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2014] [#20] Day 12 : 홋카이도 – 하코다테, 오오누마 호수

2015/02/02 00:50

Day 12

11월 1일 토요일


상쾌한 아침. 늦잠을 자버려서 허둥지둥 체크아웃을 하고 삿포로역으로 왔습니다. 오늘은 홋카이도 일정의 마지막 체크포인트인 하코다테(函館)로 내려갑니다.

하코다테는 홋카이도의 남쪽에 있는 항구 도시입니다. 세이칸터널을 지나 올라오는 열차는 반드시 거치게되는 루트이므로 밤 기차를 타고 쿨쿨 자는 사이에 이미 한번 들렀던 곳이죠 ㅋㅋ 특히나 멋진 야경으로 유명한 도시인데, 과연 어떨지 기대를 해봅니다. (웃음) (웃음) (웃음)

6:36 하코다테행 슈퍼호쿠토! 출발!

바다를 보면서 달립니다.

도중에 안개가 자욱하게 껴서 열차가 느리게 달린다 했더니 곧이어 나오는 안내방송 목소리가 진짜 저렇게 엄청 더듬더듬 해서 좀 웃겼습니다. ㅋㅋ

원래는 열차에서 이런 벤또를 사서 먹으려고 했지만.. 카트가 오는 도중에 다 팔려버려서 그냥 대충 빵을 먹었습니다.

하코다테 도착

별 탈 없이 하코다테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도 그저께 갔던 왓카나이처럼 한쪽 끝이 잘린 두단식 역입니다.

출구를 나오니 큼지막하게 보이는 2015년 홋카이도 신칸센 개업예정 관련 광고문구. 저걸 내가 타보게 될 날이 또 올까요.

2003년에 지어진 역사라는데 꽤 깨끗해보입니다.

광장을 나오니 물씬 풍기는 바다 냄새..랄까. 뭔가 잘 모르겠지만 항구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샌프란시스코 갔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라고 생각하자마자 저어기 눈앞에 보이는 트램 (노면 전차)! 항구도시의 공통점인걸까나요. 아무튼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직접 타볼 기회는 아마 없겠..지 싶지만요.

북쪽 왓카나이는 뭐 러시아와 가까우니 그렇다 쳐도 여기에서도 안내판에 러시아어 병행표기가 보이니 뭔가 신기. 그리고 그 밑에 있는 괴상한 폰트(상형문자?)의 한글표기는 더욱 신기(..)

하코다테에서 묵게 될 숙소는 토요코인 에키마에 아사이치 (東横イン駅前朝市). 아침시장 바로 옆에 위치해있습니다. 하코다테역에서 도보로 5-10분거리? 토요코인 이용해보기는 처음이라 멤버십 카드를 신청했습니다. 어차피 오전이라 지금은 체크인은 못하고, 캐리어를 맡기고 멤버십카드 신청서를 작성한 뒤에 나왔습니다.

다음은 렌터카 예약을 하러. 하코다테역 바로 옆에 JR렌터카 지점이 있습니다. 지난 이틀은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지만 이번것은 본래 예정에는 없었던 거라 (생각보다 4명이서 나눠타니까 금액도 적게 들고 이동해 돌아다니기도 편해서 하루 더 렌터카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예약을 하러 들어왔습니다.

이것저것 물어본뒤 렌탈할수 있는 선택지를 보고 적당한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대략적인 계획을 볼때 지금 당장 차를 이용 시작할건 아니고 점심을 먹어야하니 12시부터 쓰기로 예약을 해두고 서류만 작성하고 나왔습니다.

식사할만한것을 찾아 아까 토요코인 근처의 아침시장 거리로 돌아왔습니다. 사람이 제법 북적합니다.

점심식사

 두리번거리다가 거의 반 호갱행위에 이끌려(?) 들어온 식당에서 연어+이쿠라+게살 3종 돈부리 미니사이즈를 먹었습니다. 1200엔. 맛은 뭐.. 이쿠라는 그닥 제 취향은 아닌것 같네요. ㅎㅎ 짜요..

밥먹고 나서는 내일 도쿄까지 타고 내려갈 열차표 예약을 하러 하코다테역에 다시 잠깐 들렸습니다.

 카운터 옆에 문득 발견한 무료 인터넷 키오스크… iPad에는 Internet Explorer이 없습니다 고객님

오오누마 호수로

자 이제 차를 몰아봅시다!

오오누마(大沼) 호수는 하코다테의 북쪽으로 약 40분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지도상으로 봤을때 왼쪽의 살짝 작은게 코누마(小沼), 오른쪽의 큰게 오오누마. 어디 딱 한군데 특정 포인트를 잡고 간건 아니고 그냥 호수 주변을 둘러보러 간거라 일단 대충 근처를 내비에 찍고 출발했습니다.

호수 주변으로 난 길을 타고 쭉 달리다가, 한바퀴를 다 돌 시간적 여유는 아무래도 없으니 적절한 시점에서 유턴해서 돌아오다가 중간중간에 눈여겨두었던 스팟 (주차공간이 4-5대정도 종종 있었습니다)에 멈춰서 차를 세운뒤 사진을 좀 찍었습니다.

날씨가 흐렸지만 굉장히 온화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다른 스팟으로 좀 더 이동해봅니다.

그러고보니 11월 1일, 가을도 슬슬 갈 때가 됐네요.

어제 갔던 여우목장에서 친구가 산 인형과 내 푸호꼬 인형을 얹고 잠깐 장난질도.. ㅎㅎ

차를 다시 타서 좀 몰고, 오오누마 호수와 코누마 호수가 서로 닿는 다리 부분에 와서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좌표)

아까전에 건넌 건널목에서 열차가 지나간다고 울리길래 뭔가 본능적으로 급히 사진찍을 준비를(?)

한칸짜리 원맨 열차는 뭔가 볼때마다 묘한 낭만적인 느낌이 있단 말이죠.. 고독인가(..)

저 앞은 하코다테 본선 오오누마코우엔(大沼公園)역이 있습니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 오는 열차도 하코다테 본선을 타고 오니 아침에 우리가 타고온 슈퍼호쿠토도 이 선로를 지났다는 말이 되겠군요.

유람선도 다리 밑으로 지나가네요. 배에 적힌 이름이 하마나스..


고료카쿠(五稜郭)

호수 구경을 마치고 다음으로 향한곳은 하코다테 시내에 있는 고료카쿠입니다.

고료카쿠(五稜郭)는 에도 시대 말기에 세워진 지금의 홋카이도 하코다테 시에 있는 요새이다. 당시 일본에서 건축되었던 별 모양의 성곽을 부르는 통칭이기도 하며, 나가노 현 사쿠 시의 다쓰오카 성도 고료카쿠로 불렸으나, 일반적으로는 하코다테에 있는 요새를 가리킨다. 당시의 명칭은 가메다 야쿠쇼 토루(亀田役所土塁: 가메다 관청 성루)으로, 혹은 류야 성(柳野城)으로도 불렸다. 일본의 국가 지정 특별 사적이며, ‘고료카쿠와 하코다테 전쟁의 유구’라는 이름으로 홋카이도 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출처: 위키백과

 

옆에 올라가볼 수 있는 타워가 있습니다.

하루종일 하늘이 흐리더니 기어코 비가 오네요.

타워 건물로 들어가니 1층에서 때마침 NHK 라디오 방송국에서 와서 무슨 녹화/녹음을 하고 있는지 무대가 설치되어있고 사람들이 둘러싸여 앉아있더군요. 스태프들이 곳곳에서 사진을 못 찍게 하고 관광객들을 우회시켰습니다. 찾아보니 이런 것이었네요.

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하코다테 시내.

실내에는 고료카쿠 요새의 모형이 있었습니다.

창문으로 내려다보는 실물과 비교. 별 모양이 특이하네요.

고료카쿠와 연관된 역사 이야기들을 미니어쳐 모형과 함께 저런 유리 관 안에 전시해두었습니다. 빙 돌아가면서 볼 수 있게 배치해두었네요.

이 전망대에도 발밑을 유리로 해놔서 밑을 볼 수 있게 해둔 스팟이 있었습니다. 뭐.. 이정도 높이에선 별로 큰 감흥은 없겠지만요 ㅎ


전망대에서 내려와서는 고료카쿠 성곽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가운데는 하코다테 부교쇼(箱館奉行所 : 행정집행소) 건물이 있었는데, 친구들만 들어가고 전 돈도 아낄겸 (예전에 타카야마 갔을때도 느꼈지만 이런거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근데 그냥 들어갈걸 그랬어요(…) 비는 오고 우산은 쓰고있고 다리는 아픈데 의자는 젖어서 앉을수도 없고 춥고 들어간지 30분이 지났는데 친구들은 안나오고 ㅠㅠ

슬슬 차를 반납하러 하코다테 역 앞으로 갈 때 쯤 되니 하늘이 급하게 어두워지기 시작. 그리고 비는 계속 내립니다. 캄캄한데다 비때문에 도로가 젖어서 다 반사되다보니 차선도 잘 안 보이고 옆에는 트램도 지나다니고 운전하는데 좀 진땀을 뺐습니다.

하코다테 산으로

렌터카를 반납한 뒤에는 곧바로 계획대로 하코다테 산으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러 왔습니다. 그냥 렌터카 몰고 산 올라가면 되지 않냐고 물으시면.. 우리도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렌터카 직원이 오후 4시부터 9시까지는 버스 등 지정차량 이외에는 일반 차량 진입을 금지한다고 하더라구요. 관광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제한한 것으로 추정.. 4시 이전에 차타고 올라갔을수도 있지만 그러면 야경이 아니라 의미가 없으니(..)

솔직히 이쯤 해서 이미 조금 안 좋은 예감이 들긴 했습니다.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산 위에서 야경이 잘 보일까? 싶었는데요.

버스를 타고 산길을 올라가면서 점점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것을 보고 눈치를 챘어야 했습니다. 아아 이거 느낌이 좋지 않은데….

어?

산에 올라와서 버스를 내렸는데…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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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거 없다

하코다테의_야경.jpg

z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보이잖아

 

아아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란… 그래 어째 이번 여행에서 이제까지 묘하게 상당히 날씨가 쭉 괜찮았다 싶었더니 결국 여기서 당하는군요 ㅋㅋㅋㅋ 제가 어딜 가도 날씨 안 좋아서 아무것도 못보고 날려먹은 경력이 좀 되는지라 ㅎㅎㅎ

사실 하코다테 하루 묵고 가는걸로 굳이 일정에 넣은 이유가 이 야경 본다는것때문이었는데.. 참 허탈함을 말로 표현할수가 없더군요. 하하하하

 아이스크림이 맛있는게 뭔가 더 분하더군요. 아이스크림 맛있는데.. ㅠㅠ 500엔짜리 맛있는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왕복 800엔 버스요금 내고 올라왔구나 ㅠㅠ

그나마 버스 타고 내려오다가 창 밖으로 보이는거 하나 찍은것만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버스 내려갈때 대략적으로 타이밍에 맞춘 자동 관광 안내멘트가 흘러나오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코다테의 야경, 어떠셨나요? 만족스럽게 보셨나요’ 어쩌구 비슷한 말이 나오는데 버스에 탄 다른 관광객들을 포함해서 피식 웃었습니다. 얄미운데 자동멘트니 뭐라 할수도 없고 참.. 하하하

럭키피에로(ラッキーピエロ)

시내로 다시 내려와서는 저녁을 먹으러 럭키피에로를 찾았습니다. 하코다테에서 먹을만한게 무언가 물어보니 럭키삐에로를 추천해주시더라구요. 하코다테에만 있는 음식점체인이라는데 검색해보니 진짜 하코다테 시내 몇군데랑 근처 도시 두군데 이외에는 안 나오는걸 보니 맞는것 같습니다.

하코다테 역전점. 들어가봅니다.

꽤나 좁은 공간에 사람이 붐비는데, 수제 햄버거로 유명하지만 밥 종류도 있길래 전 ‘차이니즈 치킨 오무라이스‘를 시켰습니다. 가격은 810엔.

뭔가 거대한게 나왔다!

양이 엄청 많았습니다.. 허기진 배를 빵빵하게 채우니 행복하네요. 맛도 수준급이네요. 왜 추천하는지 알것같다..


잘 먹은 뒤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신청한 토요코인 멤버십카드과 키를 받아 올라왔습니다. 우연히도 방 번호가 404.. Room not found

토요코인은 처음 묵어보는데, 시설은 괜찮아보이네요. TV를 틀어봤지만 별로 하는건 없고 무엇보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빨리 씻고 자고싶은 생각뿐입니다. 비오는 날씨는 뭔가 에너지가 배로 뽑히는 느낌이네요.

홋카이도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날. 내일은 아침에 다시 도쿄로 내려가게 됩니다. 오야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