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 Tokyo] #2 – 이번 여행때 먹은 것들

2016/09/01 22:29

작년 11월 여행때 썼던 글같은 느낌으로. 이젠 누굴 위해서 존댓말을 쓰는지도 잊어버린 시점에서 이례적으로 아주 오랜만에 평어체로 작성한 글이었는데 뭔가 느낌이 괜찮았어서 이번에도 적어보기로 한다

마루고(丸五)

8/25(목) 저녁. 아키하바라
작성시점 타베로그 평점 ★3.97 [링크]

예전에 오사카에서 먹었던 느낌의 고급 돈카츠가 땡겨서 이번 여행에도 한 끼는 평점이 높은 돈카츠집을 찾아서 넣기로 해서 찾아보다가 때마침 의외로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바로 아키바 한복판에 상당히 점수가 높은 식당을 찾아서 가보게 되었다.

대기가 많을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한 30분정도 대기한듯.

흔한 돈카츠집처럼 히레와 로스 등등의 메뉴가 있었는데 히레/로스 메뉴중에선 가장 고급이었던 특로스/특히레를 시켰다. 450엔을 내면 밥과 미소시루와 절임 반찬이 나온다. 밥은 리필 가능.

특히레카츠 (2100엔). 고기가 굉장히 두툼하고 큼지막한데… 히레카츠 특성상 그런것도 있지만 정말 고기가 입에 들어가는 순간 그냥 녹아 없어진다. 정말 부드럽다

이쪽은 특로스카츠(1850엔). 사실 친구랑 두 메뉴를 시켜서 나눠먹기로 한지라 절반씩 접시에 옮겨담아서 맛보았다.

로스는 정말… 부드러운 고기와 사이사이에 낀 지방이 예술이었다. 녹아 없어지는건 마찬가지지만 이쪽이 역시 좀 더 씹는 맛이 있다. 튀김은 두껍고 바삭한 식감을 살린다기보다는 긴자 렌가테이의 돈카츠 느낌으로 얇지만 매우 부드러운 느낌의 튀김옷이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맛있었다.

다 먹고 나니 배를 가득 채우는 포만감. 더 먹고 싶어도 배가 불러서 못 먹는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키무카츠같이 특이한 방식(25겹 밀푀유 카츠)의 돈카츠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스타일로 범위를 제한할때, 살면서 먹어본 돈카츠중 가장 맛있는 돈카츠에 속하지 않을까 감히 서열을 매겨본다.

가만 생각해보다 깨달은 재미있는 사실은, 실제로 이제까지 가본 모든 식당을 통틀어서 타베로그 평점이 가장 높았다는 점 (3.97). 탑500위 랭킹에도 든다. 4점에 근접한 식당 치고는 정신나간 가격대인 것도 아니고, 위치도 아키하바라라서 접근하기 좋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doya (エドヤ)

8/26(금), 점심. 아자부쥬반
작성시점 타베로그 평점 ★3.53 [링크]

2015년 11월에 처음 방문했던 식당이다. 극상의 오무라이스가 인상적으로 남았기 때문에 이번엔 같이 간 친구를 먹여주려고 데리고 갔다.

지난번에는 영업시간을 제대로 안 보고 너무 늦게 갔다가 오래 기다리고 아슬아슬하게 들어가서 좀 급하게 먹었는데, 이번엔 일찌감치 나가서 오픈 시간인 11:30에 거의 근접해서 도착했다. 덕분인지 대기 없이 바로 들어가서 앉을 수 있었다.

처음 갔을땐 그냥 1인1시으로 오무라이스와 햄버그만 시켜 먹었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2인조 여성 손님이 튀김까지 곁들여 먹는걸 보고 뭔가 부러웠던걸 기억해 모듬 튀김 세트를 추가로 시켰다

오무라이스는 두말 할것 없이 최고의 퀄리티. 오무라이스는 여기저기서 많이 먹어봤지만, 여기만큼 환상적으로 반숙 계란 오믈렛을 잘 만들어 올리는 곳을 본적이 없다. 케찹소스로 볶아진 밥 위에 계란 위에 데미글라스 소스. 그야말로 정석의 조합이지만 동시에 최고의 조합이다.

친구는 한입 먹어보더니 역시 감탄을 금치 못하고…

햄버그도 반씩 나눠먹었는데 역시 엄청나게 부드럽지만 쉽게 문드러지지는 않게 고기의 느낌이 살아있는 것이 좋았다.

튀김은 크림 고로케와 생선튀김, 새우튀김의 조합인데 적절한 사이드 디쉬였다. 크림 고로케가 역시 인상적이었던듯.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30여분정도가 걸렸는데 음식을 먹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4분(…) 말도 안 하고 정신없이 먹다보니 거의 흡입 수준으로 해버렸는데 튀김까지 같이 먹으니 두명이 먹고 배가 딱 부를 정도로 양이 맞았다.

사실 여긴 오무라이스 이외에도 메뉴가 많이 있는 양식점인데, 오무라이스나 햄버그가 워낙 평판이 좋아서 이것으로 제일 유명한듯 하다. 다만 오무라이스는 토,일,휴일의 저녁에는 주문 불가하다고 하는 듯 하니 주의.

다음에 또 갈 기회가 된다면 다른 메뉴도 꼭 시켜먹어보고 싶다.

스시노미도리(寿司の美登利)

8/26(금) 저녁, 우메가오카 스시노미도리 총본점 시부야점 (梅丘寿司の美登利総本店 渋谷店)
작성시점 타베로그 평점 ★3.56

그 유명한 스시노미도리다. 너무 유명해서 기본 1-2시간 대기는 예상해야한다고 하는데… 불금이라는게 일본에도 해당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금요일 저녁이었어서 두 말 할 것 없이 사람이 많았다. 사실 굳이 이렇게까지 기다려서 먹어야할까 싶기도 해서 그냥 이번 여행땐 스시 안 먹어도 상관 없다고 하기도 했지만, 다른 식당은 거의 내 취향 따라 리드 했지만 스시는 친구가 먹고싶었던 거라 대기를 감안하기로 결정.

사실 친구가 먼저 와서 대기를 걸어놨었는데, 신기한건 여긴 전자식 대기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저 입구의 좌측에 있는 화면을 터치해 대기표를 뽑으면 번호가 적힌 대기표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그냥 흔한 번호표와 다를게 없지만, 중요한 점은 저게 EPARK라는 시스템을 사용하는지라 인터넷으로 대기 현황을 싱크해서, 스마트폰 등으로 실시간 대기번호를 체크할수가 있다. 출력되는 대기표에 QR코드가 있는데 이걸 스캔하면 코드가 담긴 미리 작성된 내용으로 이메일 전송 화면이 뜨고, 이걸 그대로 전송하면 ‘호출 등록 완료’라는 메일이 온다. 호출될 차례가 오면 메일을 보내 알려준다는 것 같은데… 이게 하나 전에 미리 알려주는건지 우리 차례때 바로 알려주는건지 알 길이 없으니 조금 불안.

다행히도, 호출 등록 완료 메일의 아래에 (아마도 선택적인) EPARK 회원가입을 할수있는 링크가 있는데 이걸 타고 들어가서 적당히 회원가입을 하면, 웹사이트 상에서 호출 등록을 해둔 식당의 대기현황을 실시간으로 볼수가 있다!!

이걸 유용하게 이용해서 한시간동안 마냥 식당 앞에서 기다린 것이 아니라 근처의 게임센터에 가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적당히 숫자가 줄어들었을 때에 돌아와서 유유히 입장할 수가 있었다. 확인차 메일을 열어보니 실제로 호출 메일이 오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호출된 즉시 발송되는거라, 미리 근처에 가있지 않으면 뒷사람이 먼저 들어가서 더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발생할수 있으니 틈틈이 웹사이트에서 대기를 확인하고 들어가는 것이 현명하겠다. (규정상으로는 호출 후 30분간 나타나지 않으면 리스트에서 제외된다고 하는데 솔직히 사람이 저렇게나 많이 몰려있는데 그렇게까지 오래 기다려줄것같지도 않고)

아무튼 그렇게 해서 그리 들어가기 힘들다던 식당에 들어왔다. 사람은 가득차있고 종업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바 석이 있긴 하지만 여긴 회전초밥집이 아니다. 전부 메뉴를 보고 주문해야하만 한다. 그런데 단품 메뉴도 있긴 해서 사실 회전초밥집 가서도 레일에 도는 메뉴를 보고서는 신선도를 위해 점원에게 직접 주문해 만들어달라고 하는 것을 선호하는것을 생각하면 크게 차이는 없을 듯. 메뉴를 천천히 보고, 이후에 후회 없을 정도로 적절하게 주문을 하기로 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 모듬 세트인 800엔짜리 메뉴를 일단 인당 하나씩 시키고, 나눠먹는 메뉴로 2800엔짜리 극상 참치 세트를 시켰다.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출처를 알수 없는 ‘스시집을 가면 항상 계란을 먼저 먹어보라, 계란을 보면 그 집의 레벨을 알수 있다’…뭐시기 였는지 하는 말을 쓸데없이 잘 기억한 덕분에 스시집을 가면 계란말이는 이래저래 항상 먹게 되는것 같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닌것 같은게, 계란이 여기도 꽤나 훌륭했다. 연어도 맛있고 다 괜찮았다. 여기까지 하면 1인 800엔짜리 세트메뉴라면 가격적으로나 퀄리티적으로나 양으로나 꽤 훌륭한 평일 점심/저녁 한끼메뉴가 될것같다는 생각이.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평소에 가볍게 들락거리기엔 무리가 있을것같긴 하지만…

하지만 진짜는 극상 참치 세트였다.

사실 고오오급 참치를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두고 1인세트를 다 먹고난 후에야 젓가락을 댔는데 이미 너무 배불러서 좀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참치는… 아주 좋았다

가운데 있던 네기토로 마키도 훌륭했고. 참치는 진리이다

사실 정말 맛있고 맛있었다 이외에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식사였다. 오래 기다려야한다는게 유일한 단점일 듯한? 이번 식사가 사실 이번 여행에서 단일 식사로는 가장 고가의 식사긴 했다만 좀 양을 많이 시킨것이기도 했고, 좀 고급 회전초밥 집에 가면 인당 3만원꼴은 나오는것을 생각하면, 이정도 퀄리티에 이정도 가격/양이면 오히려 꽤 가성비가 좋은 편에 속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아 그래 맞다. 미소시루가 진짜 정말 맛있었다. 무료로 제공되는데 첫 1회는 참치(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연어였던가..?)가 들어있어서 국물이 진짜 끝내주게 맛있다. 리필이 되긴 한데 2회부터는 건더기는 들어있지 않다.

이키나잇쇼(粋な一生)

8/28(일) 점심, 아키하바라
작성시점 타베로그 평점 ★3.61 [링크]

라멘을 한번 먹기는 해야하는데 어디서 먹지 하다가, 아키바 메인 거리에서는 조금 걸어야하지만 그래도 다소 높은 점수의 집이 있길래 찾아가보기로 했다. 때마침 땡기던 시오/쇼유를 주력으로 하는 곳이다.

방문했던 시간대가 오후 3시로 점심시간치고는 좀 늦은 시간이었던지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대기 없이 들어가 먹을 수 있었다. 주문은 입구에서 자판기로 셀프계산하고 점원에게 식권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식당 바깥 입구 앞이나 자판기 옆에 사진이 첨부된 메뉴판이 있어서 천천히 보고 생각할 수 있다. 계절 한정 메뉴같은것도 꽤 하는 모양인데 일단 처음 왔으니 주력인 메뉴를 먹기로 했다.

시오라멘에 아지타마고와 노리 추가.

깔끔하고 짭짤한 시오 국물이 맛있었다. 면은 잘 익혀진 정도로 적당한 두께에 쫄깃한 느낌이라 씹는 맛이 있고, 반숙란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로 딱 좋게 훌륭하게 잘 되어져있다. 밥이 기본으로 딸려나오는데 마지막에 국물과 같이 먹으면 맛있다. 다만 이게 점심이라서 같이 나온건지 원래 딸려나오는건진 잘 모르겠다…

이건 친구가 시킨 쇼유라멘에 아지타마고 추가. 국물을 한숟갈 먹어봤는데 이쪽도 꽤 맛있었다.

주말 점심 한정(내 기억이 맞다면)으로 주문할수 있는 교자. 평균적으로 괜찮은 맛이었다.

라멘집이야 아키바 주변엔 가까운데도 많지만 돈코츠가 제일 흔하고 시오를 하는덴 찾기 어려운지라… 점수도 꽤 높은 편이고 약 8-10분? 도보 거리라 찾아올만 한 것 같다.


 

이외에도 고고카레, 스키야 (첫방문), 로얄호스트 등을 갔지만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없고 (물론 맛있었지만) 특히 이렇다할 평은 없으니 생략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