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바꿨습니다.

2016/03/26 17:52

새 안경을 샀습니다. 기존에 쓰던 안경이 년수로 3년정도가 되니 꽤 쓰긴 했는데, 아직 멀쩡했던지라 사실 살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이런 사고 말이죠.
그냥 퇴근하는 길에 오락실을 잠시 들려서 놀고 가려고 했는데, 안경을 좀 닦으려고 안경을 벗고 안경닦이를 꺼내서 렌즈에 손을 대는 순간 뚜둑…^0^;;

그래서 일단 응급처치로 오락실 카운터에서 스카치테이프를 구해서 둘둘 말아서 대충 고정을 했습니다. 예전에 쓰던 안경이 렌즈 프레임은 플라스틱?에 코받침 고정대는 메탈로 된 피스라 가운데 나사로 고정이 되어있었는데… 이게 오래 쓰다보니 살짝 안쪽으로 금이 간걸 본 기억은 나는데 괜찮겠지 하고 그냥 썼었는데 이게 간당간당한 상태였나봅니다.

안경이 없으면 일단 뭐가 보여야 제대로 일을 하든가 어딜 가든가 하니 (테이프 응급처치로 고정은 했지만 안경 위치가 미묘하게 달라져서 촛점이 잘 안 맞는 상태였습니다) 다음날에 오전 반차를 내고 집 근처의 안경점을 찾아갔습니다.

이제까지 안경점은 항상 부모님과 같이가서 맞췄던지라 내 돈주고 맞춘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혼자서 안경점을 가보게 되었네요.

기존의 프레임 모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양에서 찾아보다가 가장 어울리는 것들로 선택권을 좁혔습니다. 필수조건은 코 받침이 플라스틱(흔한 뿔테 안경의 일체형)이 아니고 연질 실리콘로 되어있을것, 가벼울 것, 그리고 안경 알 너비가 적당히 넓을 것 (너무 작으면 시야가 좁아지므로)

마지막에는 레드톤 프레임과 블랙/그린 투톤 무광 프레임으로 초이스를 좁혔는데요. 아래건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착용했을때 이전 안경과 전혀 인상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 무난하지만 기왕 안경 바꾸는데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으면 좀 아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반면 레드는 확실히 색깔이 튀다보니 개성적이긴 한데, 앞으로 최소 2-3년은 써야하는 안경인데 일상에서 내가 이걸 소화해낼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네요.

개인적으로 레드 안경에 대한 은근한 욕심이 예전부터 꽤 있었는데, 항상 안경을 바꿀때가 되어 안경점을 오면 레드 안경을 써봤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이 극구 말려서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항상 비슷한 이유였는데요, 오래 쓰려면 쉽게 싫증 안나는 무난한 색이 가장 좋다..는 논리. 뭐 말은 되지요.

이번에는 혼자 갔으니 말릴 사람이 없긴 했지만 스스로도 그런 이유때문에 많이 고민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마지막 순간까지 이걸 돌려야하나 말아야하나 속으로 생각하다가.. 어차피 오래 써도 2-3년 쓰고 바꿀거면 한번쯤은 좀 색다른걸로 써봐도 되지 않을까 하고 큰 마음 먹고 레드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니콘의 경우 고객 요청시 정품보증 카드를 보내줍니다.

그 다음에는 더 중요한 렌즈도 문제였는데요. 워낙 시력이 안 좋다보니 가장 싼 렌즈로도 압축 몇번 넣고 나면 기본 10만원을 넘겼던지라 예전에 안경을 살때는 항상 돈을 아끼고자 별거 안 묻고 국산렌즈로만 맞췄었습니다.근데 이번엔 어차피 내 돈 주고 하는거니까, 좀 더 좋은 옵션이 있을까 해서 점원에게 좀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수입 렌즈는 어떤게 있고 얼마나 차이가 나며 가격은 어떤지 등등. 취미로 카메라 덕질(?)을 하면서 번들렌즈와 고급 렌즈의 화질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체험을 했다보니, 이걸 항상 쓰고있는 안경에도 적용하면 훨씬 더 좋은 화질(??)로 세상을 볼 수 있는게 아닐까 하고 궁금하기도 했고요.

수입렌즈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건 역시 니콘과 칼자이스였는데 자이스쪽이 더 비싸고 좋긴 한데, 요즘은 니콘이 더 잘 나간다고 점원이 말해주더군요. 추천하는데 무슨 이유가 더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이스를 하기엔 가격대가 너무 높았고(ㅠㅠ) 니콘에서 적당한걸 찾아보았습니다.

이것저것 좋은 옵션들 많이 넣다보면 당연히 가격이 엄청나게 높아지는데요. 일단 제 시력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선택해야한 렌즈는 단초점, 단면비구면, 굴절율 1.67 이상 (소위 ‘3번 압축’이라 부르는 것)을 해야했는데 국산으로 하면 가장 얇게 나오는 것이 굴절율 1.74로 견적이 13만원정도가 나왔던걸로 기억합니다.

니콘렌즈쪽을 알아보니 여기는 단면비구면뿐만 아니라 양면비구면이라는게 있더군요. 단면 비구면은 바깥쪽만 비구면 처리해서 평평하게 만들고 안쪽은 휘어있어서 착용시 주변부를 볼때 왜곡이 심한데 양면비구면은 안쪽도 비구면 처리를 하다보니 측면의 두께도 상대적으로 얇아지고 왜곡도 줄어든다는 그런거였습니다.

그런데 니콘렌즈 양면비구면을 하면서 1.74까지 하자니 가격이 너무 올라가버려서 (1.74와 1.67의 가격차가 거의 20만씩 나더군요) 머리를 쫌 써보니 어차피 양면비구면을 하면 단면보다 두께가 얇아지니, 1.74말고 하나 내려서 1.67에 양면비구면을 하면 두께가 비슷해지지 않을까 해서 점원에게 물어보니 양면1.67이 단면1.74보다 아주 약간 더 얇을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양면이니까 왜곡은 더 줄게 되고.. 가격도 견적을 내보니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여서 양면1.67로 하게 되었습니다.

렌즈의 정확한 명칭은 Nikon Lite 4 DAS (NL4-DAS) 1.67입니다. DAS는 Double Aspheric의 준말이네요.

실제로 안경이 나와서 옛날 안경과 측면 두께를 비교해본 사진입니다. 중앙부는 좀 두껍지만 측면이 살짝 얇아진게 보입니다.

테와 렌즈 다 해서 30정도 들었네요. 수입렌즈는 주문제작을 해야해서 2-3일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되어서 목요일에 주문하고 금요일 밤에 퇴근하면서 픽업했습니다.

안경점에서 볼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제보니 테 재질이 살짝 빛이 투과되는 재질이라 은은한 느낌이 나네요. 사실 테는 별로 브랜드 신경을 안 쓰고 그냥 좋아보이는걸로 골랐는데 이제와서 찾아보니 LA POCHE MODEL 1308이라고 써있는데 국산 제품인것 같아보입니다.

아무튼 꽤나 마음에 듭니다. 단면비구면에서 양면비구면으로 오니 주변부 왜곡이 확실히 줄어든게 느끼는게, 밖에서는 몰랐는데 집에와서 컴퓨터 화면을 보니 뭔가 이전보다 더 제대로 직사각형으로 느껴지더군요. 이제까지 왜곡된 채로 보고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실감이 됩니다.

대신 그에 따른 눈의 피로가 상당하네요… 3년동안 적응되어있던 시야각과 왜곡에서 꽤나 크게 달라진 렌즈로 보다 보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것같은 느낌입니다.

덤으로 이건 이제까지 써온 안경들 역사(?)

어째서인지 안경을 바꿀때마다 이전 안경을 안 버리고 모아두었었는데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안경을 썼는데 아마 첫 안경을 제외하고 이후의 모든 안경을 다 가지고 있는걸로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 옛날에도 유행을 별로 안 타는 편이었던지라 다소 독특한 느낌의 테를 골랐었는데요, 그 와중에도 시대가 변하긴 했구나 하는걸 느끼게 되는것 같습니다.

이번에 산 안경이 아마 가격적으로도 제일 비싸고 테 두께로도 가장 두꺼운것 같네요. 아무쪼록 탈 없이 오래 잘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