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 Japan] [#00] 여행 준비

2016/11/27 15:59

2016/10/30 – 11/12.
오키나와-이시가키-오사카-나고야-카나자와-나가노-도쿄-하코다테-삿포로.
14일, 딱 2주간 다녀온 일본 여행입니다.

2014년의 여행 이후로 두번째의 장기간 & 일본 광역 여행인데요. 처음 아이디어가 나왔던 것은 6월에 퍼퓸 콘서트를 보러 도쿄에 다녀오기도 전이었습니다. 가벼운 제안 정도로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느날 회사 동료와 오키나와/이시가키 섬쪽의 새하얀 모래사장과 푸른빛 물의 바닷가가 보고싶다-라는 생각에 루트를 찾아보다가, 어차피 오키나와를 가는 건 비행기로밖에 못 가니 간 김에 일본 항공 국내선 익스플로러 패스(운항편 거리 상관 없이 고정가로 묶어 구입할 수 있게 해주는 개념)을 사서 일본 전국 비행기 투어를 해볼까 ㅋㅋ 하는 무지막지한 농담정도로 끝났습니다.

이 때만 해도 진짜 갈까 말까 하는 수준이었지만… 여름쯤이 돼서 실제로 여행이 거의 확정되다시피 되고 8월에 출발편 비행기표를 사면서 결국 진짜로 가게 됩니다. 그때부터 하나둘씩 계획을 짜고 필요한 준비를 하게 되었는데요. 

도시 하나 잡아서 단기간 (최대 5일정도) 다녀오는건 뭐 많이 해봤으니 익숙해져서 비행기표를 먼저 잡고 기간 내 숙소만 잡으면 대충 되는지라 부담이 덜 했는데 한 개 이상 도시를 이동하고 숙소를 따로 잡아야 되는 여행인지라 아무래도 정보 찾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긴 했습니다. 심지어 처음에는 이 여행을 며칠 갈건지, 언제 돌아올건지도 정해지지 않았었고 어렴풋이 여러 도시 많이 돌아다니긴 하겠지 싶었지만 구체적인 경유지도 전혀 계획이 없었습니다.

다만 시작을 오키나와에서 하는 건 정해져 있었고, 이시가키를 거친 후 일본 내지로 돌아와서 내륙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확정. 이시가키에서 돌아갈 때 오키나와를 거치지 않고 직항하는 항공편이 그리 많지 않은지라, 오사카를 통해 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김에 그냥 쭉 올라가서 맨 마지막은 가장 위인 삿포로에서 끝을 보고 삿포로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으로 결정. 이후에는 사이에 어느 도시를 거쳐서 올지를 논의해서 일수를 채워 넣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처음에는 비행기를 여러번 타서 이동하는것을 고려해봤지만, JR패스로 다니는 것에 비해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크게 있지 않았고, 저는 이미 한번 JR패스 기차여행을 해본적이 있어서 좀 다른걸 해봐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같이 여행가는 친구들은 일본 기차 광역 여행을 해본적이 없었던지라 여러 사항을 고려해 결국 내륙에서는 기차로 다니는 것으로 결정.

그리해서 대략적으로 잡힌 달력형 일정표가 나왔습니다. 물론 위의 스크린샷은 이미 다 끝난 상태에서 찍은 것이고.. 처음에는 아무런 디테일도 없이 그냥 일별로 색깔만 다르게 도시이름만 적혀있는 정도였습니다. 다음 순서로는 숙소를 잡아야하는데, 오사카나 도쿄같이 큰 도시에서는 Airbnb 리스팅이 꽤 많아서 찾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이쪽을 우선적으로 검색해보고, 이외의 도시에는 거리나 가격상 에어비엔비가 별로 메리트가 없어서 저렴한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습니다. 사실상 준비단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었던 것 같네요. 조건에 맞으면서 최대한 돈을 세이브할수 있는 쪽을 찾아야 했던지라 한 사이트에서 다 예약할수 있는것도 아니었고… 결과적으로는 오카사/도쿄/삿포로가 Airbnb, 카나자와는 게스트하우스, 나고야는 료칸, 오키나와/이시가키/나고야/하코다테는 호텔 을 이용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숙박이 정해졌으니 이제 준비해야할 것은 이동 루트. 구글지도를 이용해 도시간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 기차편을 검색해서 기록해봅니다.

혹시 몰라서 만약 예정했던 열차편을 놓치거나 못 탔을 경우 백업플랜까지 미리 적어두었습니다. 실제 티켓 가격을 기록해서 패스 사용으로 얼마나 이득을 봤는지도 보기 편하게… ^^

그러고 나서는 상세 일정을 이런 식으로 채웠습니다. 식사는 특별히 해당 지역에서 꼭 가봐야하는 유명한 집 (예: 나고야의 히츠마부시)이 있지 않은 이상 관광 일정을 먼저 채운 후 근교에서 먹을수 있는 적당히 평점 좋은 집을 타베로그에서 검색해 넣었습니다. 


 

여행이 장기간 여행이 되면 항상 문제가 되는건 예산…인데요. 2014년의 여행과 다른 점은 그때와 달리 지금은 그래도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정기적인 수입원이 있어서 좀 더 (많이) 여유가 있었습니다. 여행가서 돈 없어서 절약해야하는것 만큼 서글픈것도 없는데 (실제 2014년 여행때는 막바지에 현금이 떨어져서 큰일날 뻔한 일이 있기도 했구요) 이번엔 어떨땐 좀 사치스럽다싶을 정도로 누려보기도 하고 맛있는건 일단 먹고보자는 느낌으로 넉넉하게 예산을 잡았습니다.

JR패스도 이번에는 일반이 아닌 한단계 높은 그린샤 (1등석) 패스로 했습니다. 2년전 신칸센 처음 타봤을때 일반 좌석도 엄청 쾌적하고 좋아서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엔 좀 더 좋은걸 한번 타보자고 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같이 간 친구들은 첫 경험을 그린샤로 해버린 ㅎㅎ)

인터넷은 15일짜리 일일 200MB제한 (이후 속도제한 걸린 채 무제한 사용) 선불 유심카드를 국내에서 구했습니다. 이전의 여행들을 경험으로 보면 5일짜리 여행에 2기가짜리를 사가면 안 아끼고 써도 1.5기가정도를 쓰는걸로 보아 하루 200메가를 해도 충분하겠다-싶었지만 기간이 긴 여행인데다 처음 가보는 지역에서 지도를 많이 보다보니 데이터를 생각보다 많이 먹어서 좀 쪼들리더군요.

마지막으로 준비하는데 또 한가지 어려웠던 점은… 2년전의 여행과 다르게 이번에는 저어어 남쪽 작은 섬으로 가는 관계로 2주치 입을 옷을 캐리어에 준비해가야하는데 무려 여름-가을-겨울 옷까지 전부 넣어야 한다는 것이 참 골때렸습니다. ㅋㅋㅋ 오키나와는 당시 기온이 25-26도, 도쿄는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13-17도 (하필 여행가기 직전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온이 팍 떨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홋카이도는 이미 눈이 오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0도-5도를 간당간당하는 수준으로… ★☆단기간 3계절 체험 여행★☆ 이 됐습니다.

여행 기간을 생각하면 큰 캐리어를 가져가는 것이 당연할법 하지만, 또 많이 돌아다니는데 크고 무거운 캐리어가 항상 있으면 굉장히 귀찮을것같기도 하고 해서 출발 전날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평소 갖고다니던 일반 작은 크기 (기내반입 되는)에 옷을 낑겨넣어서 갖고갔는데, 덕분에 14일 내내 가방이 초고밀도 최대압축 상태로 끌려다녔다는 사연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길고 긴 준비 과정을 거쳐… 출국 당일이 되고, 본격적으로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