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hone X

2017/11/18 21:02

iPhone X.

아이폰 6s를 구입한지 2년, 아이폰X으로 업그레이드했다. 6s는 카메라 셔터음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미국에서 직구를 했었지만 미국에서 가져오는 절차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게 기다리기 싫기도 했고 때마침 원래 예정되어있던 일본 여행과도 기간이 맞아서 일본에서 예약을 하고 직접 수령해 올 수 있었다.

디자인

예쁘다.

오랜만에, 그냥 순수하게 ‘예쁘다’라고 말할 수 있는 디자인의 아이폰이 나왔다는 것이 기쁘다.

개인적으로 디스플레이를 감싸는 얇은 검은색 테두리를 보는 것이 싫어서 이제까지는 블랙 색상을 고수해 왔었는데, 이번에는 OLED의 덕분인지 전면 화면의 테두리가 어떤 색상을 선택하든 상관 없이 무조건 블랙이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실버를 골랐다.

디자인이 블링블링해진건 후면이 유리로 바뀌고 측면이 전부 스테인레스 스틸로 바뀐 것이 크다. 안타깝게도 스뎅이 실 사용 면에서 기스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 매끈함이 기스로 가득해질 것이라는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복잡한 생각을 덜어내고 그냥 주변의 모든것을 거울처럼 반사해내는 저 매끈한 재질을 보고 있자면 마냥 행복해진다.

사진을 찍으려 매크로 렌즈로 가까이 들여다봐도 한치 흐트러짐 없는 마감을 보고 있으면 대량생산된 제품에서 이정도 QC를 유지할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애플의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은 죽지 않았다.

화면

아이폰 최초의 OLED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늘어나서 픽셀 밀도가 높아진 대신에, 펜타일이 되었다. 가까이서 보면 펜타일 특유의 패턴이 보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사용 거리에서는 전혀 신경쓰일 수준이 아니다. 애플이 텍스트 안티얼라이어싱에 특별한 신경을 썼다고도 하는데 그 영향이 있는것 같기도.

홈 버튼이 없어지고 화면이 위 아래 테두리까지 쭉 뻗었다. 물론 흔히 ‘M자 탈모’로 불리는 ‘Notch’는 존재하지만, 이것이 새로운 세대의 아이폰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면 (The Verge의 관련 칼럼) 그리 이상해보이지는 않는다. 사용하는데 불편함도 거의 없다. 물론 가로로 돌렸을때를 제외하고는.

화면이 커진 것이 오히려 더 새로운 변화다. 단순히 세로로 길어진것 뿐인데도, 아이폰X의 화면을 보다가 6s를 보면 뭔가 비좁고 답답하다. 5s에서 6s의 더 커진 화면으로 올라갔을때의 어색함과 4에서 5의 긴 화면으로 올라갔을때의 어색함을 더한 느낌.

아이폰X의 트루톤 기능을 끄고 최대한 비슷해보이게 밝기를 조정하고 사진을 찍었지만 역시 OLED와 LCD 디스플레이의 차이 때문에 색온도가 약간 달라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역시 애플의 디스플레이 캘리브레이션은 믿을만하다고 할까, 흔히 OLED 화면이라면 떠올리게 되는 과장된 색감은 어디에도 없고 자연스럽고 익숙한 아이폰의 색감이다.

크게 기울인 각도에서 보면 OLED특성상 푸른 빛을 띄우거나 흰 화면에서의 색 균일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일상 사용시 보는 각도에서는 전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적으로도 다른건 둘째치고서라도 화면이 LCD에서 OLED로 바뀌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괜한 걱정을 했나 싶다.

Face ID

이 부분도 큰 변화인 만큼 걱정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아주 약간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상상했던것 이상으로 너무 아무 문제 없이 잘 되어서, 아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쌍둥이를 못 걸러내느니 자고 있는데 누가 얼굴을 대면 잠금이 풀린다느니 이야기가 많이 돌지만 폰을 실제로 사용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해당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정말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일상에서 Face ID는 걸림돌이 전혀 되지 않는다. 내 경우에는 오히려 지문인식보다도 편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더불어 홈버튼이 없어지면서 제스쳐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인터페이스가 되었는데… 이것도 상상했던것보다 엄청나게 편하고 빠르다. 한번 적응하면 절대로 물리적인 홈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돌아가지 못 할 것이다.

카메라

사실 6s를 2년 썼으니 업그레이드 주기상 새 폰으로 가기는 했겠지만, 8을 고르지 않고 X를 고르게 된 개인적인 이유중 카메라가 큰 역할을 했다.

아이폰 8과 X는 같은 스펙의 카메라를 공유하지만, 망원렌즈를 쓰려면 8에서는 듀얼 렌즈를 탑재한 플러스를 쓰는 방법밖엔 없다. 하지만 플러스는 아무리 주변에서 쓰는 사람들 것을 만져봐도 너무 커서 나에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아이폰X는 기존 아이폰에서 가로 크기가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면서 카메라는 똑같이 듀얼 카메라를 탑재. 심지어 8 플러스와 다르게 양쪽 카메라가 전부 광학 손떨림방지가 들어가있댄다. 이거 선택지가 없지 않나?

아래 첨부한 사진은 전부 아이폰X로 찍은 것이다. 외부 보정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이폰 6s의 카메라 성능도 일상적인 사용에서는 크게 불만이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화소수가 늘어나고 조리개값이 늘어난 것은 언제나 환영이다.

야간 샷에서도 준수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데세랄이나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교하면 게임이 안 되는건 센서 크기 차이니 어쩔 수 없지만…

아이폰7부터 추가된 인물 사진 (Portrait)모드를 처음 써보게 되면서 이런저런 상황에서 사용해보고는 하는데,

역시 어디까지나 소프트웨어로 배경 흐림을 흉내내는 것이다보니 항상 생각하는 느낌대로 나와주지는 않는다. 앞으로 개선의 여지는 충분히 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배경흐림보다는 그냥 단순히 텔레포토렌즈의 화각을 모바일 기기의 카메라에서도 쓸 수 있게 된 것이 유용하게 된것 같다.


 케이스

나는 스마트폰은 원래 디자인된 모습 그대로, 케이스나 필름 없이 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하지만… 이제까지 4, 5s, 6s 세 종류의 아이폰 모두 케이스를 끼고 사용해왔다. 떨어뜨렸을때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함보다는 생활 기스를 줄이거나 그립을 향상시키기 위해 케이스를 사용했는데, 낙하시 충격 흡수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최대한 폰 자체의 디자인을 투과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 얇은 하드 클리어 케이스를 찾아 쓰다가… 5s때부터 주문토끼를 접하면서 캐릭터 케이스를 쓰게 되었지만. 아이폰X때도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케이스를 가능하다면 쓰고싶지만 폼 팩터가 바뀐 이후로 본래 케이스를 만들던 제조사(캬라모드)에서 아직 아이폰X용 케이스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ㅠㅠ)… 간단한 하드 클리어 케이스를 찾아서 장착했다.

의외로 조건에 부합하는 케이스를 찾기 어려웠는데, 일단 아이폰X가 발매된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것도 그렇고, 대부분의 클리어 케이스가 측면 범퍼는 TPU재질로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케이스가 많았기 때문. TPU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변색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드한 재질이 아니기 때문에 광택이 플라스틱보다 덜 하고 (기스는 안 나겠지만), 이번 아이폰X의 특징인 스테인레스 스틸 범퍼의 예쁨을 가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찾은 제품은 ray-out이라는 회사의 “하드 케이스 3H 코트” (트윗) (아마존 링크)

일본에 가기 전에 아마존에서 미리 케이스를 쭉 둘러봤는데 역시 제품 샷이 그렇듯이 실제 장착 사진이 아닌 렌더링 샷을 쓸 때가 많기 때문에 이런 케이스 류는 실물을 보지 않고는 어떤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결국 일본에 가서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진열된 케이스들을 직접 하나씩 만져보고 이 케이스를 찾았는데, 상당히 만족스럽기에 만약 비슷한 조건의 케이스를 찾고있다면 이 녀석을 추천하고 싶다.

이 케이스에는 한가지 장점이 더 있는데, 후면을 자세히 보면 보이는 바로 저 돌기(?) 패턴이다. 이번 아이폰(과 아이폰8)은 후면이 유리로 바뀌었기 때문에 완전히 매끄러운 클리어 플라스틱 재질의 케이스를 끼우면 폰과 케이스의 표면이 서로 맞닿아 유막같은 얼룩을 발생시킬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 케이스는 저렇게 아주 미세하게 오톨도톨하게 격자무늬로 올라와있어서 폰의 후면 유리사이에 아주 약간의 갭을 만들기 때문에 앞서 말한 문제를 방지할수 있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장점은 하단이 완전히 폰을 덮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케이스를 분리할 때 힘이 덜 든다는 점이다. 폰 케이스는 아무리 딱 맞아도 결국 사용하다 보면 사이로 먼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정기적으로 분리해서 청소를 해주어야 하는데, 케이스가 너무 딱 맞아서 분리하기가 힘들면 케이스를 빼다가 폰에 기스가 나기도 하고 케이스가 파손되는 경우도 많아서 개인적으로 케이스는 분리하기 쉬운 형태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소소한 특장점은, 측면에 열쇠고리를 달수 있는 구멍이 있다는 점이다.


 

비싸다

확실히 아이폰X가 정말 비싸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못 하겠다. 제일 저렴한 옵션인 64GB를 샀는데도 이제까지 살면서 사본 폰중 가장 비싼 폰이고, 타 제조사의 제품과 비교해서도 비싼 축에 속한다는건 피하지 못할 사실.

하지만 최고의 아이폰이다

하지만 아이폰과 iOS의 이코시스템에 녹아들어서 아이폰밖에 쓸 수 없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이 폰은 현재 가질 수 있는 아이폰중 가장 좋은 아이폰이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같다.

디자인이 예뻐지고, 홈버튼이 없어지고, 카메라가 좋아지고, 배터리가 늘어나고… 나에게 있어서는 모든 면이 매우 만족스럽다.

지금 아이폰을 쓰고 있고,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고, 돈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아이폰X를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기존의 익숙한 습관을 바꿔야하고, 트레이드오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비해 충분히 얻는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