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돌아보며

2022/01/17 11:30
해당 글은 2022년에 게시되었지만, 작성을 시작한 시점이 2021년 12월이므로 해당 시점의 시제로 적혀있습니다. ‘올해’는 2021년을 뜻합니다.

2021년.

2020년의 회고록을 다시 읽어보니 여느때보다 많은 생각을 안고 시작했던 한 해였던것 같다. “아무리 못해도 작년보다는 좋겠거니” 희망을 안고 시작했던 한 해였을 터인데, 올 한해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막상 떠올리려 해보면 별 일 없이 지나가버린 한 해 같으면서도… 기억을 되살려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회사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를 다닌지 어느새 6년이 지나 7년차에 접어들게 된 해였다. 회사 자체도 작년을 기준으로 창립 10주년을 넘어서기도 했고, 회사의 성장 단계에 있어 무언가 ‘the next big step’ 같은 것이 슬슬 올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던 해였다. 그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실 이미 온걸까? 아직 오지 않은 걸까?

3월경 사무실을 이사하게 되었다. 2016년부터 3년간 WeWork 강남역점에 입주해 있다가 2019년에 FastFive 삼성4호점으로 이사, 그리고 올해 무려 4년만에 다시 공유오피스가 아닌 단독 사무실로 오게 되었다. 계약 만료, 가격인상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해 내려진 결정이었겠지만 코로나의 영향도 분명 있었으리라. 재택근무가 기본이 된지 1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실제 사무실에 출근하는 인원이 줄었다보니 물리적인 공간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주 목표였던것 같긴 하다..? 사실 아직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가장 크리티컬한 이유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분만 아신다 공간규모도 줄어들었고 건물도 매우 노후되어 환경적으로는 발전했다기보다는 후퇴한 느낌.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지만 위치가 다시 강남역이 되었다. 9호선으로 출퇴근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신논현에서 강남까지 걸어오거나 버스를 갈아타야만 하게 된 것 때문에 출퇴근이 다소 귀찮아졌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사무실로 출근하는 빈도가 약간 줄어든것 같기도 하다. (이래봬도 코로나가 닥친 이후에도 다른 일부 직원들에 비해 나는 사무실에 그래도 꽤 자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종 출근하는 편에 속했다)

확실히 사기가 예전같지 못한 것 같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걸까? 물론 코로나 시대에 회사 팀의 사기가 전보다 더 올라간 사례가 얼마나 있겠냐마는… 일은 일대로 여전히 하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동료들을 직접 옆에 두고 일하지 못하게 된 만큼, 원래라면 오고갔어야할 대화가 오가지 않고, 공유될 뻔했던 아이디어가 공유되지 않고, 사적인 교류도 줄어들었다. 일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어떤 어려움과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는지 들을 기회 자체가 없어졌다. 회사는 공적인 목적을 위해 모인 집단인건 알지만, 결국 키보드의 끝에는 사람이 있는 것인데 사람다운 교류 없이 일만 남긴 팀이 정말 더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성과를 가져다주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회사는 애초부터 출퇴근이 자유로운 회사였다. 원격근무제도도 일찌감치부터 도입하고 있었고,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줌 화상회의도 적극적으로 쓰고 있어서, 집이나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은 날일때면 미리 팀원들에게 알리기만 하면 (+꼭 사무실에 나와야만하는 크리티컬한 사항이 없었다면) 자유롭게 리모트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는 당연히 전사 리모트체제로 기본값이 바뀌었다. 코로나 1년차때는 하반기즈음에 정상화가 되면 다시 다들 사무실로 출근하는 일상이 돌아오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국내 확진자수가 계속 업다운을 반복하면서 잠시 전망이 밝아보였던 때에는 점차 사무실에 얼굴 비추는 횟수를 늘려달라는 아주 소프트한 푸시도 있었지만 결국 다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면서 아마 지금 상황대로 간다면 전 직원이 다시 자발적으로 사무실에 나올 날을 보긴 매우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사태가 매우 심각했던 초기를 제외하고는, 딱히 말 안해도 사무실을 나오고 싶은 사람들은 이미 종종 나오고 있었다. 나같은 경우도 오히려 집에서 일하는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공간&시간적으로 워크/라이프의 경계가 불분명하기도 하고 집중이 잘 안될때에도 있어서 사무실에 한주에 1-2번꼴로 종종 나갔다. 다만 항시 리모트를 한번 해보니까 집이 편해서 and/or 안전을 위해 and/or 내가 꼴보기싫어서 딱히 사무실에 가야만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집에 눌러앉아버리신 분들은… 영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사무실에서 가장 조우하기 힘든 희귀직원> 의문의 리더보드의 기록을 매일 경신해가고 계시다. 😂

업무적으로는 올해도 나는 여전히 내가 해야할 일을 묵묵히 했다. 새로운 기능개발도 있었고, 유지보수도 있었고. 그렇지만 올해 한 일중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라면 역시 회사 웹사이트를 새로 만든 프로젝트였다.

shakr.com (2021년 12월 기준)

스크롤기반의 애니메이션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해 처음으로 만들어본 웹페이지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직접 보자) 언제나 애플이 만드는것같은 높은 퀄리티와 인터랙션으로 가득한 랜딩페이지를 만들어보고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드디어 뭔가 비슷한걸 해보게 되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후기는 언젠가 좀 더 디테일하게 적어보고싶긴 하지만 여기선 간단하게만 짚고 넘어가기로.


여행/휴가

코로나 때문에 해외를 더 이상 나가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따금씩 일상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쉼의 시간은 가지고 싶었고, 그래서 당일치기로 근교 여행을 다녀오거나, 서울 또는 다른 국내 지방 도시의 호텔 등지에서 짤막한 휴가를 보낼 기회들이 있었다.

정동진해변
포포인츠 명동
…에서 내다본 남산타워 전경
동해바다서 보는 해돋이 (르네블루 고성)

올해 유일하게 제대로 된 여행이라 부를수 있었던 한주간의 부산여행은 회사동료이자 친구와 함께 갔는데, 친구가 가지고있던 멤버십이나 할인수단을 너그럽게 활용해줘서 덕분에 좋은 호텔들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다. 부산여행 이외에 서울에서 종종 갔던 호캉스/워케이션도 이 친구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는데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얏트 부산
…에서 내려다본 밤의 광안대교
그랜드 조선 부산

좋은 곳에 가서 쉬고 맛있는걸 먹고 좋은걸 누리고 할때마다 그냥 그 순간을 만끽하는것도 좋기야 하지만… 역시나 언제나 드는 생각은 이 좋은 것을 정말 언젠가 평생을 함께하게될 소중한 사람과 함께 누릴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것이다. 나 혼자만 좋으라고 (물론 친구가 함께 하긴 했었지만…) 숙박이든 음식이든 너무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이 여전히 100% 마음이 편하지는 못하더라. 일년에 한두번쯤 이렇게 쉬는데 지출하는게 솔직히 지금의 수입 수준에서 그리 못 할 짓은 분명 아니긴 할텐데… 어릴때 자라온 가정환경이나 몸에 배어온 부모님의 경제관념이 영향이었을까, 아직까지도 뭔가 매번 이런 류의 1회성 지출에 있어서는 스스로를 납득시킬만한 합리적인 껀덕지(최근에 있었던 어떤 일이라든가 내가 해낸 것에 대한 보상이라든지)를 생각해내지 않으면 마음 한켠에 내가 지금 굉장한 사치를 부리고 있는것만같은 죄책감에 시달릴 때가 여전히 있다.

그래도… 이렇게 잠시 일상을 벗어나 쉬고 놀고 온 것들이 올해를 돌아볼때 그나마 기억에 남는 몇 추억거리로 남았으니. 이마저도 없었더라면 정말 별 것 없이 지나버린 해가 되어버렸을지 모르겠다 😌


취미활동

코로나 이후 이런저런 환경 변화나 심경의 변화로 취미활동에 대한 열정이 확실히 예전만큼은 못하다. 한동안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것도 있고… 그 영향으로 관심이 식어버린건지, 아니면 애초에 관심이 식어버려서 잘 손이 안 가게된 건지 뭐가 먼저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탈덕을 했냐면 그건 또 아니다. 농담삼아서 한번 덕후는 영원한 덕후다라는 말도 있다지만, 진지 한숟갈 잡수고 생각해보면 정말로 진심으로 좋아해왔던 것이라면 어떻게 한 순간에 그리 쉽게 버릴수 있겠느냐는 말도 되겠다.

아무튼 ‘오타쿠’인 나의 일면을 지금 돌아본다면… 예전만큼 겉으로 드러내놓고 다니는 편은 아니게 된 것 같다. (그래봤자 예전에도 뭐 일코용 티셔츠를 입는다든가 키체인을 가방에 달고 다닌다는가 폰 배경화면이라든가 이런 정도가 한계긴 했다) 이젠 겉으로만 보면 그냥 아무와도 달라보일것 없이 (아마도) 평범한 사람이다. 내 방은… 아직도 장식장에 마지막 얼마 남지 않은 피규어들이 몇 있고 처분하기 곤란한 CD 컬렉션이 책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지만… 물건이 줄면 줄었지 지난 2년간 뭔가 새로운 굿즈를 산 적은 없는 것 같다. 언젠가 마음을 더 크게 먹고 물건들을 다 치우게될 때가 올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남은 것들은 가능하다면 추억으로나마 남기고싶은 최후의 생존품들이라고나 할까. 그런 아련한 추억템의 느낌으로 킵해두고 있다.

예전처럼 일본을 못가니까 이벤터 덕질을 못하고, 그러니까 성우 팬질을 안하게 되고, 굿즈도 안사게되고, 트위터에서 최신정보 따라잡는것도 손을 놓아버리고, 애니도 예전만큼 신작 최속으로 찾아보고 하지 않게 되고, 최애에 대한 애정마저 식어버리니 그림도 그릴 이유가 없어져버렸는데 이건 예전에 투덜거렸던 적이 있듯이(비공개글) 다른 요인도 분명 있는데 아무튼 여러가지 요인의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결국 무기한 잠수 폐업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그래도 일하면서 통근하면서 음악은 여전히 애니송을 많이 듣는다. 덕이고 아니고 내 음악취향은 이미 이쪽 영향을 배제할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DJ데뷔(?)

2021.11.13 GenBar 1st

취미활동중 올해 무언가 새롭게 도전했던 거라고 하면… 뭐 엄밀히 따지면 DJ를 시작한건 올해가 아니었지만, 실제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음악을 틀어볼 기회가 생겼었다. 아니쿠라1アニクラ, 애니송 위주로 트는 DJ 파티를 지칭하는 “애니송 클럽”의 준말 바닥에서는 꽤 유명하신(?) 모 분이 “GenBar2現場=이벤트현장이라는 의미의 일본어 단어 ‘겐바’를 영어로 써 Bar로 만든 말장난이다“라는 라운지 컨셉의 새로운 행사 기획을 하셨는데, 감사하게도 DJ로 서보지않겠냐는 제안을 해주셔서 서게 되었다. 아니쿠라는 현장 분위기상 보통 빠르고 신나는 곡들만 트는 경우가 많다보니 느린 템포나 잔잔한 곡은 애초에 틀기 어려웠는데 이번엔 이벤트 컨셉 자체를 느긋하게 즐길수있는 형태로 기획했다보니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느릿느릿한 명곡들을 많이 틀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에 또 틀수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DJ 또한 처음엔 그냥 취미삼아 시작한 정도인데, 이쪽분야에서 제대로 활동하려면 또 당연히 연습도 많이 하고 여타 행사에 나가서 얼굴도 더 많이 비추고 해야 인맥도 쌓고 하는데 그럴 수준의 헌신을 들이고있지 않다보니 내가 항상 그랬듯이 또 어중간하게 가다 소멸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부터 온다.

뭐든지 잘 해야겠다는 고민보다 그냥 생각없이 즐길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게 나는 너무 어렵다.

커스텀 키보드 입문

올해 블로그에 올렸던 몇 안되는 (또 장문의 글이 되어버린) 포스팅중 하나였던 것이 커스텀 키보드 입문기. 이것도 나름 아주 오랜만의 새로운 취미라면 취미일 것.

조립한 키보드는 여전히 잘 쓰고 있다. 소리는 여전히 또각또각 좋지만 장시간 사용해보니 확실히 키압이 높은게 오래 타이핑은 못하겠더라. 질리면 조만간 다른 스위치를 시도해볼지도 모르겠다.

한때 엄청 몰두해서 맨날 틈만나면 각종 키보드 정보 찾아보고 유튜브 피드도 키보드 영상으로 가득차고 했었는데, 좀 시간이 지나고 지금와서 보니 어느새 살짝 관심이 식어있다. 공구 예약주문해놓은 제품들이 몇 개 있긴 한데 반년이고 1년이고 언제 올지 모르는 녀석들이라 배송이 올때 즈음하면 다시 관심이 갈런지 어떨지 모르겠다. 원래 느긋하게 롱텀으로 즐겨야하는 취미라는 말도 있듯이…


게임

올해 게임을 많이 했냐하면… 아닌것 같긴 한데 뭔가 최근 몇년새에 비해서는 그래도 집에 앉아서 뭘 하긴 한거같다.

ウマ娘

올해 초에 드디어 몇년간 발매가 미루어져왔던 일본 모바일 게임 ‘ウマ娘(우마무스메)’가 드디어 런칭을 했다. 모바일 (가챠)게임은 아주 옛날에 했다가 접고, 리듬게임이기때문에 했던 뱅드림을 제외하고는 거의 수 년만이다. 홍보차 미디어믹스로 기획된(분명 그랬을터인데 먼저 나와버린)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봤기도 하고, 캐릭터들이 매력적이기도 해서 큰 생각 안하고 가볍게 시작해봤는데, 여름에 잠시 흥미를 잃어서 접었다가는 요즘엔 어차피 짜투리 시간에 다른거 할게 없기도 하고 종종 하고 있다.

게임 자체는 정말 이게 AAA급 오타쿠 모바게구나 싶을정도로 3D모델링이나 그래픽이 수려하다. 가로로 눕히지 않고 세로로 진행할수 있는 게임이란것도 한 몫하는것같다. 일상속에서 다른 앱 보다가 빠르게 전환할수 있기도 하고. 게임 진행 자체는 처음 시작한 후 한 3-4달정도까지는 육성 쌓아올리면서 성장시키는 거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후로는 역시 반복적인 루틴이 되어버리는 감이 있어서 중장기적으로는 어떤가 싶다. 일찌감치 카카오게임즈에서 한국판 퍼블리싱을 한다는 뉴스가 뜨기도 했고 그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접속이 막혀있는데, 매번 게임을 키기전에 VPN을 켜야만 하는게 귀찮다.

테트리스(Tetr.io)

나는 원래 테트리스를 엄청 못했다. 테트리스 그거 나온지 몇십년도 더 된 게임이고 누구나 할줄 아는건데 어떻게 못할수가 있냐 그냥 하면 되는거 아니냐 하지만… 나는 진짜 못했다. 친구들이랑 어쩌다 같이 할 기회가 되면 정말 너무 못해서 수준이 안 맞을 정도였다. 왜냐하면 어릴때 테트리스를 안했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감이라는거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체념하고 그런가보다 해왔었는데…

스샷찍으려고 거의 1달만에 랭겜을 들어갔는데 그간 공부했던 빌드 다까먹고 DT밖에 기억이 안난다. 이 게임은 1:5로 완패했다

어쩌다가 지인 소개로 Tetr.io라는 웹버전 테트리스 대전게임 (테트리스 컴퍼니로부터 라이센스받지 않은 비공식 카피게임이기 때문에 저작권 클래시를 피하기 위해 철저하게 ‘스태킹’장르 게임이라고 소개한다)을 알게 되었다. 여름 즈음이었는데 당시 어차피 퇴근하고 와서 할거 없기도 했고, 한 몇달간 빠져서 열심히 했다. 공략도 보면서 오프너도 배우고, 그렇게 신기해하던 티스핀도 배우고, LJSZ스핀도 배우고.

대전게임이라서 1:1대전으로 붙어서 랭킹을 올리는 리그가 있다. 처음에 시작할땐 뭣도모르고 그냥 시작했더니 배치가 D+랭크가 떴는데 의지와 노력으로만 기어코 S까지 기어올라왔다. (중간에 심지어 현타가 와서 계정을 한차례 삭제한 적도 있었다)

여기까지 오니까 이제 그냥 짱쎈 오프너 빌드(특정 쌓는 순서로 특정 모양을 만들면 초반에 상대에게 더 많은 공격을 보내 유리한 전략) 공부를 열심히 하는것만으로 유지할수도 없게 되고, 피지컬이 딸리다보니 한계에 도달하게 됐다. 피지컬이나 블럭쌓기 속도 자체도 예전에 비해 일취월장하긴 했는데, 어느 순간 이후로 벽을 느끼고 나니 이 또한 더 찔끔 올라가려면 연습시간을 2,3배로 늘려야하는데 그래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접었다. 지금은 그저 다른 천상계 고수들 플레이영상이나 종종 유튜브로 보는 재미가 들려서 남 하는거 구경만 하고 실제로 플레이한진 오래됐다.

Xbox Series X

Xbox 360때부터 줄곧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을 이용해왔던 계보를 이어, 2020년 겨울에 Xbox Series X 예구에 일단 탑승, 성공하여 콘솔을 무사하게 확보했다. 정말 의문을 제기할 필요조차 없는 최고의 성능. 정숙한 구동. 하지만 정작 플레이할 게임이 없었다.

Ori 등 기존 게임을 더 높은 사양으로 잘 돌릴수 있게 되었다 해서 몇번 구동해본건 있어도 정말 차세대용으로 나온 신작 게임을 하면서 콘솔이 돈 값 할수 있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의 한 반년쯤은 정말 먼지만 쌓인것 같다.

게임패스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면서 게임을 사서 하는 일도 급격히 줄었다. 애초부터 엑박 진영에서는 예전만큼 관심가는 게임이 없기도 했고. (일본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플스를 사는게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용과 같이 7

다만 올해에 그래도 할 이야기가 있는건 아주 오랜만에 진짜 100%를 달성한 싱글플레이어 게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용과 같이 7>.

메시지에 나오듯이, 게임상 엔딩 클리어 후에 출현하는 최고로 짱쎈 마지막 보스를 깼다는 소리. Xbox 도전과제의 1000/1000점을 달성했고 플스 진영이었으면 ‘플래티넘’이라 부르는 그것.

용과 같이 시리즈 자체가 유명하단건 알고 있었지만 워낙 넘버링 작도 많다보니 (7까지 올라왔다는거부터가…) 입문할 엄두가 안 났는데, 그래도 최신 엑박을 뭔가 써먹어보긴 싶은데 마침 게임패스에 최신작이 차세대용 Series S|X에 최적화되어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돌입했다가…. 이 꼴이 났다.

게임패스에서 관심가는 게임을 찍먹해본건 이외에도 몇 있지만, 결국 게임을 계속 진행했던건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뜻이다. 스토리가 진짜 이게뭐라고…. 재밌다. 드라마적인 클리셰와 일본의 어두운 면을 비추는 야시꾸리한 요소로 가득하지만 중년 아저씨들의 처절한 인생극을 보고있자니 참 이게 뭐라고 감정 이입이 되냐.

헤일로 인피니트

이외에도, 2021년 연말의 최고 기대작이던 <헤일로 인피티트>가 드디어 12월에 발매되어 천천히 시간날때마다 싱글플레이어를 진행중이다. 헤일로 멀티플레이어는 한때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내 주력 멀티게임이기도 했지만… (헤일로3,ODST,리치 시절) 워낙 오래 안하기도 했고 이제는 플레이어수가 줄어서(또는 분산되어서) 그런지 PC판과 콘솔판을 크로스플레이로 같이 합쳐 매칭하다보니 아무래도 키보드/마우스 쓰는 사람들에 실력이 너무 차이가 크게 밀려서 각잡고 할 것은 못 되어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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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연애

대학교 새내기 시절, 연애가 꼭 결혼까지 내다보고 해야만 하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20대 초, 아직 시간은 많은데. 그냥 좋으면 연애할수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머리 한켠에서 조아려오는 모든 이성적인 생각을 배제한 채 감정만에 이끌려 누군가와 사귀게 되었다. 짧디 짧은 기간 내에 내 생각도 너무 짧았음을 깊이 통감하고 결국 상처만 안겨준채 관계가 마무리되었다.

“결국 결혼으로 골인하지 못하는 이성관계는 실패한 관계다. 상처와 아픔으로 끝날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결혼은 반드시 신앙이 맞는 사람과 해야한다”라는 바꿀 수 없는 신념이 있었고 (부모님의 가르침의 영향이 크다) 지금도 그러하다. 나는 내 신앙을 버리지 않는 한, 신앙이 없는 사람과는 만날 수 없겠다는 사실에 결국 굴복했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쳐오면서, 과연 신앙이 맞으면서, 인간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내가 호감이 가는, 관계로 진전할만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을 추구했기 때문에 인위적인 수단은 별로 고려하지 않았었다. 무언가 운명적인 만남을 믿고 기다렸던것 같기도 하다. 내가 그저 연애하고싶은 내 인간적인 욕심에서 사람을 찾아 만나는것보다, 신앙적으로 칭찬받을만한 가족을 세우기위한 의미있는 결혼을 꿈꾸기로 결정했으니 하나님이 알아서 해주시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나는 30대가 되었다.

20대의 나는, 아무리 그래도 30대쯤 되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모든 것에 때가 있듯이, 연애와 결혼은 20-30대 안에 해내지 않으면 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을 주변의 선례로부터 이미 많이 봐왔다. 심지어 요즘은 자발적으로나 마음먹든 비자발적으로 포기하든지 비혼주의인 추세가 만연하다보니 (특히나 내 직종과 주변 환경으로는) 주변 분위기만 따라 그냥 이대로 술렁술렁 가다보면 골든 아워를 놓칠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안된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것은 아닐까? 그래도 상대적으로, 겉으로는 비호감이될만한 요소는 없도록 신경써왔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것, 잘 하는것에 몰두해 있고 나 자신인 그대로 최선을 다해 살면 언젠가 내 진가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나타나리라 믿었다. 뭐… 운 좋은 누군가는 정말 그렇게 누군가를 만났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만남은 지난 10년간 없었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내가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다른 것들에 너무 몰두해 있는 모습 때문이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내게 “이성에 별로 관심 없는줄 알았다”라는 이미지가 씌워져있었다. 걷으려 노력했다. 내 고집과 개성(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내려놓고 내가 그렇게도 하기 싫어했던 주변의 “평균적인 기준”에 목소리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결국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했다) 좋은 사람을 찾고싶으니까 소개 좀 해달라는 힌트도 (내 기준에서) 다소 노골적으로 어필했다. (솔직히 너무 자존심 상하고 싫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감사하게도 올해는 주변 사람들의 소개로 여느때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봤던것 같다. 놀랍게도 10년만에 처음으로 교제도 해봤다. 진심으로 올해 가장 행복했던 시간중 하나였다. 연애의 즐거움을 아주 살짝 맛보았다. 이거라면 다른 내가 이제까지 아껴왔던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지난 10년간 쌓아온 나라는 존재가 단숨에 바뀔 수는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현재 여전히 싱글이다. 많은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 것 같기도 하다.

잠시동안의 연애 관계에 있으면서도, 헤어진 이후에도 이전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난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랑한다”는 감정이 뭘까. 무슨 내가 로보트도 아니고 이런 질문을 하는게 스스로도 웃기지만, 진짜 모르겠더라. 어릴때 누구를 짝사랑해본 적은 물론 있지만 그때의 그 복받쳐오르는 감정만을 사랑으로 정의한다면 앞으로 평생 그런 사람을 다시 만나보긴 힘들것 같았다. 순수하게 감정만으로 이끌리기엔 너무 어른이 되어버린걸까. 그런게 아직도 유효할까? 그렇다면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건지 어떻게 알지? 호감 비호감 구분정도는 할수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호감이면 관계를 시작해볼수 있는걸까. 사랑한다는 감정. “사랑해”라는 말이 남발되는 요즘 시대에 나는 여전히 “사랑”이라는 말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싶지 않았다.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데 겉치레로 사랑한다고 할 수 없었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사랑 이전에 와야하는 단계라는 건 알겠는데 나의 특정 이성에 대한 호감 자체를 판단하는 단계부터가 난관이다.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실은 충분치 않았던 것이다. 좋아하지 않고서 누군가와 사귀는건 있을수 없는 일이다. 결국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한다는건 내 생각에는 상대를 아직 잘 몰라도, 지금까지 아는 선에서 충분히 호감을 느끼기 때문에 시작할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었을수도 있다. 상대 입장에서는 사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나를 좋아했던게 아닌데도 관계를 시작하기로 했을 수도 있다.

나는 대체로 모든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는 편이다. 극도로 내향적인 성격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성격검사도 전부 외형적으로 나오고, 최근 느끼기로는 낯도 별로 안 가리는것 같다 (실제로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런거 같다는 소리도 들었다). 새로 만난 사람과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한다. 오히려 내 말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이성이어도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거같다. 물론 처음만나는 이성을 앞에 두고 단둘이 이야기해야하면 당연히 긴장은 한다. 상대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기 원하고, 상대도 좋은 사람이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다 그저 ‘좋은 사람들’인 것이다. 나도 그저 ‘좋은 사람’인 것이다. 이게 문제인거 같다.

일적으로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로, 온라인상의 페르소나로만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라 1:1 이성과의 관계에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다. 이 생각을 계속 안고 아직도 씨름중이다. 그러면서 또… 내가 이제까지 안고왔던 나의 것들을 완전히 다 버리고싶지는 않다. 두 일면이 공존할수 없는걸까? 뭔가 그래도 될것 같이 자신감이 생겼다가도 바닥을 친다. 그동안 마주하기 싫어서 피하고, 다른 재밌는 것들로 덮어두었던 것을 끄집어내서 마주하려니 고통스럽다.

2022년에도 이 싸움은 이어질 듯 하다. 과연 의미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는 걸까.


아무튼 그렇게, 2022년이 왔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건 2021년 12월 말 즈음이었는데… 일부러 한해 마무리하면서 글 정리하고 쓸 시간을 확보하려고 이틀간 휴가도 냈건만 마지막 주에 몸살로 앓아누우면서 사실상 아무것도 못해서 서러웠다. 이후에도 연초라서 이것저것 일이 겹쳐 주말에도 전혀 뭘 할 틈이 안 나다보니 짬짬이 써나가다보니 어느새 1월 중순이다. 아무튼 그래도, 뭔가 매듭을 짓지 않으면 영 찝찝할것같아서.

감사합니다

2021년 한 해동안 신세진 분들이 너무 많다. 회사 사람들, 교회 사람들, 친구들, 가족. 출렁이는 파도 위에서 정신 못차리고 휘청이고 때로는 감정의 늪에 빠져 징징대고 고개 쳐박을때마다 그래도 살아야지… 끄집어내준 많은 고마운 분들.

내가 부족해서 일일이 아직 다 새해 인사조차 못드린 분들도 많은데… 조만간 다시 찾아뵙고 맛있는거라도 같이 먹을 기회가 조속히 온다면 기쁠것 같다.

무엇보다 1만번 1억 천 번 실패하고 넘어져도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우리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