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iPad Pro 10.5 – 9 months later
2017년 8월 23일 구입
사용기간 약 9개월
작년 8월 일본 여행갔을때 구입해온 아이패드. 첫 아이패드였던 3세대 (첫 레티나 아이패드) 이래 가져보는 두번째 아이패드다.
꽤 오랫동안 아이패드가 없이 지냈기 때문에 오랜만에 다시 아이패드의 큰 화면을 조작할수 있게 된 것은 반가웠다. 다만 구입하기로 결정하면서도 계속 걱정했던 것은 과연 이걸 돈 아깝지 않게 잘 활용할 수 있을것인가였는데 (이전에 아이패드가 있을때에도, 오래된 아이폰4를 아이폰5 SE로 업그레이드하기 전까지는 아이패드가 훨씬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업을 아이패드로만 했었고, 폰이 더 빨라지고 나니까 전세가 뒤집어졌었다) 이 문제는 몇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아이패드로’만’ 할 수 있는 작업이 무얼까
아이패드로 하기 ‘좋은’ 작업은 꽤 많은데, 화면이 크다보니 그냥 느긋하게 웹브라우징을 한다든지 트위터를 한다든지(..) 하지만 대부분 이런건 그냥 ‘편리’한 거지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이패드로’만’ 할 수 있는 작업이 있는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애플펜슬을 사용한 작업이었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 실제로 지금도 제일 유용하게 쓰이는 분야로 회사에서 각종 것들을 스케치해야할 때 곧바로 아이패드를 꺼내 사용하고 있다. 드로잉 앱으로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몇가지를 써보고 지금은 ‘빠른 스케치’에는 Paper, 좀 더 정교한 스케치나 드로잉은 Autodesk Sketchbook, 일러스트나 그림을 그릴 때는 Procreate 앱을 쓰는 것으로 분류를 해두었다.
와콤 태블릿을 꽤 오랫동안 써봤던 입장에서 애플펜슬은 직접 써보니 기대했던것보다는 훨씬 정교한 인식이 가능해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은 없다. 다만 아무래도 유리 위에 쓰는지라 특유의 미끄러지는 느낌이 펜태블릿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또 화면에 무언가 묻어있다거나 하면 선을 그을때 인식이 끊기거나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화면의 특정한 부분에서만 그런것 같기도 하고 아직 정확히 조건이 뭔지 파악을 못 했는데 열심히 그리다가 갑자기 잘 안 되면 답답하다.
소프트웨어로 보완한 생산성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발표될 때부터 iOS 11와 함께 발표됐는데, iOS 11이 아이패드에 있어서는 획기적으로 UX를 바꾸어놓는 메이저 업데이트였던 만큼, 아이패드를 구입한 후 바로 당시 아직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었던 iOS 11의 베타로 업그레이드를 해 사용했다. 더 많은 앱 아이콘을 넣을수 있고 어디서나 꺼내올릴 수 있는 독과 제스쳐, 그리고 스플릿스크린 (이건 이전 버전부터 있었지만)이 생긴 덕에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졌다.
한 번에 한 화면밖에 띄우지 못해 앱간 전환해야하는 불편함이 훨씬 줄어들어서 ‘생산적인’ 작업을 하기에 더 적합해졌다는 평.
생산성 이야기를 하면 사실 아이패드용 스마트 키보드도 사야 맞을 거 같은데, 내 사용 예를 봤을때 책상에 놓고 키보드를 치면서 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아서 아직까지도 구매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있으면 좋을것같기도 한데 굳이? 싶은 느낌. 케이스 겸 써야하는데 두께가 벌키해진다는 것도 구매를 꺼려지게되는 이유중 하나다.
ProMotion
사실 아이패드 프로를 사고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뭐냐고 하면 의외로? ProMotion을 꼽을 것같다. 바로 스크린 리프레시 레이트를 120hz까지 끌어올리는 기능. 발표때부터 꽤 많은 이야깃거리가 되었던 부분인데… 이건 진짜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기능이다. 60프레임으로도 충분히 부드러웠다고 생각한 iOS의 스크롤이 정말 너무나도 더 부드러워지고, 한번 본 다음에 ProMotion이 적용되지 않은 구형 아이패드를 보면 버벅인다고 느낄 정도로 체감이 된다.
이와 더불어 더 얇아지고 가벼워진 본체, 가느다란 베젤에 틈새 없이 화면에 달라붙은 유리, iOS의 정확한 색관리와 훌륭한 QC로 선사되는 화사한 색감의 광색역 디스플레이, 그리고 ProMotion에 의해 2배 더 부드럽게 보여지는 화면까지 더해 그냥 이 기기를 들고 트위터 타임라인을 올렸다 내리거나 웹브라우징을 하는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디바이스다.
사실 좋은 게임기였던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이패드 3세대 쓸때도 아이패드를 뭔가 ‘생산적이게’ 쓸모있는데 썼다기에는 대부분 사용 용도가 트위터 하고 웹브라우징하고 게임하기였던지라… 뭐 그래도 괜찮지 않은가. 아이패드 프로 10.5 역시 빠릿빠릿한 처리속도와 살짝 더 커진 화면 덕에 이전과 다름없이 게임하기 좋은 디바이스다.
기존 아이패드를 처분한 후 집에서 리듬게임을 거의 안 하게 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아케이드 리겜마저도 잘 안하는 추세인데, 올해 초부터 어쩌다보니 방도리 (バンドリ!ガールズバンドパーティ)를 시작하게 되어 소셜겜 겸 리듬게임으로 간간히 하고 있다. 열심히 할때는 집에 오면 이벤트 달리느라 스태미나 소모하느라 이것만 했었는데 그리 오래가지는 못하고 지금은 그냥 캐주얼하게.
아무튼 그냥저냥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지금은 빠릿빠릿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iOS 버전이 올라가고 더 빠른 새 제품들이 나오면 이것도 느리다고 느끼게 되는 시점이 올 것이고, 교체하기 전까지는 아마 잘 쓰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