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 Fukuoka] #5 – 야나가와 뱃놀이
3월 3일 목요일. 4번째 날은 후쿠오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구경가봅니다.
야나가와(柳川), 후쿠오카현의 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니시테츠에서 운영하는 특급 전철을 타고 약 1시간이 걸립니다.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거리이기도 하고 해서 니시테츠에서 열차표를 포함해서 야나가와쪽의 뱃놀이 승선권과 온천 입욕권, 식사 할인권 등을 묶어서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이 몇개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고른건 ‘湯ったり柳川きっぷ‘(윳타리 야나가와 티켓). 성인 1명당 3170엔입니다.
느긋하게 열차를 타고 오니 어느새 야나가와에 도착했습니다. 종점 역이 아니라 안내를 잘 듣고 내려야합니다.
일본에는 3월 3일 여자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며 축하하는 전통 축제인 ‘히나마츠리(雛祭り)‘라는 것이 있습니다. 야나가와 지역의 특징으로는 이 기간에 위의 사진에 보이듯 ‘사게몬(さげもん)’이란 장식을 만들어 꾸미는 풍습이 있다고 하는데, 올해는 2월 11일부터 4월 3일까지 ‘야나가와 히나마츠리 사게몬 메구리(柳川雛祭り さげもんめぐり)‘라는 행사를 진행. 마을 전체가 사게몬으로 꾸며지고, 특정 일에는 수상 퍼레이드를 하는 듯 이런저런 특별 행사들이 있다는 듯 합니다.
야나가와 역에 내려서 첫 목적지인 뱃놀이(川下り) 승선소를 향해 갑니다. 역에서 승선소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닙니다만 정기적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광 안내소도 역 바로 가까이 있어서 안내 팜플렛 등을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야나가와의 뱃놀이, 실은 성의 주위를 둘러싼 수로입니다. 야나가와시내에는 총연장 약 930km 에 이르는 크고 작은 수로가 그물코처럼 얽혀 둘러싸고 있습니다. 수로는 옛날, 성채로서의 역할을 하며, 지나치 게 내린 빗물을 일시적으로 모으고, 범람을 막거나 농업용수나 방화용수로 이용되기도 하며,시민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뱃놀이는 승선장으로부터 城堀(죠-보리)수문을 지나, 종점 沖端(오키노하타)까지 약 4.5km, 70분의 즐거운 배 여행으로 이루어집니다.
– 출처: 야나가와 뱃놀이 안내 페이지
이러한 특성때문에 야나가와는 ‘물의 도시’, ‘일본의 베네치아’ 등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도 합니다.
사실 야나가와에 대해 알게된것도 이번에 후쿠오카 근교에 어디 놀러갔다올만한데가 있을까 하고 검색해보다가 처음 알게 된 것인데요. 히나마츠리는 매해 항상 해오던 것이었을테지만 올해는 특별히 뭔가 관광 장려 차원에서도 야나가와시에서 좀 더 신경을 써서 행사도 기획하고 홍보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위 사진의 벽보로 붙은 맨 오른쪽의 경우 SAGEMON GIRLS라고 가상의(?) 임시(?) 지역 아이돌 그룹을 결성해(?) PV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린것을 저도 여행 전 검색을 하다 보게 되었는데 꽤나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역의 특징을 잘 살리고 편집도 잘 해서 홍보영상인걸 알면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보고싶게 만드는… 그래 홍보는 이렇게 해야지!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관심있으시면 한번 보시길. 귀엽습니다(?) ㅎㅎ
뱃놀이를 운영하는 회사들은 몇개가 있는것 같은데, 니시테츠쪽과 연계해 할인을 제공하고 하는 우리가 이용한 쪽은 아마 제일 큰 회사지 않나 싶습니다. 저 긴 삿대로 배를 움직이는데, 사실 잘 보면 노로 물을 밀어 배를 움직이는게 아니라 바닥에 삿대를 찍어서 배를 ‘미는’ 원리입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수로이기 때문에 수위가 실제로 그리 깊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혹여나 물에 빠져도 일어서면 땅에 발이 닿으니까 죽지는 않으니까 큰 걱정은 말라고 사공 분이 농담도 던지시더군요. ㅎㅎㅎ
아무튼 출발해봅니다! 겨울에는 추우니까 배 가운데 무려 코타츠를(!!) 얹어서 운행한다고 합니다. 어떨지 궁금했었는데 아쉽게도 딱 2월까지만… 3일 늦었네요 ㅠㅠ
수로를 따라 가다보면 몇번 이렇게 낮은 다리 밑을 통과해야하는 곳이 있는데요.
이렇게 다들 고개를 숙이고 웅크린채 통과합니다.(…)
뱃사공 분이 승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계속 이런저런 설명 소개나 이야기, 노래(!) 등을 하시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분 보통 sarcasm 레벨의 소유자가 아니시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일본어를 알아들으신다면 같이 웃으며 재미가 있으실 것이고… 모르시면 그냥 주변 구경이나 하면서 남들 웃을때 하하 허허 같이 따라 웃어주시면 그럭저럭 재미가 있으실 것입니다.
여기도 슬금슬금 꽃이 피는 나무들이 있네요. 조금만 더 늦은 시기에 왔으면 벛꽃이 만발한 사이로 배를 타고 가는 낭만을 즐길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뭐, 프라임 타임이 아닌 때에 왔기때문에 관광객이 막 그렇게 많지 않아서 조용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니 이건 장점일지도 모르겠네요. 평화롭습니다.
평화롭습니다(…)
수로 옆에 위치한 집들은 저렇게 보란듯이 집 안에 사게몬을 장식해놓은 곳이 많습니다.
가다보면 갑자기 기념 촬영을 해준다고 스피커폰으로 여기 보라고 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무슨 롤러코스터 기념촬영도 아니고..^^; 그래서 사진사분 기념촬영을 해드렸습니다
배경에는 이런 팻말이. ‘야나가와 뱃놀이 승선 기념 2016’
사진을 받고싶으면 당연하지만 나중에 별도로 돈을 내고 사면 됩니다.
두번째 체크포인트(?)로 중간에 수상 매점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파는 모양인데 추천 상품인 컵아이스크림이 300엔! 굳이 이 비싼 돈 주고 배 위에서 아이스크림을 드시고 싶으십니까! 아무도 없지요? 그냥 갑니다? 가요? 하고 뱃사공 아저씨가 반 농담 반 진담 어조로 이야기하시는데 (산다고 하면 배를 멈춰야 하기 때문에)
결국 배 앞쪽에 앉으신 모 대만 관광객 아주머니분이 아이스크림 주문을…
덕분에 아저씨가 낑낑대며 배를 매점쪽으로 끌어당기십니다. 아저씨 표정에 본심이 드러난다
그리고 배는 다시 흘러갑니다.
슬슬 야나가와의 (관광객 차원에서) 상점가 중심지로 보이는 곳에 (또한 이 배의 종점) 가까워지기 시작하니 반대편에서 오는 다른 배들을 마주칩니다.
이따가 온천을 위해 한번 들리게 될 칸포노야도(かんぽの宿)도 물 건너 좌측에 보입니다.
그리고 도착! 오늘따라 수문을 안 열었는지 물이 전혀 흐르지 않아서 순수 힘으로만 배를 밀어야해서 엄청 힘들었다고 (그리고 시간이 평소보다 많이 지연됐다고) 뱃사공분이 하소연하시더군요. 애써 웃으시려고는 하는데 땀흘리고 하시는거 보면 진짜 힘들긴 많이 힘드셨던 모양… 운행시간 늦었다고 버스기사마냥 상사한테 구박받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한국도 아니고, 설마 아니겠지만요. 하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