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c (Retina 5K, 27-inch, Late 2015)

2016/03/27 23:05

아이맥을 샀습니다.

회사에서 업무용으로는 애초부터 아이맥과 맥북을 써왔고, 집에서는 기존에 쓰던 데스크탑이 멀쩡했기 때문에 그대로 윈도우를 쓰고 있었는데요. 이런저런 이유로 맥으로 완전히 컴퓨팅 환경을 전환하고싶은 생각이 슬금슬금 들기 시작한건 작년부터였던것 같습니다.

주된 이유는 Windows가 너무 ‘피곤해서’. 최신 버전인 Windows 10은 8의 실패를 딛고 일어나 비스타를 거쳐 7이 나왔을때의 느낌처럼 드디어 뭔가 제대로 바로잡은 듯 하게 간만에 탄탄한 버전이 나왔구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게 나오긴 했었습니다만, 결국 윈도우는 윈도우라는게 느껴지는게 잘 쓰다가 간간히 하드웨어적인 문제로 블루스크린이 뜨고, 컴퓨터가 켜지지 않아서 뚜껑을 열어서 트러블슈팅을 해야하고… 안그래도 회사 다녀오고 밤에 집에 와서 좀 느긋하게 쉬려고 하는데 계속 이런 문제랑 씨름을 해야한다는게 뭔가 어느순간 굉장히 짜증나고 피곤하게 느껴져서, 그냥 마음 편히 쓸수있는 맥으로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근데 더 큰 이유는 제가 윈도우의 똥 거지같은 Cleartype 폰트 렌더링에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입니다. 더이상 버틸수가 없었습니다. 맥으로 갈수밖에 없었습니다. 훌륭한 합리화다.

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시절에 미국에서 온 친구들이 컴퓨터 이야기만 나오면 맥 vs PC 싸움을 걸면서 맥이 얼마나 우월한지 유치하게 자랑하는 걸 보고 그때는 PC를 앞서 변호하기에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만 해도 애플에 대한 이미지가 결코 좋지 못했고 특히나 애플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그 뭐라 설명할수 없는 거만함? 우월주의의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반화라는 건 압니다만) 실제 제품을 잘 만들었어도 무언가 인정하기 싫은 고집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 2010년에 첫 스마트폰으로 아이폰 4를 들이게 되고, 맥북 에어로 맥 OS X에도 입문을 하게 되면서 정말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내, 내가 애플 제품을 사게 되다니

그리고 5년 후…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요.

사실 애플 제품이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아직도 여전히 깔 구석이 정말 많습니다. 뭔가 최근 들어 예전의 완벽주의를 추구하던 애플답지 않게 헛점도 많이 보이고 OS도 이것저것 기능이 추가되다보니 일관성이 없고 버그도 많고… 아직 그렇게 맹신하는 추종자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애플 제품이 절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체적인 사용자 경험에서 타 제품보다 만족도가 높은건 분명 사실인것 같습니다.

애플 제품에 흔히 따라오는 수식어가 ‘It just works'(그냥 잘 됩니다) 였는데요. 요즘엔 이 표현에 걸맞지 않게 ‘그냥 되어야’ 하는 것이 뭘 해도 안되는 경우가 잦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만큼 사용자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머리를 앓아야하는 경우가 적다는 말이 됩니다. 전문적인 분야 (특히 미디어쪽)의 소프트웨어가 대부분의 경우 윈도우/맥 동시에 나와있음에도 해당 분야의 맥을 사용하는 사람의 비중이 이상하게도 높은 이유가 아마 이런데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비록 맥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윈도우보다는 OS가 문제를 일으켜 작업 효율을 해칠 확률이 낮다는 이야기.

아직도 어쩌다 윈도우 옹호론자였던 제가 정반대로 바뀌어버렸는지는 참 알수가 없는 일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동안 많이 실망시켰던 것도 사실이고. 열심히 하는건 알겠지만.. 특히 최근엔 정말 제대로 하려고 파격적으로 열심히 많이 하는건 맞는데 그래도 윈도우 자체가 이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위대한 유산의 산 화석이라 고질적인 문제는 피할수가 없는건가 싶기도 하고요.

아 몰라 귀찮아!

AoC 가격으로 27인치 고급형 사양에 CTO로 CPU를 4GHz i7로 올려서 주문했습니다. 하드는 256GB SSD로. 용량이 적긴 한데 어차피 외장을 달아 쓸 생각을 해서 시스템용으로는 완전 무소음을 노리고 SSD로 골랐습니다. 가격이 딱 300 안되게 나오더군요.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7만원 추가해서 마우스를 트랙패드로 바꿨어야하는데 하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마우스는 기존에 있는 Performance MX를 쓰면 되니까 필요 없겠지 해서 그냥 기본으로 뒀는데 매직마우스는 진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정말 쓰레기 오브 쓰레기인 마우스라… 저것만 따로 팔기도 뭐하고 그냥 두자니 계륵이고. 트랙패드를 했으면 마우스랑 번갈아가면서 쓸수라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중고로 매직트랙패드를 들일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회사에서 이미 아이맥 5K 레티나의 초기 모델인 2014년 하반기 모델을 사용하는지라 이 크고 아름다운 HiDPI 화면에 대한 충격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만 2015년 리프레시부터 화면의 색재현영역이 늘어난 (DCI P3) 디스플레이를 채용중이므로 이 부분은 좀 새로운 부분이 되겠습니다. 다만 이때문에 소프트웨어적으로 좀 골치거리가 생기긴 했는데요…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별도의 글로 좀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네요.

그 외에는 역시 기본 i5가 아닌 i7로 업그레이드한지라 좀 더 쾌적하다는 느낌? 램은 기본인 8기가로 했지만 서드파티 램을 주문한 상태라 조만간 24GB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CTO로 추가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ㅠㅠ 애플 나쁜놈들.

아, 그리고 블로그에는 이야기를 안 했었는데, 3월 초에 이사를 했습니다. 집은 더 작아졌지만 제 방만 좀 더 커졌습니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기엔 여전히 먼 거리입니다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