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Zeiss Sonnar T* FE 35mm F2.8 ZA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용 35mm/f2.8 칼자이스 (SEL35F28Z) 렌즈를 구입했습니다. 지난주에 일본에 갑작스럽게 갔다오면서 완전한 충동구매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소 갑작스럽게 지르게 된 건 사실입니다(..) 정확히는 원래는 회사 동료분의 부탁으로 하나 구매해오려고 열심히 찾아돌아다녔었는데 막상 테스트를 해보고 뿅가서 두개를 집어오게 되었다는 이야기.;. 아니 신품이 국내 정가보다도 최소 20만원 싼데 이건 선택권이 없잖아!(?)
카메라를 어떻게 하면 더 자주 활용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중 시간을 만들어서 출사하러 다닐 생각은 안 하고 단지 카메라 렌즈가 너무 크면 갖고다니기 거북하니까 안 찍게 되는거야! 라는 자기합리화로 성능을 포기하지 않고서 물리적인 크기로도 좀 더 컴팩트한 렌즈가 없을까 생각하던중, 풀프레임 E마운트용으로 나온 렌즈긴 하지만 이 35mm/f2.8 렌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A7에 물려 사용한 다른 유저들의 여러 리뷰를 읽어봐도 이 작은 크기에 자연스러운 표준 초점거리인 35mm에 f2.8이라는 밝은 (편에 속하는) 조리개에 꽤 평이 좋더군요. 사실 가장 끌린건 자이스이면서도 렌즈 길이가 예전에 NEX-6 쓸때 같이 쓰던 번들 파워줌 P1650과 거의 비슷한 크기라는 것.. (29.9mm vs 36.5mm)
다만 하나 걸리는 것은 역시 풀프레임용 렌즈인지라 이걸 크롭바디인 a6000에 물려쓰면 어떤 단점들이 있을까, 호환이 되니 사용할 수야 있지만 일반적으로 크롭바디에 풀프레임 렌즈는 흔히 쓰는 조합은 아닌지라 좀 걱정이 되었었습니다. 안그래도 APS-C용 렌즈에서는 초점거리가 35mm 환산되어 계산되곤 하는지라 이해가 힘들었었는데, 그러면 애초 35mm 센서용 렌즈를 크롭에 끼면 계산이 어떻게 되는거지 막 머리가 복잡했는데 이건 일본가서 샵에서 직접 a6000에 해당 렌즈를 껴서 써본후 말끔하게 궁금증이 해소되었습니다(…) 사실 별거 없고 그냥 크롭용 줌렌즈 35mm로 당기고 찍은 화각이랑 같더군요. APS-C 크기 센서는 풀프레임 센서의 중앙부를 두고 테두리를 크롭한거라, 35mm 초점거리 렌즈를 크롭에 껴서 쓴다고 해서 뭐가 막 왜곡이 되는것은 아니고 그냥 단순히 정말 주변부를 잘라내고 가운데만 보이는 그런 거였습니다.
아무래도 그러다보니 풀프레임에서 보는 35mm보다는 사진 프레임에 들어오는 시야의 범위가 많이 좁게 느껴지는 감이 있었습니다. 피사체에서 다소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찍지 않으면 엄청나게 크게 나오기 때문에 좁은 실내공간에서는 좀 찍기 힘들기도 하고, 야외에서도 평소 찍던 24mm 화각에 적응이 되어있다보니 어색한 감이 있더군요. 그럼에도 35mm라는 초점거리에서 찍은 사진이 주는 무언가 왜곡 없이 자연스러운 느낌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샵에서 이리저리 샘플샷을 찍어보고 결국 구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크기도 작고 무게도 120g으로 매우 가벼운 편입니다. 이걸 a6000에다가 물리니 이제야 미러리스가 미러리스답게 다시 돌아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칼24.8 렌즈의 거의 절반정도 길이…
하나 재미있는건 렌즈 구입시 동봉되어있는 후드가 일반적인 꽃잎모양으로 펼쳐진 후드가 아니라 안쪽으로 저렇게 굽어있는 둥근 형태였습니다. 그 덕에 기본으로 포함된 렌즈캡은 후드를 장착하고 그 위에 장착하는것을 전제로 한 지름 40.5mm 크기의 캡이고, 필터는 후드를 벗기면 렌즈에 장착할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필터는 일반 49mm 지름으로, 렌즈 표면에서 후드까지 약간 공간이 있는고로 일반적인 필터는 무리없이 후드 안쪽으로 장착 가능할것같습니다만 일단 저는 슬림한 두께의 필터를 장착했습니다. 후드 사용을 안한다고 하면 캡은 49mm짜리 크기를 별도 구입해서 사용을 해야할것 같아보입니다.
방에서 샘플샷을 몇개 찍어봤습니다만, 이건 별로 좋은 참고는 안 될것 같고, 대신 일본에서 렌즈 구입한 후 하루동안 이 렌즈로 계속 사진을 찍었었습니다. 플리커에 올려두었는데 궁금하시면 한번 봐보시길.
안그래도 평이 좋은 (비싼) 렌즈를 크롭바디라, 렌즈가 일반적으로 가장 샤프한 중앙부만 사용해 사진으로 담는지라 선명도는 말할것없이 좋은것 같습니다. 화각의 차이가 큰것같긴 한데 칼이사로 찍을때와는 역시 또 다른 느낌인 것이… 줌렌즈로도 35mm 대강 맞추고 야외에서 많이 찍어보긴 했지만 단렌즈는 또 다른것 같네요.
최소초점거리는 35cm로, 칼 24mm/1.8의 15.75cm에 비하면 매크로용으로 그닥 적합한 렌즈는 아닌듯 합니다. 다만 역시 시야각이 24mm보다는 좁기때문에 실내 촬영시 피사체를 화면 꽉 차게 찍는데는 큰 문제는 없는것 같습니다. 인물촬영시에도 용이할듯 하구요.
그래서 정말 이렇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칼렌즈가 3개씩이나… 내가 미쳤지
일본 현지 샵에서 2.8/35렌즈를 들고 구입하면서 속으로 한국가면 칼이사를 처분해야지… 처분해야지.. 했는데 막상 껴서 써보니 또 24mm와는 확연히 (크롭바디라 그런것도 있지만) 시야각이 좁아진게 용도에 따라 24mm가 더 용이할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망설여지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풀프레임용 렌즈를 들이니 아 역시 풀프레임 센서의 그 넓게 닮는 느낌이 부럽기도 하고… 휴대용을 생각하면 미러리스 바디는 역시 개인적으로는 a6000이 최대 허용 크기라고 생각하는지라 (더 커지면 100% 버겁고 귀찮아서 안 갖고 다닐것같음) 바디크기를 작게 유지하면서 풀프레임 탑재한 A6같은 하위모델 안나오나 싶기도 하고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진짜…
근데 또 한편으로는, 사진은 장비보다 찍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고 그 말도 물론 맞습니다만 확실히 돈을 많이 쳐바른(..) 장비빨에 의한 기본적인 퀄리티의 레벨이란걸 무시 못하는것같습니다. 캐주얼한 사진찍기에 좀 더 생기를 불어넣어보자는 차원에서 한동안 안 썼던 flickr에 지난 수년간 정리하지 않았던 사진들을 쭉 다시 보면서 골라서 업로드를 했는데요, 3년전에 첫 카메라인 NEX-5에 번들렌즈로 찍었던 사진들과 최근 좋은 렌즈로 찍은 사진들 비교하면 그간 변했을 제 촬영실력은 둘째치고서라도 성능의 차이가 눈에 띄게 보이더군요.
다른 말로 하자면 칼렌즈로 눈을 버려놔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길을 와버린 것 같습니다. 아.. 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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