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soft Surface (2012)에 대한 단상

2012/06/19 13:05

오늘 새벽에 Microsoft가 특별한 기자 컨퍼런스를 열어서 자사의 first-party 윈도우8 기반의 태블릿 디바이스를 공개했습니다. 이름하여 Microsoft Surface.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표한 공식 스펙 표를 옮겨봤습니다.

  Surface for Windows RT Surface for Windows 8 Pro
OS Windows RT Windows 8 Pro
Light 676g 903g
Thin 9.3mm 13.5mm
Clear 10.6” ClearType HD Display 10.6” ClearType Full HD Display
Energized 31.5 W-h 42 W-h
Connected microSD, USB 2.0, Micro HD Video, 2×2 MIMO antennae microSDXC, USB 3.0, Mini DisplayPort Video, 2×2 MIMO antennae
Productive Office Home & Student 2013 RT, Touch Cover, Type Cover Touch Cover, Type Cover, Pen with Palm Block
Practical VaporMg Case & Stand VaporMg Case & Stand
Configurable 32 GB, 64 GB 64 GB, 128 GB

http://www.microsoft.com/global/surface/en/us/renderingassets/surfacespecsheet.pdf

보시다시피 두가지 종류로 나오는데, Windows RT는 Windows 8의 ARM 버전으로 발표된 것입니다. 스펙 표에는 명시되어있지 않지만 외부 소스에 따르면 RT 버전은 테그라 3, 프로 버전은 Core i5 (Ivy Bridge)을 탑재했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눈여겨보아야 할 사실은, 이제까지 많은 기기들이 고수해왔던 “스펙지상주의”를 드디어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세부적인 사양 (예: CPU – Intel Core i5-3475S (Ivy Bridge) 2.9 GHz 라든가…)을 아예 표기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각 항목의 표기도 ‘무게’인 Weight라고 하기보다 ‘가벼움’인 Light로, ‘디스플레이’라는 Display로 표기하기보다 ‘선명함’ Clear로 표기함으로서 복잡한 스펙에서 벗어나서 보다 실용적인, 실 생활에 어떤 장점으로 다가오는지를 부각시키려 한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하드웨어 스펙을 알지 못하기에 실제 사용하는데 사양이 딸릴까봐 걱정해야하는 것인가? 이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게, 자기가 직접 하드웨어를 제작하고 (물론 다른 업계와 협력 하에 생산하는 것이겠지만) 자사의 OS를 탑재하는데 가능한 모든 실 사용 예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물론 세밀한 최적화를 통해 사용자 경험에 불편이 없도록 했을것이다-라는 논리에서입니다.

이제껏 컴퓨터 분야에서만큼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접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고 서드파티의 협력 하에 진행해 왔는데, 솔직히 애플의 iPad가 너무나도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진영도 엄밀히 따지면 그다지 맥을 못 추고 있지요.

한편 아이패드와 iOS의 최근 경향을 좀 보면, 서서히 데스크탑 OS와 태블릿/모바일용 OS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플의 가장 큰 장점중 하나가 자사가 직접 하드웨어를 만듦으로써 안드로이드같은 단편화를 피할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최근들어 iPad나 Apple TV나 iOS의 다른 버전을 사용하는 기기도 생겨나고 여러 세대/버전 별로 기능의 차이가 생기다보니 어쩔수 없이 좀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드로이드가 4.0버전인 Ice Cream Sandwich 을 통해 태블릿 OS와 모바일 OS의 통합을 꾀하는 것처럼 애플도 최근 들어 iCloud라든가, Mac OS 신버전에서 iOS의 기능을 거꾸로 가져온다는가 하는 모바일 OS와 데스크탑 OS를 어느정도 일관성 있게 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2007년에 출시한 Microsoft Surface (현재 PixelSense) 1세대 하드웨어.

이러한 맥락에서 후발주자인 Microsoft가 갖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에도 Courier 프로젝트나 PixelSense (구 Surface)등 터치기반 슬레이트 폼 팩터 디바이스에 대한 계획은 갖고 있었지만 쿠리어는 실제 제작 단계로 가지도 못하고 팀이 해체되었고, PixelSense는 멀티터치를 이용해 사실 굉장히 획기적인 컴퓨팅을 보여주었지만 크기와 어마어마한 가격(약 $10.000)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3년 후인 2010년에 애플이 드디어 iPad를 발표, 엄청난 히트를 치고 여러 제조사들이 찔끔찔끔 시도해왔지만 실패했던 태블릿 형식의 컴퓨터를 드디어 널리 퍼트리는 계기가 됩니다. 이에 따라 Microsoft도 Windows를 탑재한 태블릿 PC를 하나둘씩 공개하는데, Windows 7은 좋은 OS임에는 틀림없지만 태블릿 형식의 기기에서 터치로 사용하기에는 역시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윈도우 자체가 모바일 OS에 비하면 매우 무거운 OS였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라든가 성능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었죠.

그리고 Microsoft는 다소 극단적인 선택을 내려, 차기작인 Windows 8에서는 기존에 고수해왔던 ‘시작버튼’을 없애면서까지 완전히 UI를 갈아엎고 태블릿 중심적인 OS로 바꾸어버립니다.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린 비운의 기기인 Zune이 유업으로 남긴 Metro 인터페이스를 Windows Phone 7을 통해 계승해 데스크탑 OS에까지 탑재했고, 터치 친화적인 새로운 스타트 화면을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존의 데스크탑 유저에게 있어서는 득보다는 해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메트로 인터페이스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우호적이지만, 이제까지 컨슈머 프리뷰나 각종 베타버전 스크린샷을 보아온 바 데스크탑 모드에 적용된 메트로는 그저 투박하기 짝이없고 기존 비스타/7의 Aero Glass에 비해 한참 뒤쳐지는 디자인이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Windows 8의 이러한 변화는 태블릿 형식의 기기에서 사용했을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삼성이 제작한 슬레이트 기기를 참석자 전원에게 개발 용으로 나누어준 것도 이러한 이유이지요. 그리고 단순히 태블릿만 놓고 보았을때 저는 매우 긍정적입니다.

비록 프로세서의 차이에 따라 윈도우 버전이 RT와 일반 버전 두개로 나뉘긴 했지만, 사실상 둘은 같은 OS입니다. 첫 발표시에도 명시했듯이 기존에 쓰던 윈도우용 애플리케이션을 그대로 실행할수 있다는 것이죠. 윈도우 RT는 새로 생기는 윈도우 내장 마켓플레이스(=앱스토어)에서 받은 앱만 사용할수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이전에 쓰던 노트북, 데스크탑과 똑같이 PC이다-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드디어 업계 최초로 완벽하게 단편화를 피한것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그 OS를 프리미엄 하드웨어 파트너인 삼성, HP, ASUS, Acer 등 서드파티 제조사에게 맡기면 될 것을, 왜 굳이 이제 와서 자사가 직접 하드웨어까지 만들려 드는가? 이 것에는 몇가지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Surface의 발표를 보고 ‘드디어 하드웨어까지 마소가 애플을 따라하는구나’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어느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따라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인걸까요? 특허 침해를 한다든가, 제품 디자인을 베끼면 욕을 먹을만도 하겠지만, 좋은 정책을 본받아 따라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제 애플처럼 직접 하드웨어 제조에 개입하면서 Windows 기반 기기의 단일 제품 라인업을 밀고 나가려 하는 것입니다. 이쪽이 훨씬 더 한 기기당 굵고 깊은 수명과 지원을 보장할 수 있고, 하드웨어의 다종(多種)화에 따른 단편화도 막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것중 하나가, 한때 DAP(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 시장을 휘어잡았던 아이리버같은 회사들이 왜 끝까지도 애플의 단일 기기 정책을 파악하지 못해서 그렇게 몰락하게 되었는지, 삼성도 지금은 좀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quality over quantity’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지입니다. 정말 단순한 원리인데 말이죠, 출시하는 기기의 수가 적으면 한 기기당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부을 수 있고 향후 애프터케어 하기도 편하고.

하드웨어 제작과 최적화 면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제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흡사 아이패드2의 스마트 커버처럼, 자사가 액세서리와 하드웨어와 OS를 모두 만들면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인 기능을 쉽게 탑재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하드웨어의 특징중 하나인 부착 커버 일체형인 키보드도, 그 제품의 색상에 따라 배경화면 색상이 자동으로 바뀌는 등의 똑똑한 기능을 넣었다고 합니다.

앞서 말한 하드웨어 세부 사양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OS를 탑재해서 하드웨어도 직접 감수하고 생산해내는 기기인데, 버벅이거나 느릿느릿해서 불편하게 만들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스펙같은건 더이상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되고, 그냥 여러분이 이 기기로 무엇을 하실 수 있는지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 * *

오랫동안 미뤄왔던 라이벌 회사 애플의 iPad에 대한 정면 승부. 이제부터가 정말로 시작인 것입니다. 그래요, 아직 태블릿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제대로 싸움에 붙어보지도 않은 것이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iPad가 완전히 태블릿 시장을 휘어잡고 있지만, 모두의 상상을 깨고 Xbox가 닌텐도와 소니를 누르고 게임 시장의 욍좌에 오른 것 처럼 Surface도 그러한 화려한 역전승부를 보여줄 수 있을것인지, 저는 기대가 됩니다.

이미지 출처:
http://unclutteredwhitespaces.com/2012/01/shifting-strategic-insights-onto-your-2012-agenda/microsoft-surface-pic/
http://www.microsoft.com/surface/en/us/gallery.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