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 Japan] [#05] Day 03: 야에야마 제도 페리 투어 – 유부 섬, 타케토미 섬
망그로브 구경을 하고 오하라 항으로 돌아온 뒤, 준비된 버스를 타고 미하라라는 곳으로 간다.
도착했다. 뭔가 사람이 많은데 보아하니 우리 투어뿐만 아닌 다른 회사를 통해 온 그룹들도 많이 섞여있는 모양이다. 온 순서대로 태워서 보내는데 엉뚱한 그룹 따라 가서 헷갈리지 않게 잘 봐야한다
뭐라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는 모양의… 물소 모형…이다. ‘유부지마(섬) 입구’ 라고 적혀있다
유부 섬은 위 지도의 중앙에 보이는 이리오모테 섬 본도에서 아주 살짝 떨어져있는 작은 섬이다. 사이를 가르는 바다가 수심이 매우 얕아서 만조가 아닐 때는 안전하게 걸어서도 건널 수 있으며 바퀴가 약간 높게 개조된 자동차도 물 위를 운전해 건널 수 있다.
이 점을 이용해 물소 달구지 (수우차)가 끌어서 관광객을 태우고 유부 섬으로 가는 식의 어트랙션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듯 하다
이렇게 사람을 태우고…
끌고 간다.
꽤 신선한 체험이다
운전..은 사실 수년(?)의 경력을 거쳐 숙련된 물소님이 알아서 하시고, 보호자 겸 가이드로 소를 자동운전해 몰고 가시는 분이 짧은 이동시간동안 전통 악기를 들고 전통 곡조를 한 가락 뽑아주신다
어제 저녁에 식당에 가서도 배경음악으로 나오는걸 실컷 들었지만 이시가키의 전통 음악은 뭔가 굉장히 특이한 감이 있다. 여행온 우리가 듣고 별명을 붙여주기를 “IDM” – Ishigaki Dance Music (….)
저 건너편이 유부 섬이다.
도착하니 관광객들을 차례로 환영하는 의미의 꽃 목걸이를 하나씩 주고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당연히 찍은 사진은 돈을 주고 구매해야하는데 구매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안 샀다. 역시 사진 찍히는것보다는 찍는걸 좋아해서…
건물 안에 들어가니 이런게 있다. “유부섬 물소 가계도” 섬에서 달구지를 끄는 물소들이 꽤 많은데 초대(?) 물소에 이어서 꽤 많이 증식 한 모양이다.
점심을 먹고 자유롭게 섬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 전에 유부 섬에 대한 간략한 소개 설명을 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에 역사가 잘 설명되어있다)
예전에 유부섬에 있었던 초등학교의 옛 터를 보여주면서 이야기하기를, 처음 섬에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고 사탕수수 등의 산업으로 번창해 최고로 많을 때는 100명 이상이 살았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태풍의 피해를 입어서 대부분의 주민이 이리오모테 섬 본도로 이주해 유부섬은 다시 무인도가 될..뻔 하다가 한 할아버지와 그 가족에 의해 지금의 관광지로서의 유부섬이 재건되기 시작, 물소 2마리와 물소차 2대로 시작된 것이 지금은 이렇게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고.
아무래도 처음에 물소차를 타고 내려서 사진 코스를 지날때부터 느낀게 이 작은 섬에 그렇게 볼만한 것이 많이 있을까, 그냥 열심히 관광지화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없잖아 있긴 했는데, 이런 뒷 이야기를 듣고 나니 뭔가 이것이 이 지역 여기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한 길이구나- 하는걸 느꼈다
점심은 여기의 식당에서 제공된다. ‘유부섬 특제 도시락’. 식재를 전부 본도에서 조달해와야되는 외딴 섬인만큼 엄청난 퀄리티의 음식을 기대하기는 역시 어렵겠고… 맛은 평범한 정도였고, 나름 이 지역의 특색을 담으려고 노력한 점이 칭찬할만 하겠다.
가령 저 오른쪽 아래 그릇의 밑에 있는 저 이파리처럼 생긴 것이 오키나와의 특산품중 하나인 ‘우미부도(海ぶどう)'(바다포도)라는 해조류인데, 씹으면 알처럼 터져서 먹는 맛이 있다
이후에는 자유시간으로 섬 내부를 걸어서 돌아다닌다. 워낙 작아서 한바퀴를 다 돌아도 몇십분도 안 걸린다. 연인으로 놀러왔다면 조용히 산책하기에 괜찮은 느낌…이기에는 좀 멀리 가면 매우 ‘자연 그대로’인 느낌이어서 조심해야할 수도 있겠다
부겐빌리아 라는 꽃의 정원이 있다길래 들어가서 몇장 찍어보았다
섬의 중심 남쪽 해안가쪽에 이렇게 커피와 차를 파는 가게가 있다. 유부지마챠야(由布島茶屋)
이런데까지 와서 커피일까 싶지만 이런데에서 먹는 커피라 더 의미 있는게 아닐까? 물론 나는 안 마셨다.
…친구가 마셨는데 그냥 평범한 맛이라고 하더라
여기도 일본 아니랄까봐 까마귀가 있다.
그리고 매우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가오리 석상이 있다. 미하라 입구쪽의 물소 상도 그렇고 이거 여기 컨셉인가 싶다.
팁: 이거 랜드마크라서 여기에 포케스탑이 있다 포켓볼 충전을 하도록 하자
카페의 바로 앞은 해변가다. 다만 갯벌이 매우 얕은 수심이라 그런지 그런지 땅이 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방향으로 따지면 아마 코하마섬(小浜島) 일 것.
하늘이 구름 가득이라 해가 안 나니까 푸른 바다색을 볼 수 없어서 좀 시무룩하다.
그 다음은 소 구경을 하러 돌아다녔다.
뭔가 처음 봤을 때도 느낀 거지만, 소 하면 보통 굉장히 더러운 느낌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얘네들은 물소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냥 딱 봐도 상당히 깨끗한 느낌이다.
표정이 뭔가 에휴 내 인생 팔자야 하는 느낌이다
바이바이 pic.twitter.com/qMTf2PWAD9
— zvuc (@zvuuc) November 1, 2016
마지막으로 이 섬에서 대짱 베테랑 물소 되신다는 분의 우아한 자태를 관람하고 섬을 떠났다.
물소차를 타고 다시 미하라로 돌아왔다. 유부섬쪽을 뒤돌아보니 짧은 거리고 얕은 바다지만 역시 섬은 섬이라는 느낌이다. 저런데서 사는 사람들은 매일매일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을 여기서도 어김없이 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이제 다시 버스를 타고 오하라 항으로, 페리를 타고 이시가키 방향으로 향하되, 근처에 있는 타케토미 섬으로 간다.
아침에 올때보다도 뭔가 더 길게 느껴지는 길고 긴 시간 끝에 목적지에 거의 다 도달할 즈음,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근처의 바다 색이..!
타케토미 섬에 도착. 도대체 어떻게 바다에서 이런 색깔이 날 수 있는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예쁜 에메랄드 색. 그래 이런걸 보고싶었는데..!
타케토미 섬은 면적 5.42km²밖에 안 되는 정말 작은 섬이다. 여기는 산이랄 것도 없고 지형이 평평해서, 태풍의 경우 해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섬의 안쪽 중심부에 취락 시설이 몰려있다고 한다
항구에서 버스를 타고 마을까지 이동한다. 앞서 말했듯이 아마 원래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유리바닥으로 된 배를 탔어야했던것 같은데 뭐 안된다고 했으니… 지금은 날씨 갰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첫번째 멈춘 곳은 호시즈나하마(星砂浜) = 별해변.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의 특징중 하나가 해변의 ‘별모래’라고 하는데, 별 모양으로 생긴 모래알이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모래알은 아니고 유공충이라는 원생동물의 시체(..)가 별모양인데 워낙 작고 모래알같이 섞여있어서 별모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네잎클로버같이 찾으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이 있어서 다들 기념품으로 가져간다고 하는. 그래서 해변에 열심히 쪼그리고 앉아서 모래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는 그건 별로 관심 없고 난 그저 맑고 푸르른 물! 해변! 이걸 보고 싶었다
좋은 느낌이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해변가에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너도 덥니? 나도 더워
다만 시간이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아서 멀리까지 가보진 못했다. 패키지 투어의 단점이다. 이번에도 뼈저리게 느낀다
타케토미섬중 가장 유명한 해변이 몇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여기 호시즈나 해변, 근데 여기는 사진에 보이다시피 갯벌이 좀 거칠고 돌이 많아서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좀 어려워보이는데, 그 다음에 이동했던 곳이 ‘진짜’였다. 호시즈나 해변에서 북쪽으로 얼마 안 떨어진 곳이다. 바로…
콘도이 비치(コンドイビーチ). 초승달 해변! 에메랄드 바다! 새하얀 모래!… 창 밖으로 보면서 와!! 여기가 진짜구나 싶어서 들떠있었는데 알고보니 투어 일정상 여기는 안 내려주고 그냥 차로만 보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에에에에에에
잠시 차가 정차해있길래 곧 내려서 돌아보게 해줄줄 알고 사진도 안 찍고 있었는데 떠난다그래서 급히 창문으로 한장 찍은게 위의 사진 한장이 다다…
패키지 투어는 이래서 안 좋다.
다음은 다시 마을로 이동해서… 물소차를 또 탔다. 대신 이번에는 바다위를 걷지는 않고 그냥 마을 투어다.
소를 몰면서 가이드 해주신 분에게서 또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오전에 다녀온 이리오모테 섬을 포함해 타케토미 섬에도 학교는 중학교까지밖에 없기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하려면 섬을 떠나 이시가키나 오키나와 본도로 가야한다는 이야기. 그래서 섬에서 태어난 아이가 실제로 섬에 살게 되는건 중학교 나이때까지고, 그 이후는 가족과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거나 본도에 사는 친척 집에 신세를 지고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외딴 섬이긴 하지만 시대에 뒤쳐지는 건 아니라는걸 말하고 싶었던 거인지, 중학교에서 영어 수업은 학생들이 모두 아이패드를 들고 인터넷을 이용해 수업한다고(!)
그 외에 재밌는 이야기로는 이 섬에는 주유소가 딱 한군데밖에 없고, 하루에 딱 한번 낮에 30분간(!) 영업하는데 어차피 섬이 작고 기름을 먹는 차도 손에 꼽을 정도라 이렇게만 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영업시간에 맞춰 와 줄서서 기름 차례로 딱 넣고 딱 문 닫는 주유소를 상상해보았다
마을이 워낙 작기 때문에 경찰소 건물조차 없고 (이시가키에서 파견되어 사는 경찰관 한명이 있다고 했던것 같다) 서로 다 누가 누군지 알고 지내는 지라 마을 내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일도 없으며 (우스갯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딱 한번 도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범인은 고양이었다고 한다) 평화로운 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해변에 안 내려준게 워낙 실망스러웠던지, 일정의 막바지에 거의 다 도달해 체력이 바닥난 상태인 것도 있고 의욕이 별로 없어서 물소차 타고 돌아다니면서 마을 사진을 거의 찍은 게 없다(..)
타케토미 마을은 특유의 붉은 벽돌 지붕 양식의 건물이 옛부터 잘 보존되어있어서, 전통적인 거리의 모습과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법상으로 새로 짓는 건물도 이런 양식을 따르게 되어있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이렇게 하여 오늘 페리 투어의 일정은 모두 끝났다. 타케토미 섬을 마지막으로 이시가키 항으로 복귀. 대체로 만족스러웠지만 역시 마지막의 타케토미 섬이 제일 아쉬웠다고 할까. 사실 여행 계획 짤 때 이시가키 근처의 섬들 알아보면서 타케토미 섬을 봤을 때 섬 내 자전거를 타고 자유여행하는 걸 본 적이 있는것같았는데, 실제 섬에 가보니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다. 여기는 그렇게 돌아다니고 구경하는게 훨씬 더 좋았지 않을까 하는 후회가…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으면 해변을 포함해서 더 충분히 만끽하고싶은 생각이다.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4-5시경이었는데 주체할 수 없는 피로가 확 몰려오면서 침대에 그대로 뻗어서 한 두시간정도 자버린것 같다
호텔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야경을 한번 찍어보고
저녁을 먹으러 왔다. 텟펜(てっぺん)이라는 이자까야다.
여러가지
맛있는 것을
많이 시켜
맛있게 잘 먹었다.
오챠즈케.
이자까야는 역시 카라아게지.
3일차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