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Zeiss Touit 32mm F1.8 (for Sony E) Lens
새 렌즈를 들였습니다. 칼자이스 투잇(Touit) 1.8/32 렌즈입니다.
이 렌즈가 출시한지는 꽤 됐는데요. 2012년에 처음 나왔을때부터 갖고싶었던 렌즈이긴 합니다. 당시는 아직 풀프레임 미러리스(A7)도 나오지 않은 때였던지라 크롭센서 소니 미러리스가 아직 NEX브랜딩을 달고 현역으로 뛰고 있을 때였는데요, 이때 미러리스 전용으로 나온 최초의 칼자이스 (소니-자이스 협력인 ZA가 아닌 그냥 Zeiss) 렌즈이자 기존의 라인업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달고 나온 렌즈였습니다.
표준화각 35mm에 가까운 32mm로, APS-C크롭센서에 물렸을때 35보다는 살짝 더 넓은 시야각을 보여주는 화각에 f1.8의 밝은 조리개. 지금이야 소니 E마운트 렌즈 라인업이 다양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쓸만한 렌즈가 손에 꼽을 정도였던지라 (35mm 단렌즈는 사실상 중/보급형 렌즈였던 소니 SEL35F18밖에 없었습니다) 미러리스에 걸맞게 컴팩트하면서도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고급형 렌즈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많은 기대를 받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작 출시 후의 평가는,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평. 화질은 칼자이스의 명성답게 뛰어났지만 화각이 가장 비슷한 경쟁 렌즈(?) 소니 35/1.8과 비교해 OSS가 딸리고 가격은 더 비쌌고, 무엇보다 굉장히 눈에 띌 정도로 시끄럽고 느린 모터 방식 오토포커스 메커니즘이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동영상 촬영은 사실상 포기해야할 정도로 지이잉 하는 소리가 컸다고.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이 렌즈를 들이지 않고 지나쳐 왔습니다. 사실 그땐 돈이 여유가 없어서 살수 없었다는 쪽이 맞을지도 모르겠고… 다른 건 몰라도 오토포커스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저에게는 꽤 치명적인 단점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에 Touit 렌즈 라인업의 펌웨어 버전 02 업데이트가 떴는데, 무려 펌웨어 업데이트로 Phase-Detection AF (위상차검출 방식) 지원이 되게 되어서 오토포커스의 속도가 엄청나게 향상됐습니다. 사실상 다른 최신 렌즈들과 이제 비교할만한 속도까지 따라와서 더이상 단점이 아니게 된 것. (소음은 여전했지만요)
그 후부터 생각을 접고 있던걸 다시 펴서 렌즈를 들여볼까 고민을 다시 좀 하다가… 더 컴팩트한 FE용 Zeiss 35/2.8을 들이게 돼서 사실상 물이 건너가버렸습니다(..) 이것도 매우 좋은 렌즈였고 가볍고 컴팩트한 크기가 a6000에 물려 쓸때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해서 오히려 칼이사보다도 더 자주 사용을 했는데, 실사용을 해보니 야간에 쓰기엔 역시 2.8 조리개가 좀 아쉬울 때도 있었고, 크롭에 물림으로 인해 더 좁아진 화각에 (환산 52mm) 가깝지 않은 최소초점거리 (0.35m)가 좁은 실내 촬영시 불편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미련을 버리지를 못 하겠더군요. 일본 갔을때 샵에서 종종 투잇이 보일때마다 껴서 찍어보곤 했는데 역시 실생활에서 촬영을 해보지 않는 이상은 모르는 것이라. 하지만 이미 비슷한 화각의 렌즈를 구입했다보니 투잇을 또 사기도 좀 그렇고. 그러던 참에 투잇의 중고 거래가격이 상당히 많이 내려간 것을 보고 (인기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잘 안 판다는 것인지, 어느쪽으로 물량이 많이 없어서 레어해졌습니다) 이쯤되면 시험삼아 사보고 마음에 안들면 팔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곧 있을 여행에 맞춰서 타이밍 좋게 올라온 매물을 잡아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샵에서 그냥 마운트해서 찍는걸로는 감이 잘 잡히지 않았던, 32mm의 화각은 어느정도일까-에 대한 궁금증. a6000을 삼각대에 올린 뒤 35/2.8과 32/1.8을 번갈아가며 마운트해 같은 위치에서 같은 장면을 찍어보았습니다:
당연하지만 32mm가 약간 더 넓은 화각을 가집니다. 그래도 미세한 차이라 24mm를 물렸을때처럼 왜곡이 심하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닙니다.
다음은 최소 초점거리 테스트. 스펙상으로는 35mm가 0.35m, 투잇 32mm가 0.3m로 약 5cm의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게 실제 사용시 의미가 있는 차이일지 궁금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35/2.8 사용시에 0.35m의 거리가 실내 촬영시 꽤 큰 제약으로 다가와서요. 식당 등에서 앉아서 음식을 찍으려고 보면 너무 가까워서 초점이 안 맞아서 억지로 몸을 뒤로 젖히거나 일어서야만 하는 경우가 꽤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와우! 꽤 가까이 댄 것인데도 32mm는 제대로 글자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같은 위치에서 35mm렌즈로 바꿔끼고 초점을 맞추니 가장 가까이 포커싱 가능했던 부분은 사진의 중간쯤정도 되었네요.
실제로 책상 앞에 앉아서 카메라를 얼굴에 대고 들어 조준을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도 제대로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쯤 되면 실내에서도 준 접사용으로 무리 없이 쓸 수 있겠다!
그리고 5cm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에 더해, 2.8보다 1스탑 밝은 1.8 조리개의 차이도 무시 못 할 정도인 것 같습니다. 배경날림 효과가 더 확실해졌습니다.
조리개값이 다소 높아도 줌을 땡기면 배경 날리기는 더 쉽지만 (90mm f2.8 매크로렌즈 처럼), 사람 눈이 보는 것과 가깝다는 35mm에 근접한 자연스러운 투시도을 유지하면서 배경을 날릴수 있는 것은 분명히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이제까지 자이스 렌즈는 꽤 많이 들였지만 Planar 렌즈는 처음이네요. Sonnar가 최상의 해상력에 집중한 디자인이라면 Planar은 더 동글동글하게 예쁜 보케를 내주는 렌즈라고 하는데, 앞으로 어떤 사진을 내줄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