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 Japan] [#20] Day 09: 첫 일본 료칸 경험 – 토구라의 카메야혼텐
2016년 11월 7일 월요일 오후.
마츠모토에서 탄 시나노 열차에서 시노노이역(篠ノ井駅)에 내려서 갈아탈 열차를 기다린다.
해가 질 타이밍이라 햇빛이 예쁘게 지붕에 걸친다.
JR이 운영하는 시노노이선과 시나노철도선이 같은 선로를 공유한다. 처음에 이것때문에 결국 JR이 운영하는 노선인건지 어쩐건지 검색을 해봐도 확실하게 알수가 없었는데 결국 다른 회사라서 JR패스는 당연히 먹히지 않고, 개별적으로 토구라 역에서 내려서 개찰구를 통과할 때 요금을 내야 했다.
보통 원맨열차.
한적한 도외 마을을 달리는 열차 특유의 낭만적인 느낌이 있다.
짧게 몇 정거장 이동해 목적지인 토구라역에 내린다.
적색으로 도색된 열차가 뭔가 예쁘다.
열차가 떠나고 나니 역 승강장 뒤로 예쁘게 물든 산이 보인다.
경치에 빠질 틈도 없이 급하게 사진을 찍고 나와야 했던 이유는 미리 열차 도착 예정 시간 기준(16:08 도착)으로 약 2분을 더해 (16:10) 료칸측 픽업시간 약속을 해두었기 때문에.
사실 토구라역에서 료칸까지 걸어가려면 거리가 조금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했는데, 공식 사이트를 찾아보니 다행히도 사전에 예약을 하면 픽업이 된다고 하여,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약속을 할 수 있었다.
현지의 연락처가 없어서 실제 현장에서 연락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픽업나오는 측이나 차를 타야하는 우리나 믿을게 약속밖에 없긴 했지만 역 바로 앞에서 기다리던 료칸측 직원분과 무사히 만나 차를 타고 이동했다.
몇 분 정도 타고 온 뒤에 료칸에 도착했다. 보아하니 이 거리에 다른 온천호텔 등이 몰려있는 모양이다.
오늘 하룻밤 묵게 될 카메야혼텐(亀屋本店). 사실 온천이 딸린 호텔을 가본건 2012년 일본을 처음 왔을때 키누가와를 가보긴 했는데… 그때 갔던건 엄청 저렴한 데였어서 별로 그닥 좋은 경험만은 못 됐었다
로비에서 직원에게 석식/조식 식사시간, 대욕탕 이용, 온천욕실 대절(貸し切り) 등 여러가지 안내를 받은 뒤 방으로 안내받았다.
웹사이트를 보면 방의 종류가 여러가지 있는데, 크기와 시설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우리가 고른건 R110이라는 방, 다다미12첩+현관2첩 크기에 베란다에 개인 노천탕이 딸린 방이다. 객실에 프라이빗 노천탕이 딸린 방은 료칸의 로망이지! 라는 느낌으로 필수조건으로 넣은뒤에 적절한걸 찾다가 고르게 됐다.
가격은 1박에 인당 18,700엔. 싼 가격은 아니지만 괜찮은 료칸은 하도 비싸다보니 적당한 가격이라고 해야하나..? 지금 보면 오히려 이래도 싼 쪽에 속하는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방은 이렇게 생겼다
바닥의 다다미가 녹색인데다 벽은 누런색이고 조명도 누런색이라 화밸 맞추기가 심히 골룸하다
베란다의 욕실과 노천탕의 모습이다. 꽤 준수하다.
아무튼 객실 내는 깔끔하고, 나름 최근에 리뉴얼을 한 듯한 모던한(뭔가 료칸에 안 어울리는 말이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여담으로 2012년에 일본 처음 갔을때 같이 갔던 친구와 전혀 우연치 않게도(?) 이번에도 같이 오게 됐는데… 첫 료칸 아닌 온천호텔 여행이 당시 갖고갔던 와이파이 에그가 키누가와 지역에서 전혀 1도 터지지 않았던 관계로 하루동안 오프라인으로 보냈던 악몽이 떠올라서, 방에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체크한 것은 ‘와이파이가 되는가‘
결론만 놓고 보면 안 됐다.
정확히는 객실에 무료 와이파이가 다 제공이 되는데… 진짜 운이 더럽게 없게도 우리 객실쪽의 복도에 설치된 라우터만 모종의 이유로 와이파이 네트워크 접속은 되는데 인터넷이 안 되는것. 아니 그래도 만팔천엔씩 내고 료칸 하룻밤 쓰려고 왔는데 본래 제공되는 인터넷을 못 쓴다는게 말이 되냐 싶어서 되는 안 되는 일본어 써서 프런트에 내선 전화로 문의해서 라우터 재부팅좀 해주겠냐 선이 빠진게 아닌지 확인좀 해주겠냐 별 민폐를 다 끼쳤는데 결국 직원이 확인한 바 우리쪽만 WAN으로 들어오는 인터넷 회선이 단선이 됐는지 어쨌는지 아무튼 당일로 고치긴 힘들것 같다고 하여…
내가 이럴려고 료칸 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는 물론 고작 와이파이 쓰려고 료칸 온건 아니고
료칸 하면 카이세키지!
아쉽게도 방으로 직접 갖다줘서 먹는 식사는 아니었고 식당에 직접 내려와 먹어야했다. 좀 더 비싼 방에만 되는건지 여긴 그런건 아예 없는건지, 잘 모르겠다. 에잉 내심 기대했는데…
일단 보기에는 그럴싸해보이는 카이세키 요리이다.
우리가 좀 늦게 내려온건지, 이미 식사를 다 마치고 난 테이블도 몇 보인다.
직원분이 처음에 굉장히 송구스러워하시는 분위기로 열심히 뭐라 설명을 해주셨는데 저희가 더 송구스럽게도 일본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여…
그냥 꼴리는 대로 쳐묵쳐묵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고기
이것은 따듯한 고기
이것은 밥
이것은 디저트
…사실 젓가락이 놓인 아래에 깔린 종이에 깨알같은 글씨로 이번 요리에 나오는 모든 음식의 이름과 재료 등이 적혀있는 듯 했는데 잘 보면 해석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귀찮아서 그냥 요령껏 잘 맛있게 다 먹었다고 한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사전에 좀 음식 종류별로 제대로 된 먹는 순서를 좀 예습해 갈수 있으면 더욱 품격있는 혼모노스럽게 요리를 즐길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대목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