 편하다는 점이다(..) 4시간 반동안 진행되는 대규모 공연의 중간 휴식시간은 20분이 주어지는데, 한꺼번에 몰리는 인파를 생각하면 절대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특히 아레나 석에서 화장실을 가려면 사이드나 뒷문까지 나가서 가야하는데 시간 내 돌아올 자신이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안 가는 사람들도 있고, 일부러 휴식시간 시작 전에 먼저 일찍 출구를 향해 뛰어나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400, 500레벨에 앉았던 2,3일차는 입장하면서 화장실이 바로 근처에 있던걸 봐두고 여유롭게 휴식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었다. 대기줄이 생기긴 하지만 (비교적) 그리 길지 않아서 시간 내로 충분히 맞출 수 있다.

식사하기

공연 시작은 4시고 입장은 2시부터인데, 입장을 좀 늦게 한다 해도 최소 5시간을 공연장 내에서 버텨야하니 식사는 든든하게 해서 준비해 들어가는것이 좋다. 아니사마의 전통으로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오전에 SSA 근처의 케야키히로바(けやきひろば)라는 광장에서 각종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의 공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이 주변에서 각종 음식 또한 판매된다. 꽤 다양한 종류가 있고 그릇 하나 들고 먹기 편한 메뉴들이 주로 있는데…

이런 행사장에서 파는 음식들이 대개 그렇듯이 가격 대비 퀄리티나 양은 별로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좋다. 음식을 주문하고 받으려 대기하는 사람들은 많고, 앉아서 먹을 자리는 없고, 맛도 그럭저럭이고. 그렇기 때문에 점심을 여기 와서 해결하는 것은 사실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공연 시간에 딱 맞춰 오지 않고 공연장 근처에서 시간을 때울 생각이라면 차라리 근처의 식당을 찾아가거나 하는 것이 낫다. 역 주변에도 식당이 몇 있고 케야키히로바 지하의 상가에도 식당이 있고, 역에서 공연장으로 걸어가는 길목 바로 옆에 로얄호스트 지점도 있으니 여기서 밥을 든든하게 먹고 드링크바로 시간도 때우다 입장 시간에 맞춰서 들어가는걸 추천. 작년에도 여기서 점심을 먹었는데 올해도 하루는 여기서 먹었다.

아니면 사실 그냥 도쿄 시내에서 점심까지 먹고 느긋하게 3시정도까지 맞춰서 와도 아무 문제가 없다. 어차피 전 좌석 지정제라 선착순으로 빨리 들어와봤자 이득되는것은 없으니… 오전에 케야키히로바의 공연을 구경할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일찍 와서 체력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

굿즈 구입하기

굿즈를 구입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바로 ‘사전 통판’을 이용하는 것이다. 공연 당일 몇달, 몇주 전부터 공식 홈페이지에 굿즈 정보와 사전 통판에 대한 안내가 올라오는데 (MAGES. 온라인 샵을 이용하게 된다) 여기서 미리 원하는 굿즈를 주문하면 (물론 한국에서 받으려면 배대지를 써야한다) 공연 당일에 굿즈를 사려고 일찍 가거나 줄을 서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아니사마는 공연의 규모가 규모인만큼 정말 어딜 가도 사람이 상상 이상으로 많기 때문에, 피할수 있다면 최대한 인파를 피하는 쪽이 본 공연을 위한 체력을 아끼는 방법이라고 생각.

만약 통판을 이용할 여건이 안되거나 사전판매 기간을 놓쳐서 물건을 못 샀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게 아니사마는 굿즈 종류가 엄청 다양하고 (티셔츠만 몇 종류씩 있다) 물량도 관객 수에 맞게 충분히 준비하는 편이라 입장 전에 슥 봐도 그리 쉽게 완판 나는 경우는 없는 편이다. 적당히 잘 보고 개장 후 입장 바로 직전에 대기줄이 없으면 슥 들어가서 슥 사서 나올수 있다.

체력 관리하기

하루짜리 콘서트를 가본건 이미 꽤 되지만, 아니사마는 하루치 실제 공연 시간이 훨씬 길기도 한데다 이번처럼 3일 전부 관람하는건 처음이었던지라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주로 체력이 버틸수 있을까의 걱정이었는데… 위에서 최대한 체력을 아껴야된다 강조한것도 이런 이유다. 하루만 뛰어도 힘들었는데 3일 연속으로 뛰면 도대체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안 갔다.

물론 하루 4시간 반씩 진행되는 공연동안 계속 서있어야 한다는 룰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서 보는 사람도 있고, 체력이 넘쳐서 계속 방방 뛰는 사람도 있고… 본인의 취향이나 컨디션에 맞게 즐기면 되는 것이지만 역시 내가 잘 아는 곡이나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나오는 차례에는 일어서서 뛰면서 호응하며 보고 싶은 것. 3일동안 출연하는 아티스트들 한명 한명 전부 다 알고 모든 곡들을 다 알아서 100%로 즐길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체력적인 의미에서는 죽음이겠지만) 나는 미리 예습을 어느정도 해도 전부 알아가기는 힘들기 때문에 애초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갔었다.

1일차…때는 사실 쉴 틈이 없이 거의 90%를 서있었던것같지만 2일차부터는 중간에 잘 모르는 아티스트들 차례에서는 그냥 앉아서 본다거나 하는것도 많았고 나름 조절을 했는데도 2일차 끝날즈음엔 진짜 체력이 후달려서 죽을것 같더라. 평소에 운동을 안 하는지라 안그래도 체력이 거지인데 1일차 끝나고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때 나를 반기는 전☆신★근☆육★통 (…) 확실히 공연 시작한지 아직 1시간도 안 됐는데 다리의 피로가 빨리 오는게 느껴지더라. 라이브도 젊고 체력 있을때 봐야지 원…

요점은,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즐기면 된다는 것이겠다.


 

2017년의 아니사마: 서프라이즈 & 향수 자극

사실 3일치 분량이 너무 많아서 다 떠올리기가 힘들긴 하지만, 내가 느낀 올해의 공연을 두 단어로 요약해보자면 ‘서프라이즈’와 ‘향수 자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통 해당 년도 아니사마의 출연 아티스트 목록이 발표되면 그들이 어떤 곡을 부를지 예측하는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현재진행형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라면 보통 1년에 최소 두곡 싱글은 타이업으로 내는 페이스고, 최근의 히트곡이 부족하지만 네임밸류로 유명한 (또는 연차수가 있는) 아티스트라면 과거의 인기곡을 재탕한다는 패턴을 따르다보니 인당 2-3곡을 부른다는 제한 안에서 대략 예측 가능.

하지만 아니사마에는 매 해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바로 ‘콜라보레이션’이다. 어떤 아티스트들이 조합해 콜라보 무대를 선보일지 직접 보기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나타나는 깜짝 게스트나 듀엣 무대를 보는 것은 굉장히 짜릿한 서프라이즈다. 올해는 특히나 과거에 유명했던 곡들이 세트리스트 곳곳에 많이 심겨져있었다는 느낌이었는데, 한 때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유명한 곡들이 속속 나오면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대목이 많았다.

가령, 1일차 첫 곡부터 강력한 서프라이즈 펀치를 날리고 시작했는데, 한 때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엔딩곡인 ‘하레하레 유카이(ハレ晴レユカイ)‘를 무려 SOS단 원 멤버 3명 (히라노 아야, 치하라 미노리, 고토 유코)가 직접 나와서 댄스와 함께 불러버린 것.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를 틈도 없이 처음부터 그냥 최고조를 찍어버렸다. 이미 여기서부터 추억팔이 많이 할테니까 각오해라-라는 힌트를 준 걸지도 모르겠다.

1일차 참여한 관객에게 입장시 나눠주었던 찌라시백.

또한 1일차 출연진중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올해 최고의 다크호스 작품이었던 ‘케모노 프렌즈(けものフレンズ)’. 케모노 프렌즈가 출연한다는 건 당연히 오프닝 곡인 ‘어서오세요 쟈파리 파크에(ようこそジャパリパークへ)‘를 부른다는걸 의미하는지라 이건 예상한 바였지만, 곧바로 2번째 곡으로 튀어나오리라고는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 했던지라 그냥 정신이 없었다. ㅋㅋ 여기에도 작은 서프라이즈가 숨어있었는데 바로 본 곡의 작곡가인 오오이시 마사요시가 특별 피쳐링으로 무대에서 함께 부른 것. (같은 날 OxT 멤버로 출연진에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 서프라이즈였던 이엣타이가

2일차 공연에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들이 세트리스트 곳곳에 심어져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음악 활동을 재개해 무대에 선 나카지마 메구미가 ‘성간비행(星間飛行)‘(마크로스F 삽입곡)을 불렀을때 온 회장에 전율이 흐르고, 치하라 미노리 & 미모리 스즈코가 ‘Minorin Mimorin’이라는 명의로 올라와 ‘Don’t say lazy‘(케이온! ED)를 부르기 시작했을때 곡을 알아챈 팬들은 생각지도 않은 선곡에 그야말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 그리고 2일차의 마지막 타자는 fripSide였는데 속으로는 간절히 바랐지만 사실상 포기하고 있던 ‘only my railgun‘(어떤 과학의 초전자포 OP)이 진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이 되면서 이 곡을 라이브에서 들어보고싶다는 내 소원이 이루어지고야 말았다.

작년에 참가한 아니사마에서는, 출연한 아티스트들을 안다 해도 그들이 내가 아는 곡 (주로 제일 유명한 곡들)을 잘 안 불러주고 최신곡들만 위주로 불러서 모르는 곡이 많았던 점이 아쉬웠던 적이 많다. 가령 LiSA의 경우 개인적으로 평소에 자주 듣는 아티스트는 아니라 곡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역시 제일 유명한 곡인 crossing field(소드 아트 온라인 OP)는 잘 아는 그런 느낌. 하지만 이런 곡들은 이미 나온지가 꽤 된 곡들이 다수고, 이미 라이브에서도 몇번이고 불렀었을 곡이라 아니사마의 무대에서 다시 보는건 어렵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3일차의 첫 곡에 무려 May’n과 함께 등장해 crossing field~Chase the world(액셀월드 OP)라는 메들리로 부르기 시작한걸 들었을때는 그냥 막…

스즈키 코노미의 This game (노 게임 노 라이프 OP)도 비슷한 느낌으로 스즈키 코노미 곡중 거의 유일하게 제대로 아는 곡이었는데 작년에 못 들어서 아쉬웠던 것을 알아주기라도 한듯 올해의 셋리스트에 포함되어있어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이 곡을 라이브로 들을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뻤다.

그 외에도 아니사마 첫 등장인 클라리스가 부른 ‘커넥트(コネクト)‘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OP), 우치다 마아야 + 우에사카 스미레를 깜짝 피쳐링으로 세우고 부른 ZAQ의 ‘Sparkling Daydream‘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싶어! OP), 니시자와 시에나+스즈키 코노미 듀엣으로 갑툭튀한 ‘소라이로 데이즈(空色デイズ)‘ (천원돌파 그렌라간 OP). 몇년정도 지난 유명 곡들이자 개인적으로도 잘 아는 곡들이 사이사이 튀어나오니 너무 반갑고 기뻐서 감정이 벅차오르는 것을 숨길수가 없었다.


3일차 공연이 끝나고, 퇴장하면서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어떻게 글로 정리하기가 참 힘들다. 위의 글도 뒤죽박죽인 구성이 되긴 했지만 나름 읽는 사람 입장에서 말은 되도록 문장을 몇번이고 고친답시고 한게 이 모양이다…만, 결론을 내리면 역시 참 즐거운 3일간 이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한 곳에 모인다는것은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다시 회장에서 볼 수 있어서 기쁘고, 음악으로만 듣다가 무대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예 음악조차 처음 들어보는 곡들도 있었지만 라이브를 통해 새롭게 발굴하게 된 곡들도 있고.

일생에 10번 밖에 없는 20대의 여름. 벌써 몇 번 안 남았다…
많은 추억들중 이번 아니사마도 반드시 기억에 남을 특별한 추억으로 새롭게 기록되었을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